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책 정보
· 분류 : 국내도서 > 소설/시/희곡 > 시 > 한국시
· ISBN : 9791187833093
· 쪽수 : 159쪽
· 출판일 : 2017-04-20
목차
自序 5
1 망부석
망부석 15
후회하는 날 16
당신을 닮았습니다 18
이상한 일이다 20
헌옷 수거함 뒤지는 남자 22
아하브 24
어떤 여자 27
수리 중인 옥상 28
사다리를 탄 이발사 30
냉동실 32
소나무 35
웃고 있는 친구 36
2 흙집
대추를 먹으며 41
그 남자의 가방 42
첨성대에 내리는 비 44
대장간 청년 46
흙집 48
문상을 하고 50
식수植樹 52
거북이 54
아미산 56
용서 57
아저씨는 누구여 58
우수 즈음에 60
3 손녀가 준 선물
설레임 63
창과 방패 64
서각 제작소 66
애마愛馬 68
걱정 71
손녀가 준 선물 72
자식 73
일방적인 대화 74
부명초 76
당신 78
횟집에서 울리는 독경 소리 79
봄 80
4 인생은
고운 밤 83
아버지의 머리를 깎으며 84
빈한도貧寒圖 86
소나기가 오려나 88
살아 있는 아침 89
가을날의 기쁨 90
밤차 92
엄마 생각 93
민들레 94
타이어 공장 96
저녁 인사 97
인생은 98
5 생선 맛있게 먹는 법
입동 101
겨울도 좋아요 102
부모님 전원주택 수리 104
생선 맛있게 먹는 법 106
바뀐 옷 108
어떤 조손 110
불쌍타 112
비구니의 첫사랑 113
딱따구리 114
내 친구는 사진작가 116
소통 118
홍시 120
6 오직 한 사람
가락국수 123
이승과 저승 사이 124
스승 126
미완 127
매물도 128
바람願은 예술을 만든다 130
바가지 132
걱정 133
방포의 아침 134
힐링하는 날 135
트라이앵글 136
낮잠 몇 번 자고 나니 어느새 늦가을 137
순딩이 138
해설∥조근호 / 감성感性에서 뽑아올린 소멸과 생성의 미학美學 139
저자소개
책속에서
망부석
한겨울 추위
돌이 되어 살아도
가슴 속엔 따스한 난로 하나
그래서 행복하시다
후회하는 날
초등학교 시절을 생각한다
기차소리 듣는 것이 소원이었다
언제 만나게 될지 모르는 기차
중학생이 되어 만났다
허름하게 지어진 간이역, 그곳에서 나는 너를 만났다
그 후 너는 나를 싣고 초원도 달리고
강도 건너고, 산도 넘고, 터널도 통과했다
네가 지나간 자리마다 추억의 색깔들로 그려진 그림이
알록달록 내 시선을 즐겁게 했다
어떤 날은 하늘로 데려다 주고
어떤 날은 우물 속으로 빠뜨리기도 했다
네가 지나간 자리에는 머리털이 뽑혀 나갔고
맨발에 배낭에는 진흙물이 짙게 배이기도 했다
굴참나무 숲속에서 다람쥐와 함께 듣는 네 울림
가슴에 커다란 풍선을 매달게 했다
어여쁜 여자 소개시켜 주고
아이들까지 함께 할 수 있는 영광을 주었다
내가 여기까지 올 수 있었던 건 오직 네 덕분
이제 쇠붙이로 치장한 네 몸도 덜그럭거린다
꿈속에서 이제 좀 쉬게 해 달라 진정서를 넣기도 했다
매일 침대에서 만나는 너
호흡소리가 예전 같지 않다
붉게 녹슨 네 몸도 이젠 휴식이 필요하나
욕심 많은 주인은 가슴 아픈 머슴 생각은 하지 못한다
네가 나에게 반기를 드는 날 크게 후회할 터이지만
우둔한 머리를 가진 나는 그걸 깨닫지 못한다
내가 너를 어떻게 대우해야 하나
네가 말을 해 주었음 좋겠지만
겸손으로 치장한 너는 입을 굳게 다물고 있다
우매한 주인이 후회하는 날은 이미 해는 서산으로 지고 말 터인데
당신을 닮았습니다
거실 안 바구니 안 모과를 봅니다
자기만의 향 피우며
한겨울 이겨내는가 싶더니
어느새 안면 한쪽이 함몰되고 있습니다
세월의 무상함을 느낍니다
허무하게 흘러가는 세월에 앙탈을 부려봅니다
어머니
어제는 당신의 묘소 앞에 엎드려
지나간 세월의 잘못을 빌었습니다
불면 날아갈까
쥐면 깨질까 조심스러웠던 세월 앞에
고개를 숙였습니다
한쪽 안면이 함몰된 모과가
어머니 당신을 참 많이 닮았습니다
저승꽃으로 도배한 모과
머리 위 이른 서리를 맞고서
대답 대신 고개 조아린 모과
닮아도 너무 닮았습니다
당신의 그 마지막 모습과
이상한 일이다
가끔씩 외출했다 돌아오면 그녀는
퇴색되어 누렇게 뜬 벽 앞에 놓인 TV를 켠다
지진이 났다거나 천둥치는 날을 제외하곤
늦은 시각까지 드라마와 영화를 본다
한낮에 오려두었던 케이블 방송의 드라마와 영화 편성표
요일마다 같은 시각에 방영되기에
일주일 분을 코팅하여 핸드백 속에 넣고 다닌다
신발 뒤축을 꺾어 신는 아들도
술과 친구를 맺고 늦게 들어오는 남편도
신경 끄고 산다. 아침밥 굶고 나가는 일에 익숙해진 식구들
그러려니 한다. 식구들 잠들고 나면
냉장고에서 주전부리 꺼내놓고
TV를 켜고 볼륨을 최대한 줄인다
입 모양만 봐도 의미 터득하는 법을 일찍이 간파한 그녀
방 안 불빛은 TV가 쏘아 주는 것이 유일하다
주전부리 소리나지 않게 조심스레 씹으며
초롱초롱한 눈망울을 화면에 고정한다
그러다가 살짝 웃기도 하고
냅킨으로 눈가를 훔치기도 한다
검고 네모난 상자와 친구한 뒤로
그에게 변한 건 우울증이 없어졌다는 것
병을 고치는 건 의사뿐이 아니고 그 검고 네모난 상자도 가능하다는 것
식구들이 참아주는 건 그녀의 병을 치유시켜 준
고마운 것이기에 그런 건 아닌지
아침을 건너뛰는 사람들이 어디 한둘인가
옆에서 가느다란 숨소리라도 들려주면 그게 고맙지
벽에 걸린 괘종시계도 안면방해하지 않으려는 듯
열두 점, 한 점, 두 점 치는 일을 뒤로 미룬다
헌옷 수거함을 뒤지는 남자
남자의 팔이 짧다
그의 손에 갈고리가 들려 있다
여명이 찾아오려면 아직 멀었다
헐렁한 바지 주워 입고 마스크도 없이 방문을 닫는다
골목 곳곳에 놓여진 수거함이 토해놓은 분비물을 보며 웃는다
헐렁한 가방으로 밀어넣는다
아이의 양말과 모자
아직 팔뚝이 성성한 오리털 점퍼를 집어드니
어깨에 얹혀진 추위가 한 발짝 물러선다
수거함 속으로 갈고리를 집어넣는다
블라우스를 안고 있는 남자의 바지가 끌려 나온다
엊그제까지 거리를 활보하던 바지다
고층 빌딩의 밧줄에 매달려 세상을 내려다보던 바지다
아이의 반바지가 똥 마려운 계집 국거리 썰 듯
급한 걸음으로 매달려 나온다
추위도 잊었다. 그런데 손이 떨린다
수거함을 설치해 놓은 사람은 누구일까?
무임승차의 두려움이 엄습한다
그러나 지금도 단잠에 빠져 있을 식솔들을 생각하면 두려움이 달아난다
파란색으로 분장한 수거함에 은하수가 내려앉는다
두터운 점퍼 없이 떨었을 은하수에게 점퍼를 입힌다
우두둑 우두둑 별똥 떨어지는 소리
견우와 직녀는 여름에만 만나는가
두터운 옷을 입혀 놓으면
이 계절이라고 어찌 만나지 못할까
몇 백 마리의 까치들이 다리를 놓는다
그 남자 오작교를 건너면서 숙면을 취하고 있는 식솔들을 생각한다
이런 행위도 절도에 속할까
판사의 양심 판결이 기다려진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