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책 정보
· 분류 : 국내도서 > 소설/시/희곡 > 시 > 외국시
· ISBN : 9791187904168
· 쪽수 : 158쪽
· 출판일 : 2019-04-15
책 소개
목차
역자 서문
I. 고요한 사물처럼 사랑받고 싶다
오랜 슬픔의 다정한 얼굴
나날
별밤
곱게 나이 들고 싶다
여행길에 오르며
길에서 배운 지혜
떨기나무
아침의 노래
막다른 길
비바람 칠 때
가정주부: 겨울 오후
노상강도
아름다움의 무게
해질녘 한숨
언덕 계단
욕심 많은 유령
명성의 욕망
고요한 사물처럼 사랑받고 싶다
내 숨이 멈출 때
대안
II. 나무와 산책한 뒤 오늘 내 키가 조금 더 자랐다
빗속 소나무
한숨과 노래
나무가 건넨 말
비오는 날
호수 밑바닥 세상
시인을 위한 다락방
고요
불구자
뿌리와 꽃
온화한 헌사
겨울꽃
가을 단풍나무
비와 바람
부드러운 비
새 그림자
레시피
내게 행복이란
그림자 샘물
감사의 말
벗
III. 푸른 연기
푸른 연기
나무
흰 새
별
감옥
내 마음의 무게
창문
내 단순함에 미소 짓는 이에게
지빠귀
벌
어둡기 전 보름달
도깨비불
독단주의자
대답하는 법
연장
작은 시 세 편
사람을 차별하지 않는 이
허영심
고요한 곳에서 들려오는 노래
통과의례
겨울 어스름
다짐
우리
중년의 시인이 남긴 메모
IV. 낡은 동전
슬리퍼
구도자
끝
완벽한 아내
잘 길들인 진주
연고 안의 파리
다섯 번째 여행자
시인의 나날
상징
낙담한 이야기꾼
시인과 슬픈 노래
V. 탱글우드의 새
창가 간이식당
칼 윌슨 베이커의 생애와 시 세계
책속에서
오랜 슬픔의 다정한 얼굴
오랜 슬픔의 다정한 얼굴을 사랑한다.
이 친구들과는 비밀이 없다.
예전에 퍼부어댔던 지독한 말들은
시간이 흘러 이제 다 잊힌 듯하다.
새로 슬픔이 생겨나 저기 저렇게 서서
차갑고 근엄한 눈초리로 나를 옴짝달싹 못하게 한다.
오랜 슬픔이 세월이 흐르며 달라진 모습을 기억할 수 있다면
내가 좀 더 용기를 내볼 텐데.
-「오랜 슬픔의 다정한 얼굴」
고요한 사물처럼 사랑받고 싶다
해를 안고 날아가는 흰 비둘기
하나둘 차례로 떨어지며 속삭이는
돌돌 말린 노란 잎
대지를 뒤집어놓을 기세의 불길 속
고통스럽게 태어났어도
출생의 비밀을 발설하지 않는
과묵한 은빛 연기
구름의 섬, 나무의 쭉 뻗은 팔,
푸르른 정오에 떠올라
주목받지 못한 채 길을 잃고
다 해져버린 작은 달의 갈망.
내 마음의 천둥 소리는
숨 막히는 먼지더께 아래에서 사라져야 한다.
잿빛 드레스가 해주었던 일을
풀잎이 해주어야 한다.
심장이 크게 쿵쾅거리고 아우성쳐도
모든 것이 끝나고 나면
오직 고요만이 남겠지.
내가 죽고 나면.
-「고요한 사물처럼 사랑받고 싶다」
내가 사랑하는, 은빛, 초록, 갈색의 시간
소나무 숲속에서 귀 기울여 많이 배웠다.
솔잎 가지 사이로 옅은 비가 부드럽게 뿌렸고
빛이 없는 보석을 매단 낮은 깃털들을 만져보았다.
소나무처럼 키 크고 쭉 뻗은 시를 쓰고 싶다.
소나무가 내게 말해 준 것을 누군가에게 전할 수 있다면!
나무처럼 확실하고 단순하며 고요하다면
나도 소나무 못지않게 말할 수 있을까.
-「빗속 소나무」