책 이미지

책 정보
· 분류 : 국내도서 > 종교/역학 > 기독교(개신교) > 기독교(개신교) 목회/신학 > 설교/성경연구
· ISBN : 9791188255153
· 쪽수 : 163쪽
· 출판일 : 2018-07-03
책 소개
목차
1. 진리를 말하다
2. 비극으로서의 복음
3. 희극으로서의 복음
4. 동화로서의 복음
주註
리뷰
책속에서
강연을 들으러 온 사람들에 대해서도 생각해 보자. 뚱뚱한 사람과 마른 사람이 있고, 나이든 사람과 젊은 사람이 있었으며, 행복한 사람과 슬픈 사람이 있었고, 영리한 사람과 그다지 영리하지 않은 사람이 있었다. 이들 역시 자기 세상을 지니고 왔고, 거울을 들여다보며 육체로 저지른 간음이나 영으로 저지른 간음, 믿음·소망·사랑의 결핍, 용기의 결핍을 확인했다. 헨리 워드 비처와 마찬가지로, 우리 모두와 마찬가지로, 이들은 저마다 조금씩 피를 흘렸다. “모든 사람이 죄를 범하였”(롬 3:23)다는 바울의 말은 이를 달리 표현한 말이며, “다 사람이라서 그렇다”는 말 또한 위의 사실을 달리 표현한 말이다. 우리는 다 자기 칼에 베인다. 우리는 다 인간으로 존재한다는, 아니 바라건대 적어도 인간으로 존재하는 길에 있다는 무거운 짐을 짊어지고 수고한다.
복음을 설교한다는 건 진리를 말하는 일이기도 하고, 진리인 침묵에 말이라는 일종의 테두리를 두르는 일이기도 하다. 충만하다는 의미, 있는 그대로의 상황이라는 의미에서 진리는 구약성경 등에서 선지자들이 구사한 시어(詩語), 즉 비유와 이미지와 상징이라는 언어로만 지적될 수 있을 뿐이기 때문이다. 복음은 말이기 전에 침묵이요, 생명 자체를 제시하되, 우리가 의미 없다 하기도 하고 의미 있다 하기도 하며 터무니없다 하기도 하고 아름답다 하기도 하는 다양한 시간들을 배경으로 해서가 아니라, 그 모든 복잡함과 단순함과 신비 가운데 있는 모습 그대로 볼 수 있도록 제시하는 것이다. 진리가 무엇이냐는 빌라도의 질문에 예수가 침묵으로 답한 것 또한 어떤 면에서는 소리를 꺼버린 텔레비전 뉴스의 침묵 - 진짜 뉴스는 앵커가 들려주는 뉴스가 아니라 우리가 보고 느끼는 뉴스다 -이나 “너희는 가만히 있어 내가 하나님 됨을 알지어다”라고 했을 때 시편 기자가 의도한 침묵 같은 그런 효과를 내는 것 같다. 각 경우에 우리가 들어야 할 것은 침묵이다.
사람들은 만사에 대비를 하지만 자신들의 눈먼 상태 그 어둠 저 너머에 큰 빛이 있다는 사실에는 대비를 못한다. 이들은 맨날 똑같은 밭에서 백년하청으로 허리가 부러질 만큼 쟁기질을 할 각오는 되어 있지만, 돈 궤짝에 발이 걸려 넘어지기 전에는 알지 못한다. 텍사스주를 통째로 사들일 수 있을 만큼 큰돈이 그 밭에 묻혀 있다는 사실을. 이들은 인정사정없는 계약을 맺는 하나님에 대해서는 대비를 하지만, 한 시간 일했는데 하루 일당을 주시는 하나님에 대해서는 마음의 준비를 하지 않는다. 이들은 도룡뇽의 눈만 한 겨자씨 하나님나라에 대해서는 대비를 하지만, 그 씨앗이 자라 큰 보리수나무가 되고 새들이 그 가지에 앉아 모차르트를 노래하게 된다는 사실에는 대비하지 않는다. 이들은 제일장로교회에서 있을 포트럭 만찬을 위해 음식 한 가지씩은 준비하지만, 어린양의 혼인 잔치는 준비하지 않는다. 한밤중에 신랑이 머리에 포도나무 잎사귀를 꽂고 마침내 도착할 때, 이들은 등잔에 불을 붙여 신랑의 길을 비춰 주려 하나 깜박 잊고 등잔에 기름 채워 놓지 않은 탓에 거기 멍하니 서 있고, 발이 커서 유리 구두가 맞지 않는 처녀들의 맨발만 어둠 속에서 어렴풋이 보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