책 이미지

책 정보
· 분류 : 국내도서 > 소설/시/희곡 > 한국소설 > 2000년대 이후 한국소설
· ISBN : 9791188487134
· 쪽수 : 560쪽
· 출판일 : 2023-05-10
책 소개
목차
2장_049
3장_093
4장_141
5장_179
6장_213
7장_259
8장_299
9장_335
10장_375
11장_429
12장_477
13장_521
저자소개
책속에서
그녀의 두 눈에 고여 있던 눈물이 할머니 이마 위로 떨어졌다. 이 씨는 자신의 이마 위로 떨어지는 손녀딸의 뜨거운 눈물을 의식하면서 송강의 손을 힘주어 꼭 잡았다. 결속, 아픈 결속. 92살의 할머니와 19살의 손녀딸은 한씨 가문이라는 지붕 밑에서 아프게 묶여 있었고, 두 사람은 아픈 결속을 확인하면서 서로 이별의 준비를 하고 있었다. 창호지 문 위로 석양빛이 밝게 비쳤고, 밝은 창호지 문 위로 대나무 그림자만 어른거릴 뿐 집 안은 여전히 깊은 정적 속에 싸여 있었다.
할머니 방에서 나온 송강은 중문 밖에 서서 담 위로 높다랗게 솟아오른 감나무를 보고 있었다. 감나무 가지에 몸을 기대고 앉아 노을이 진 서쪽 하늘을 보고 있던 융의 모습이 떠올랐다. 그리고 감꽃을 무명실에 꿰어 꽃목걸이를 만들던 자기 모습도 떠올랐다. 송강은 고통스러운 얼굴로 서 있다가 양손을 스커트 주머니 속에 넣었다. 그러자 손끝에 융의 편지가 만져졌다.
네가 보고 싶을 때는 서울에 있는 내가 그림자처럼 느껴져.
내 실체는 너한테 가 있다는 생각이 들기 때문이야.
융의 목소리가 들려왔다.
‘그래도 넌 나보다는 덜 힘들어. 나는 매일 눈에 보이는 모
든 것과 싸우고 있어. 내가 보고 있는 것은 모두 너와 연결돼
있잖아.’
“어디 가서 무슨 공부를 하든지 집이 그리워지면 여기로 와. 내가 이 집을 할머니가 계실 때와 똑같이 지키고 있을게.”
송강은 융의 얼굴을 응시하며 말했다. 그러고 있는 송강은 자기 자신의 생이 지금 융한테 한 언약을 지키기 위해 고스란히 바쳐질지도 모른다는 것을 속으로 예감하고 있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