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책 정보
· 분류 : 국내도서 > 에세이 > 사진/그림 에세이
· ISBN : 9791188502240
· 쪽수 : 184쪽
· 출판일 : 2023-05-08
책 소개
목차
저자 서문・6
1부 고군산 풍경 너머
내 고향은 폐항・11
신시도 구불길・16
한국인의 밥상・21
갯강구와 지네 그리고・25
바람과 안개・29
새만금 상괭이의 죽음・33
섬마을 빈집・38
관리도 유람기・42
지구연대기, 말도 습곡구조・46
성자가 아닌 청소부・50
무녀도 모감주나무・55
칠게와 도요새・60
철새는 날아가고・64
유기견 멍개・69
2부 고군산 사람들
수학여행 1969・79
섬 여인의 일생・85
베트남 청년, 안・90
대장도 사람, 윤연수・95
무녀도 사람들・100
무녀도 완양염전 가족사・105
무녀도 초분・110
고개 너머 통개마을・114
바다 끝에 가서 거할지라도・118
가깝고도 먼 섬 관리도・123
말도에서 만난 귀촌부부・127
섬마을 잔치가 있던 날・132
말도등대・136
한 달만 살자. 저 섬에서・140
3부 천년의 바다를 품은 섬
직도이야기・147
유령처럼 떠도는 보물선・152
장자어화도 다 옛말이여・157
선유도 오룡묘・162
망주봉에 서린 슬픔・167
버려진 섬마다 꽃이 피었다・171
천년 역사를 품은 섬・176
섬들이 사라지고 있다・180
저자소개
책속에서
이국적인 풍경만으로도 고군산군도 섬들이 가진 매력은 충분하다.
하지만 수평선 너머 붉은 노을은 아름다우면서도 아팠다.
지금껏 섬을 지키며 살아온 사람들과 여전히 바다를 의지해 살아가는 뭍 생명들.
풍경 너머 그들의 이야기를 담고 싶었다. 그래서 나는 섬으로 갔다.
사람들에게 이 책이 따뜻한 위로가 되었으면 좋겠다.
— 저자 서문 중에서
섬사람들의 밥상은 소박하지만 따뜻하다. 마음이 담긴 밥상은 무언의 소통이다. 어머니의 밥상은 아들의 입맛에 맞춰 차려진다. 시원한 굴 칼국수 한 그릇을 나누자며 혼자 사는 이웃 언니를 부르는 건 애틋함이다. 손맛으로 담그는 게장은 멀쩡한 직장 때려치우고 배를 탄다며 자식 속을 긁어놓은 미안함이다. 호사스러운 표정도 없고 화려한 찬사도 생략된 화장기없는 얼굴 같은 다큐멘터리가 벌써 십 년 넘게 장수하는 비결은 밥 한 그릇에 담긴 사연들 때문이기도 하다. 애틋하다. 먹는 사람도 보는 사람도 음식이 불러오는 아련한 추억으로 풋풋한 사람 냄새에 허기진 도시 생활의 빈자리를 채운다. 엄마 젖을 찾아 품을 파고드는 어린아이 같은 원초적 그리움이다. 바다에서 길들어진 입맛은 고향을 떠나도 잊을 수 없다. 더러 그 맛을 잊지 못해 돌아오는 사람도 있다.
서해로 뻗어가던 여맥이 듬성듬성 무리를 이룬 고군산군도, 그 섬들의 뿌리가 육지에 닿아 있다고 해도 섬에 들어가려면 바다를 건너야 한다. 고군산군도 중에서도 가장 끝 섬, 말도까지는 군산 연안여객터미널에서 하루 한 번 뜨는 배편으로 세 시간이 조금 덜 걸린다. 만약 장자도에서 출발하면 평일 두 번, 주말에는 세 번 운행하는 객선을 이용할 수도 있다. 뱃삯이나 시간을 아낄 수 있지만, 고군산군도 12개 봉우리가 마치 무사들이 도열한 무산십이봉 풍광을 놓치지 않으려면 전자가 낫다.
횡경도에서 방축도, 광대섬, 명도, 보광도, 말도까지 차례로 짚어가는 섬들이 고군산군도 북쪽을 울타리처럼 두르고 있다. 선유 8경 중 하나로도 꼽힌다. 덕분에 안쪽에 자리한 선유도와 무녀도, 장자도는 여름 태풍과 겨울 한파를 피할 수 있다. 방축도와 명도, 말도는 아직 사람이 살고 있지만 사이사이 놓인 섬들은 선착장은 물론이고 배편도 따로 없다.
군산항에서 출발한 객선은 야미도와 횡경도 사이를 지나 신시도를 끼고 우회해서 ‘진또강’이라고 불리는 선유도와 무녀도 사이 좁은 물길을 따라갔었다. 장자도까지 자동차도로가 뚫리면서 뱃길도 바뀌었다. 고속도로가 아닌 시골을 지나는 길의 매력처럼 예전에는 이국적인 풍경들로 소문난 고군산군도의 속살을 찬찬히 들여다볼 수 있었다. ‘책바위’ 또는 ‘떡바위’라고 불리는 광대섬도 빠뜨리면 안 된다. 광대섬은 방축도와 명도 사이에 놓인 무인도다. 크게 침식된 섬의 남측 절벽 사면에 드러난 습곡구조는 심하게 뒤틀려 있다. 마치 조물주가 실수로 떡시루라도 엎어버린 듯 층을 이룬 바위의 결들은 굽이지고 들쭉날쭉하게 요동치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