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책 정보
· 분류 : 국내도서 > 소설/시/희곡 > 한국소설 > 2000년대 이후 한국소설
· ISBN : 9791188504299
· 쪽수 : 376쪽
· 출판일 : 2018-01-15
책 소개
목차
프롤로그_09 / 간판 없는 회사_14 / 연희동 욕쟁이 할머니_28 / 의뢰1 달이 지는 동네의 비극_48 / 어찌보면 해피엔딩_69 / 의뢰2 생애 첫 명함_81 / 영혼을 보는 이유_92 / 의뢰3 고독한 영혼들_106 / 새로운 직원_128 / 의뢰4 죽은 자의 비밀번호_145 / 의뢰5 쓰레기 집_168 / 의뢰6 유품이 남긴 빚_191 / 고단한 청춘들_207 / 의뢰7 보이지 않는 고객_231 / 함정에 빠진 사람들_257 / 욕망의 사연_282 / 의뢰8 마지막 의뢰_300 / 비밀의 울타리를 넘어_343 / 인생의 회전목마_354 / 에필로그_371
저자소개
리뷰
책속에서
영혼은 익숙한 동작으로 그의 머리를 쓰다듬기 시작했다. 아내와 남편의 그 행위는 줄곧 보아오던 익숙한 장면이었다. 죽은 자와 산 자의 이별.
죽은 자는 산 자의 슬픔을 애틋한 마음으로만 말없이 바라볼 뿐이었고, 산 자는 그런 죽은 자의 애틋한 마음을 알아 챌 방법이 없었다.
오히려 이런 모습이 더욱 가슴 아픈 순간이었다. 그리고 늘 그 중간에 내가 있었다. 하지만 나는 입을 다물었다. 그런 비밀에 대해 입을 여는 순간 천기를 누설한 듯 자칫 큰일이 날 것만 같았기 때문이다. 솔직히 말하자면 귀찮은 일이 산더미처럼 발생할 것만 같은 까닭이기도 했다. 남자의 흐느낌이 어느 정도 잦아들고 있었다.
“옷은, 정리해서 남겨 둘까요?”
남자가 벌게진 눈으로 나를 보고는 말없이 고개를 젓는다.
“가는 길에 함께 보내주고 싶어요.”
내 귀에는 아무것도 들리지 않았다. 나 역시 제정신이 아니었다.
벽에다 미친 듯이 곡괭이를 내리쳤다. 초인적인 힘을 발휘해 벽의 한쪽 면을 거의 다 부수고 나서야 선배의 비명소리가 방을 가득 메우고 있단 사실을 깨달았다.
바닥에 털썩 주저앉은 선배가 나를 원망과 두려움이 뒤섞인 눈길로 올려다보았다. 이내 욕을 퍼붓는다.
“씨발 새끼, 미쳤냐? 이게 뭐하는 짓이야? 니가 지금 사람 하나 골로 보내려고 아주 환장을 했구나!”
좀 전까지 들었던 사장이라는 호칭은 이미 사라진 지 오래였다. 살리려고 휘두른 곡괭이었다. 안 그래도 눈치 없는 선배가 그 지경에 몰려 더더욱 알 턱이 없겠지만.
그러자 최 형사가 주머니를 뒤적거려 무언가를 책상에 놓고 갔다. 내 이름과 전화번호가 적혀 있는 명함이었다.
형사들이 떠나고 잠시 후, 나와 보라가 동시에 정규 선배를 노려봤다. 정규 선배가 머쓱해했다.
“그냥 나오는 길에 엘리베이터에 홍보차……. 나는 잘해보자 그런 거지, 누가 이런 일이 생길 줄 알았냐.”
보라가 다시 되짚었다.
“그곳이 살해 현장이었고, 살해당한 사람이 집 주인이라면 의뢰한 사람은 누군 거죠?”
나도, 정규 선배도 대답을 할 수 없었다. 물론 보라 역시도.
“그렇다면 지금, 누군가 우리에게 일부러 범죄 현장을 청소하게 했다는 거잖아요. 누가요? 왜요?”
“지영수!”
온통 내 생각을 지배하던 이름이 입 밖으로 툭 튀어나왔다.
“그 사람은 살해됐다잖아?”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