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책 정보
· 분류 : 국내도서 > 예술/대중문화 > 건축 > 건축이야기/건축가
· ISBN : 9791188509706
· 쪽수 : 256쪽
· 출판일 : 2023-08-20
책 소개
목차
머리말 :: 거리를 산책하듯 설렁설렁 느릿느릿
스토리 맵
01. 부산을 말하다
남항을 거닐며 :: 부산 남항동 / 영도다리 :: 부산 대교동
건널목을 지나면서 :: 부산 중앙동 / 중앙공원에서의 생각 :: 부산 영주동
아미산 전망대 :: 부산 다대동 / 유엔묘지 정문에 서면 :: 부산 대연동
일상의 길 :: 부산 남천동 / 광안리 풍경 :: 부산 광안리
수영사적공원, 그 푸근한 손길로 :: 부산 수영동 / 범어사에 가면 :: 부산 청룡동
문탠로드 숲에서 :: 부산 해운대 / 청사포에 부는 바람 :: 부산 중동
수평을 배우는 일 :: 부산 청사포 / 대변항 멸치털이 :: 부산 기장군
온정마을 해변의 소나무 :: 부산 기장군 / 법기수원지 편백 숲으로 :: 경남 양산시
팔색조 같은 풍경 :: 부산 해운대 / 부산을 그릵다 :: 부산 대청동
벽화마을에서 :: 부산 우암동
02. 도시를 말하다
전시장에서 :: 인천 송도 / 오래된 것들을 향한 연모 :: 부산 영주동
다운타운에서 하는 생각 :: 부산 부전동 / 도시와 수레 :: 부산 동광동 한성1918
매축지 마을에서 :: 부산 범일동 / 어떤 진혼곡 :: 부산 범일동
무얼 버리고 어떻게 남길까 :: 부산 범일동 / 사라지는 것을 그리다 :: 부산 범일동
가벼워지기 :: 부산 민락동 / 바다와 케이블카 :: 부산 해운대
큰바람 :: 부산 기장군 / 도시에 대한 동물적 상상 :: 상상화
빈집 줄까? :: 부산 영주동 / 도시의 비애 :: 인천 송도
용적률과 그린벨트 :: 경기도 연천군 / 태종대 가던 길 :: 부산 태종대
바다의 끝 :: 부산 해운대 / 물의 도시 :: 부산 기장군
스카이라인이란 말 :: 부산 해운대 / 도시의 풍경과 건축가 :: 부산대교와 영주동
문제는 창의력이야, 바보야 :: 부산 초량동 / 꽃밭에서 :: 부산 중동
03. 건축을 말하다
도시의 집을 내려다보다 :: 부산 범일동 / 빈집에 대한 생각 :: 부산 좌동
아름다운 재생 :: 충남 논산시 / 산책길의 플래카드 :: 부산 좌동
욕망이라는 이름의 높이 :: 부산 해운대 / 더 낮게 임하게 하소서 :: 부산 남포동
의식을 지배하는 공간 :: 상상화 / 느린 건축 :: 경남 양산시
‘작은 건축’에 대한 생각 :: 양산 화제리 계획안 / 건축과 이미지 :: 카페 계획안
그림자 놀이 :: 충남 태안군 / 동결되지 않기 :: 제주도 방주교회
물의 건축 :: 제주도 본태박물관 / 노트르담 :: 2019년 노트르담 성당의 화재
상징과 실체 :: 민음사 책 표지를 모사함 /
눈을 그리다 :: 기차 안에서 바라본 경기도 어느 산간
아난티코브, 경계에 서다 :: 부산 기장군 / 아파트 정원의 매화나무 :: 매화나무
꽃과 물, 그리고 땅 :: 밀양 위양지 / 위기의 지구와 건축 :: 일상화된 차량 정체의 모습
저자소개
책속에서
도시를 관찰하는 방법으로 조망(鳥望)이란 것이 있다. 새(鳥)의 시선이 되어 내려다본 풍경이다. 하지만 내가 부산을 최초로 바라보게 된 것은 여느 내륙의 도시에서처럼 새의 눈으로 내려다본 것이 아니라 마도로스나 어부가 회항하는 시점(視点)이어서 유별나다. 그게 항구도시만의 매력임은 뒤에 알았고, 이후로 나는 타지의 여행객들에게 부산을 제대로 보려면 뱃전에서 바라보라고 자신 있게 권유한다.
- <남항을 거닐며>
모든 연륙교는 욕망의 출발점이다. 절영(絕影)이라는 이름의 아름다운 섬에 태고로부터 사람들이 살았다. 말을 키우며 물고기를 잡고 밭을 일구면서 무시로 뭍을 바라보았을 것이다. 반면 뭍의 사람들에게 섬은 환상과 호기심의 대상이 아니었을까. 이러한 서로의 욕망들은 연륙(連陸)을 이룸으로서 해소됨직하였을 터, 다리의 탄생은 자연스러운 것이다.
그럼에도 다리를 놓는다는 것은 하나의 소통을 얻고 다른 하나를 단절시키는 일이다. 같은 물살의 바다는 각기 다른 이름으로 불리었다. 큰 배는 섬의 뒤편을 돌아 더 큰 항구로 접안해야만 했으니 이른바 ‘북항’으로 자연스레 무역과 산업의 역할을 담당하게 되었다. 반면 다리의 남쪽은 여전히 태고로부터 이어져온 고기잡이와 사람들의 잡다한 일상이 영위되는 어항으로 남았으니 단절임에 분명했다.
- <영도다리>
시의 예산이 충분히 닿지 못한 탓이 더 클 테지만, 지나치게 세련된 공원으로 조성되었더라면 공원을 묘사하려는 나의 노력은 그저 세련미에 대한 공치사에 머물렀을 터이니, 그러한 수더분함이 오히려 전화위복이 된 셈이다. 말하자면, 화장하지 않은 아낙이거나 둥근 뿔테 안경을 걸친 노인, 그렇지 않으면 실직의 고통에서 잠시 빠져나온 노총각의 운동복 차림의 어슬렁거림이 더욱 어울리는 그러한 장소이더란 것이다.
생각해보면, 삶이란 늘 그렇게 아슬아슬하고 초라한 모습의 연속이다. 구두에 광을 내고, 잘 다림질된 외출복을 차려입고 선글라스라도 걸칠 수 있는 날이 몇이나 될까? 그렇다면 진정한 휴식이 어디에 있어야 하는가가 분명해진다. 거칠고 정리되지 않았다 하여 의미를 과소평가할 수 없는 것이다.
- <수영사적공원, 그 푸근한 손길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