책 이미지

책 정보
· 분류 : 국내도서 > 소설/시/희곡 > 세계의 소설 > 기타 국가 소설
· ISBN : 9791188635191
· 쪽수 : 596쪽
· 출판일 : 2019-05-30
책 소개
목차
1. 레이철 린드 부인이 놀라다 ㆍ12
2. 매슈 커스버트가 놀라다 ㆍ27
3. 마릴라 커스버트가 놀라다 ㆍ53
4. 초록 지붕 집에서 맞이한 아침 ㆍ67
5. 앤의 이야기 ㆍ78
6. 마릴라가 마음을 정하다 ㆍ91
7. 앤이 기도하다 ㆍ100
8. 앤의 교육이 시작되다 ㆍ107
9. 레이철 린드 부인이 기절초풍하다 ㆍ124
10. 앤이 사과하다 ㆍ139
11. 앤이 주일 학교에서 받은 인상 ㆍ152
12. 엄숙한 맹세와 약속 ㆍ162
13. 기대하는 기쁨 ㆍ176
14. 앤의 고백 ㆍ185
15. 학교에서 일어난 소동 ㆍ203
16. 다이애나를 초대했지만 비극으로 끝나다 ㆍ228
17. 새로운 재미가 생기다 ㆍ250
18. 앤이 생명을 구하다 ㆍ263
19. 발표회, 큰 실수, 그리고 고백 ㆍ283
20. 지나친 상상에 혼쭐이 나다 ㆍ307
21. 새로운 맛을 만들어 내다 ㆍ320
22. 앤이 목사관에 초대받다 ㆍ340
23. 앤이 자존심을 지키려다 사고를 당하다 ㆍ348
24. 스테이시 선생님과 학생들이 발표회를 준비하다 ㆍ364
25. 매슈가 퍼프소매를 고집하다 ㆍ373
26. 이야기 클럽을 만들다 ㆍ392
27. 허영심과 마음고생 ㆍ405
28. 불행한 백합 아가씨 ㆍ420
29. 앤 인생의 획기적인 사건 ㆍ438
30. 퀸스 대학 입시반이 생기다 ㆍ454
31. 시내와 강이 만나는 지점 ㆍ476
32. 합격자 명단이 발표되다 ㆍ490
33. 호텔 발표회 ㆍ504
34. 퀸스의 여학생 ㆍ525
35. 퀸스에서 보낸 겨울 ㆍ540
36. 영광과 꿈 ㆍ549
37. 죽음이란 이름의 신 ㆍ561
38. 길모퉁이에서 ㆍ576
스토리가 있는 작가 연보 592
리뷰
책속에서
“초록 지붕 집의 매슈 커스버트 씨이신가요?”
여자아이는 유달리 또렷하고 다정한 목소리로 물었다.
“만나서 정말 기뻐요! 아저씨가 저를 데리러 오지 않으실까 봐 슬슬 걱정되면서 아저씨가 오실 수 없는 수많은 상황을 상상하던 참이었어요. 오늘 밤에 아저씨가 저를 데리러 오시지 않는다면 기찻길을 따라 쭉 가서 저기 모퉁이에 있는 커다란 산벚나무 위에 올라가 밤을 보내려고 했어요. 그랬더라도 저는 조금도 무섭지 않았을 거예요. 하얀 꽃이 가득 피어난 산벚나무 위에서 달빛을 받으며 잠을 자다니, 정말 멋지잖아요? 온통 대리석으로 꾸며진 홀에서 살고 있다고 상상할 수도 있고요. 그리고 아저씨가 오늘 밤에 저를 데리러 오시지 않더라도 내일 아침에는 반드시 오실 거로 굳게 믿었어요.”
매슈는 작고 깡마른 손을 어색하게 잡고는 어떻게 할지 결정했다. 반짝이는 눈으로 자신을 바라보는 이 아이에게 착오가 있었다고는 차마 말할 수 없었다. 아이를 집으로 데리고 가서 마릴라에게 그 이야기를 대신하게 할 생각이었다. 아무리 착오가 있었다고 해도 여자아이를 브라이트리버 역에 버려두고 갈 수는 없었다. 그러니 초록 지붕 집에 무사히 돌아갈 때까지 모든 질문과 해명은 미뤄 두는 편이 나을 것 같았다.
매슈가 숫기 없이 말했다.
“늦어서 미안하구나. 어서 가자. 말은 저기 뜰에 있단다. 가방을 이리 다오.”
“저를 원한 게 아니었군요! 남자아이가 아니라서 저를 원하지 않는군요! 예상했어야 했는데. 지금껏 저를 원하는 사람은 아무도 없었으니까요. 이렇게 멋진 일이 오래갈 리 없다는 걸 알았어야 했는데. 누구도 진심으로 저를 원하지 않으리라는 걸 알았어야 했는데. 아, 어떡하죠? 눈물이 쏟아질 것 같아요!”
아이는 왈칵 울음을 터뜨렸다. 식탁 옆 의자에 주저앉아 식탁에 두 팔을 얹고 얼굴을 파묻은 채 서럽게 울었다. 마릴라와 매슈는 난로를 사이에 두고 원망하는 눈빛으로 서로를 바라보았다. 두 사람 모두 무슨 말을 해야 할지, 어떻게 해야 할지 몰랐다.
결국 마릴라가 조심스럽게 나섰다.
“저런, 저런, 그래도 이렇게까지 울 건 없잖니?”
“아니요, 있어요!”
아이가 고개를 홱 들었다. 얼굴은 눈물 범벅에 입술이 바들바들 떨렸다.
“아주머니도 울지 않고는 못 배길걸요. 아주머니가 고아인데, 자기 집이 될 거로 잔뜩 기대하고 간 집에서 남자아이가 아니라는 이유로 아주머니를 원하지 않는다면요. 아, 제 일생일대에 가장 비극적인 일이에요!”
마릴라의 굳은 얼굴이 누그러지며 마지못한 것 같은 미소로 바뀌었다. 오랫동안 짓지 않은 탓에 상당히 어색한 미소였다.
“자, 이제 그만 울어라. 오늘 밤에 당장 너를 돌려보내지는 않을 거란다. 어떻게 된 일인지 알아낼 때까지 넌 여기에서 지낼 거야. 이름이 뭐니?”
잠시 머뭇거리던 아이가 간곡하게 말했다.
“코델리아라고 불러 주시겠어요?”
“코델리아라고 불러 달라고? 그게 네 이름이니?”
“아, 아니요. 진짜 이름은 아니지만 코델리아라고 불러 주시면 좋겠어요. 정말 흠잡을 데 없이 품위 있는 이름이잖아요.”
“도대체 무슨 소린지 모르겠구나. 코델리아가 아니라면 진짜 이름은 뭐지?”
“앤 셜리예요.”
미니 메이는 토근즙을 마시지 않으려고 했지만 쌍둥이 세 쌍을 키운 앤에게 그것은 문제가 되지 않았다. 앤과 다이애나는 초조한 마음으로 힘들어하는 미니 메이를 끈기 있게 간호하며 기나긴 밤을 보냈다. 그러는 동안 미니 메이는 토근즙을 여러 번 먹었다. 메리 조는 자신이 할 수 있는 유일한 일에 열성을 다했다. 불을 활활 피워서 후두염에 걸린 아기들이 입원해 있는 병원에서 필요한 양보다 더 많은 물을 끓였다.
새벽 3시가 되어서야 매슈가 의사를 데리고 왔다. 의사를 찾아 스펜서베일까지 갈 수밖에 없었기 때문이었다. 그러나 위급한 상태는 이미 넘긴 뒤였다. 미니 메이는 훨씬 상태가 나아져서 곤히 잠들어 있었다.
“절망에 빠져 거의 포기할 뻔했어요. 미니 메이의 증상이 점점 더 나빠져서 제가 마지막으로 키운 해먼드 아주머니의 쌍둥이들보다도 더 심해졌거든요. 미니 메이가 숨이 막혀 죽는 건 아닌가 생각했을 정도예요. 저 병에 든 토근즙을 전부 먹였어요. 마지막 남은 토근즙을 먹이면서 저는 혼자 중얼거렸어요. 다이애나나 메리 조에게는 아무 말 안 했어요. 그렇지 않아도 걱정하고 있는데 더 걱정시키고 싶지 않아서요. 하지만 제 마음을 진정시키기 위해 저는 저 자신에게라도 말해야만 했어요. ‘이게 마지막 남은 희망인데 효과가 없으면 어떡하지?’ 하지만 3분 정도 지나자 미니 메이가 기침하면서 가래를 뱉더니 점점 나아지기 시작했어요. 의사 선생님, 제가 그 순간 얼마나 안심했을지 상상해 보세요. 그 심정을 말로는 도저히 설명하지 못하겠거든요. 말로 표현할 수 없는 것이 있다는 걸 선생님도 아시잖아요.”
“그럼, 알지.”
의사는 고개를 끄덕였다. 의사는 말로 표현할 수 없는 뭔가를 생각하듯이 앤을 바라보았다. 하지만 의사는 나중에 그 생각을 배리 부부에게 말로 표현했다.
“커스버트 씨네 빨간 머리 여자아이 말이에요. 굉장히 똑똑하더군요. 정말로 그 애가 이 아기의 생명을 구한 거예요. 제가 이곳에 왔을 때 치료했다면 너무 늦었을 테니까요. 그 애는 재주가 있고 나이에 비해 아주 침착한 것 같아요. 저에게 상황을 설명해 줄 때 그 애의 눈빛과 같은 눈빛은 이제껏 한 번도 본 적이 없어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