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책 정보
· 분류 : 국내도서 > 소설/시/희곡 > 독일소설
· ISBN : 9791188694723
· 쪽수 : 312쪽
책 소개
목차
- 제 1장 (5p)
- 제 2장 (51p)
- 제 3장 (91p)
- 제 4장 (145p)
- 제 5장 (193p)
- 제 6장 (227p)
- 제 7장 (267p)
책속에서
“재미요? 시험이 재밌는 거라고 생각하세요? 전 그냥 집에 돌아와서 기쁠 뿐이에요. 아버지는 내일 올 거예요.” 한스는 신선한 우유를 한 잔 마신 뒤 창문 앞에 걸린 수영복을 집어 들고 내달렸다. 하지만 마을 사람들이 모이는 초원 근처 강가는 가지 않았다. 대신 마을에서 멀리 떨어진 곳으로 갔다. 한스는 이곳을 천칭이라고 불렀다. 수심 깊은 물이 높이 자란 덤불 사이로 천천히 흐르는 곳이었다. 한스는 옷을 벗고 손을, 곧이어 발을 차가운 물에 담갔다. 솜털이 곤두섰지만 곧바로 물에 몸을 던졌다. 느릿하게 흐르는 물살을 가르며 천천히 헤엄치다 보니 지난 며칠 동안 묵은 땀과 두려움이 씻겨내려가는 기분이었다. 차가운 강물이 연약한 몸을 감싸안자 한스의 영혼이 아름다운 고향에 돌아왔다는 새로운 쾌감으로 가득 찼다.
두 사람의 우정은 특별했다. 하일너에게는 즐거움이자 사치였고 마음대로 휘두를 수 있는 것이자 변덕이었다. 한스에게는 자긍심이자 소중한 보물이었고 어떤 때는 너무 거대해서 짊어지기 어려운 짐이었다. 여태까지 한스는 저녁 시간이면 늘 공부를 했다. 하지만 이제는 공부에 질린 헤르만이 거의 매일같이 다가와 책을 빼앗으며 함께 놀자고 했다. 한스는 친구를 매우 좋아했지만 그가 매일 밤 찾아올까 봐 두려움에 떨었다. 다른 학생들에게 뒤처질까 봐 자습 시간에는 두 배나 열심히 공부해야 했다. 하일너가 그런 노력까지 비웃기 시작하자 한스는 더욱 힘들어졌다. “날품팔이나 마찬가지야.” 하일너가 냉소적으로 말했다. “너는 공부를 즐기거나 하고 싶어서 하는 게 아니야. 선생님이나 네 아버지가 무서우니까 하는 거지. 그래서 1등이나 2등을 하면 뭐가 되는데? 나는 20등 이지만 공부만 파는 샌님들보다 멍청하지 않다고.”
한스는 자신의 손을 권력자가 내민 오른손 위에 얹 었다. 권력자는 진지하면서도 부드러운 눈빛으로 한스를 쳐다보았다. “그래, 그래야지, 친애하는 기벤라트 군. 다만 너무 지쳐서는 안 되네. 그러면 수레바퀴 아래에 깔려버릴 테니까.” 그는 한스의 손을 꼭 쥐었다. 한스는 한숨을 내쉬며 문 쪽으로 걸음을 옮겼다. 그때 교장 선생이 한스를 불러세웠다. “하나 더 있네, 기벤라트 군. 자네 하일너와 친하게 지내지 않나?” “네, 맞습니다. 상당히 친합니다.” “다른 친구들보다 하일너와 훨씬 친해 보이더군.” “그렇습니다. 그는 제 친구입니다.” “어떻게 친해졌나? 자네 둘은 성향이 전혀 달라 보이는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