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책 정보
· 분류 : 국내도서 > 인문학 > 교양 인문학
· ISBN : 9791188719303
· 쪽수 : 344쪽
· 출판일 : 2026-02-09
책 소개
_마르셀 프루스트, 《잃어버린 시간을 찾아서》
이광수의 「무정」에서 조남주의 「82년생 김지영」까지
교과서가 가르쳐주지 않은 우리 문학 속 시대 읽기
콘텐츠가 빠르게 소비되는 시대에서도 오래 남는 이야기
“한국문학은 우리 사회가 지나온 삶의 자화상이다”
오늘날 우리는 유튜브, 숏폼, 인스타그램처럼 짧고 강한 자극을 제공하는 콘텐츠가 넘쳐나는 시대에 살고 있다. 새로운 이야기는 끊임없이 쌓이고, 자극적인 콘텐츠일수록 더 빠르게 소비된다. 한마디로 ‘도파민이 터지는’ 이야기만을 좇는 시대다. 그렇기에 대부분의 이야기는 기억에 남기보다 스쳐 지나간다.
《최소한의 문학》은 그런 이야기들과는 다른 방향을 향한다. 이 책은 순식간에 소비되고 사라지는 이야기가 아니라, 100년이 지나도 여전히 읽히고 기억되는 이야기들에 관한 책이다. 여기서 소개하는 소설들은 갑자기 등장했다가 사라지는 유행이 아니라, 지난 100년 동안 사람들의 마음을 움직이고, 시대를 고발하며, 우리 자신을 돌아보게 해온 작품들이다. 그리고 앞으로 100년 뒤에도 여전히 그 시대를 비추는 거울일 될 이야기들이다.
이광수의 「무정」, 이상의 「날개」, 최인훈의 「광장」, 김승옥의 「무진기행」, 성석제의 「황만근은 이렇게 말했다」, 박민규의 「그렇습니까, 기린입니다」, 한강의 「내 여자의 열매」, 조남주의 「82년생 김지영」 등 모든 작품들이 자기 시대의 가장 내밀하고 민감한 지점을 피해 가지 않았다. 그래서 이 소설들은 과거의 기록에 머무르지 않고, 오늘의 독자에게도 여전히 말을 건넨다.
이 책이 말하는 ‘최소한의 문학’이란, 문학을 모두 알기 위해 필요한 분량을 뜻하지 않는다. 지금 우리가 살아가는 시대를 이해하고, 우리 자신의 삶을 돌아보기 위해 반드시 읽어야 할 이야기들을 가리킨다. 빠르게 소비되는 콘텐츠의 시대에도 문학이 여전히 살아남는 이유, 그리고 오래 기억되는 이야기의 힘이 무엇인지를 《최소한의 문학》은 차분하게 보여준다.
소설은 시대를 어떻게 사유해왔는가?
철학적·인문학적 질문을 품은 한국문학
이 책이 특별한 이유는 소설을 단순한 감상이나 교양의 대상으로 읽지 않기 때문이다. 《최소한의 문학》은 한국 소설이 이미 오래전부터 철학과 사회학의 핵심 질문들을 자기만의 언어로 사유해왔음을 설득력 있게 보여준다.
저자는 최인훈의 「광장」읕 통해서 우리 사회의 고질적인 문제인 이데올로기를 고찰하며, 김승옥의 「무진기행」을 자크 라캉의 상상계와 상징계 개념으로 읽어낸다. 무진은 규범과 책임으로부터 벗어나고 싶은 도피적 공간, 즉 ‘상상계’에 가깝고, 서울은 질서와 역할이 지배하는 ‘상징계’에 해당한다. 주인공이 그 어느 쪽에도 완전히 속하지 못한 채 흔들리는 모습을 통해서 상징계와 상상계 사이에서 갈등하는 현대인의 모습을 거울처럼 비춰준다.
그뿐 아니라 황석영의 「삼포 가는 길」을 통해서는 지그문트 바우만이 말한 ‘액체 근대’ 이론을 가져다 그 당시 관계가 느슨하고 일시적이며, 연대는 오래 지속되지 않음을 지적했고, 하근찬의 「수난이대」와 현기영의 「순이 삼촌」을 통해서는 국가에 의해 보호받지 못한 사람들, 국가 폭력으로 인해 상처받은 사람들의 비극을 그려낸다. 특히 아킬레 음벰베가 《네크로폴리틱스》에서 현대 국가 권력이 어떻게 죽음의 정치를 수행하는지를 분석한 장면은 현대 미국 정치에서 이민단속국 폭력적 진압 논란과 오버랩되며 더 깊은 생각을 갖게 한다.
이 외에도 조세희의 「뫼비우스의 띠」를 통해서는 프랑스 사회학자 앙리 르페브르의 ‘도시 공간이 자본과 권력에 의해 생산됨’을 지적했고, 윤흥길의 「완장」을 통해서는 미셸 푸코의 권력에 대한 논의를 살펴보며, 임철우의 「사평역」을 통해서는 에마뉘엘 레비나스가 “인간 존재의 근본을 ‘타자의 얼굴’과의 마주함에서 찾은 것”을 말하며 약자들의 연대를 강조하는 등 각각의 작품들을 통해 철학적·인문학적 질문들을 이어간다.
이처럼 《최소한의 문학》은 한국 소설들이 이미 시대를 깊이 사유해왔음을 보여준다. 철학이 개념으로 설명한 것을, 문학은 삶으로 먼저 보여주었다는 사실을 이 책은 분명히 한다.
명문 자사고, 상산고 선생님이 들려주는 문학 수업
“작품을 읽고 이해하는 힘을 기르는 능력이 중요하다”
최근 대학 입시에서 국어 교과의 중요성은 갈수록 커지고 있다. 어휘력과 문해력, 주제 파악 능력처럼 국어 수업에서 기르는 역량들은 이제 국어 과목에만 국한되지 않고, 모든 입시 과목에서 핵심적인 능력으로 요구된다. 그만큼 독서, 특히 문학 작품을 읽고 이해하는 힘의 중요성도 함께 높아지고 있다.
이 책의 저자는 전국 단위 자율형 사립고인 전주 상산고에서 오랜 기간 국어를 가르쳐온 현직 교사다. 책에 수록된 소설들 역시 중·고등학교 교과서와 참고서에서 반복적으로 다루어져 온 작품들이다. 이 책 《최소한의 문학》은 저자가 교실에서 학생들과 함께 수업하며 고민하고 토론해온 내용을 바탕으로 정리한 결과물이기도 하다.
전국에서 의대를 제일 많이 보내는 학교로 유명한 상산고의 국어 수업은 어떻게 이루어질까? 명문고의 국어 수업이 궁금한 학생과 학부모에게 이 책은 하나의 구체적인 가이드를 제시한다. 이 책이 제시하는 문학 읽기는 문제 풀이를 위한 독해가 아니다. 작품을 외우거나 정답을 찾아내는 방식도 아니다. 대신 실제 수업 시간에 오갔던 질문과 토론을 중심으로, 작품이 던지는 의미를 시대와 삶의 맥락 속에서 함께 풀어간다. 그래서 이 책은 ‘문학 수업’이면서 동시에 ‘사유의 수업’에 가깝다.
《최소한의 문학》은 작품을 시대적·사회적 질문과 연결해 읽는 방식을 통해 독해의 깊이를 자연스럽게 길러준다. 학생들에게는 수업과 시험에 모두 활용할 수 있는 읽기 방법을 제시하고, 교사에게는 실제 수업 설계에 참고할 수 있는 자료가 된다.
특히 책의 마지막에는 부록으로, 수록된 작품들이 어떤 교과서에 실려 있으며 어떤 방식으로 시험에 출제되어 왔는지를 정리한 교과 연계표가 실려 있다. 이는 이 책이 단순한 교양서를 넘어, 실제 교육 현장에서 충분히 활용할 수 있는 실천적인 안내서임을 보여준다.
K-팝, K-드라마, K-푸드, K-뷰티를 넘어 이제는 ‘K-소설’이다
“지극히 한국적인 주제가 세계인의 보편적인 감정을 자극한다”
K-콘텐츠의 힘은 ‘특수한 경험을 보편적 정서로 번역하는 능력’에서 나온다. 영화 〈기생충〉은 한국의 반지하라는 매우 특수한 주거 환경에서 출발하지만, 결국 전 세계가 공감하는 불평등의 문제를 건드렸다. 〈오징어 게임〉 역시 개인의 채무와 약자의 불안을 그리지만, 그 끝에서는 신자유주의 경쟁 사회가 만들어낸 보편적인 공포를 드러낸다. BTS의 음악 또한 한국 청년들이 살아가는 현실의 감정과 사회적 질문을 대중음악의 언어로 풀어내며, 국경을 넘어 전 세계적인 공감을 얻었다.
이처럼 K-콘텐츠는 언제나 지극히 한국적인 상황에서 시작한다. 분단의 현실, 압축 성장의 경험, 치열한 교육 경쟁, 가족주의, 계급 이동의 불안, 성공 강박, 그리고 좌절과 생존의 감각까지. K-소설이 다루는 주제들은 겉으로 보면 매우 로컬하게 보인다. 그러나 그것들이 이야기로 번역되는 순간, 특정 사회의 기록을 넘어 누구나 공감할 수 있는 보편적인 감정으로 작동한다.
그렇기에 지금 우리에게 필요한 것은 한국 소설을 단순한 과거의 작품이나 교과서 속 텍스트로 소비하는 것이 아니라, 이 시대를 이해하는 하나의 언어로 다시 읽어내는 일이다. 《최소한의 문학》은 K-소설이 어떻게 한국 사회의 특수한 경험을 보편적인 질문으로 확장해왔는지를 차분하게 짚어내며, 문학이 여전히 동시대적인 힘을 지니고 있음을 보여준다. 이 책은 빠르게 소비되고 잊히는 콘텐츠의 흐름 속에서, 우리가 어떤 시간을 지나왔고 지금 어디에 서 있는지를 되묻게 한다. 지금 《최소한의 문학》을 읽어야 하는 이유는 분명하다. 이 책은 한국 소설을 통해 우리 사회의 감정과 구조를 이해하고, 그 속에서 자신의 삶을 다시 사유할 수 있게 만드는 가장 단단한 출발점이기 때문이다.
목차
1부 식민지 조선, 꿈틀거리는 근대
계몽과 연애, 근대를 꿈꾸다 _이광수, 「무정」
제국주의와 식민지, 근대의 부산물 _현진건, 「고향」
도시, 규율, 그리고 소외 _박태원, 「소설가 구보 씨의 일일」
자본주의의 음침한 뒷골목 풍경 _이상, 「날개」
식민지 시대 포퓰리즘의 의의와 한계 _김정한, 「사하촌」
소외란 무엇인가 _이태준, 「복덕방」
공허한 이상과 실천 없는 현실 _채만식, 「치숙」
2부 운명, 전쟁, 이념의 굴레
자유의지와 운명의 변증법 _김동리, 「역마」
단절을 넘어 만남을 향하여 _황순원, 「학」
죽음 앞에 선 부조리한 인간 _오상원, 「유예」
국가는 누구의 곁에 있는가 _하근찬, 「수난이대」
끝나지 않은 전쟁의 증언 _이범선, 「오발탄」
이데올로기로부터의 자유 _최인훈, 「광장」
3부 성장의 그늘, 공존을 향해
전후 사회, 가족은 무사한가 _이호철, 「닳아지는 살들」
신뢰보다 절차가 우선하는 사회 _서정인, 「후송」
순수와 현실 사이에서 갈등하다 _김승옥, 「무진기행」
자유로운 표현을 지향하다 _이청준, 「소문의 벽」
길 위에서 살아가는 사람들 _황석영, 「삼포 가는 길」
국가 폭력과 트라우마 _현기영, 「순이삼촌」
도시, 누구를 위한 공간인가 _조세희, 「뫼비우스의 띠」
4부 모순의 시대, 상처를 넘어 연대로
모성은 어떤 신화를 만들었나 _박완서, 「엄마의 말뚝」
미시 권력은 어떻게 작동하는가 _윤흥길, 「완장」
소외된 삶과 고통의 연대 _임철우, 「사평역」
누가 그를 ‘바보’라 불렀는가 _성석제, 「황만근은 이렇게 말했다」
밀려나는 사람들, 남겨진 질문 _박민규, 「그렇습니까, 기린입니다」
화해와 공존을 위한 조건 _박범신, 「나마스테」
5부 경계없는 시대, 새로운 서사
탈언어적 존재로의 귀환 _한강, 「내 여자의 열매」
일그러진 가족, 구원의 빵집 _구병모, 「위저드 베이커리」
정상성 너머에 존재하는 가치 _김애란, 「두근두근 내 인생」
보이지 않는 것을 보는 힘 _정세랑, 「보건교사 안은영」
무감각의 시대, 공감은 가능한가 _손원평, 「아몬드」
가장 평범한 이들의 고단한 삶 _조남주, 「82년생 김지영」
부록: 교과 연계표
저자소개
책속에서

여기 실린 작품은 모두 어떤 방식으로든 ‘당대를 정면으로 마주한 이야기’다. 어떤 소설은 시대를 정면으로 고발하고, 어떤 소설은 시대를 회피하는 인물을 통해 오히려 더 깊은 상처를 보여준다. 어떤 소설은 분노로 터져 나오고, 어떤 소설은 체념으로 쓸쓸히 흘러간다. 하지만 공통점이 있다. 그것은 모두 ‘말하지 않으면 사라질 것들’을 이야기하고 있다는 점이다.
<머리말> 중에서
결국 박태원은 1930년대 식민지 조선의 경성을 통해, 근대화가 만들어낸 병리적 풍경을 누구보다 일찍 포착한 작가였다. 「소설가 구보 씨의 일일」은 단순한 도시 산책기가 아니라, 근대적 시공간이 어떻게 인간의 감각과 관계, 삶의 방식 자체를 규정하고 해체하는지를 증언하는 초기 보고서로 기능한다. 그리고 그 보고서의 핵심에는 늘 제자리를 맴도는 한 사내의 걸음, 구보의 ‘일일’이 있다.
<도시, 규율, 그리고 소외> 박태원, 「소설가 구보 씨의 일일」 중에서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