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책 정보
· 분류 : 국내도서 > 소설/시/희곡 > 추리/미스터리소설 > 일본 추리/미스터리소설
· ISBN : 9791188793105
· 쪽수 : 524쪽
· 출판일 : 2018-08-12
책 소개
목차
제2장 종이학을 접는 여자
제3장 거짓말 하는 남자
제4장 소녀 츠바키의 꿈
해설 오나기 하루노부
리뷰
책속에서
얼룩덜룩한 지갑을 무척 소중히 간직하면서 건강했던 아들과의 추억에 또 힘을 얻는 부인의 모습은 코지로가 새로운 일을 시작하는 계기가 되었다. 추억에 관한 물건이나 사람, 그리고 그것을 찾도록 도와주는 것도 의미가 있을지도 모른다고 생각하게 된 것이다.
아내와 둘이서 어려운 사람들을 위해 시간을 보내고 생각하고 행동하면 좋을 것 같았다. 자원봉사든 뭐든 남에게 도움이 되고 있다는 생각만으로도 아직 코시의 죽음을 추억으로 바꾸지 못한 아내를 다시 일으켜 세울 수 있지 않을까. 추억 탐정이라는 일은 그런 마음에서 비롯된 것이었다.
집에 간판을 걸자마자 지역 미디어의 취재로 의뢰가 늘기 시작했다. 앞만 보고 달려온 탓에 뭔가를 잊고 지내던 전후 세대가 주된 고객이었다.
무료로 운영하면 오히려 미심쩍어 할 거라고 매스컴 관계자가 말했다. 한편 의뢰인 중에는 실비보다 훨씬 비싼 탐정료를 지불하려는 손님도 있었다. 그래서 실비 플러스 보고서 작성 요금을 받기로 하고 코지로는 ‘추억 탐정’이 되었다.
원래 살던 집은 아내의 회복을 더디게 한다는 생각에 처분하고, 기존에 세무사가 자택 겸 사무소로 쓰던 건물을 매수해 지금 자리에 <추억 탐정 사무소>를 차렸다.
추억은 때때로 양날의 검이 된다는 사실을 코지로는 잘 알고 있었다. 아내처럼 추억 속에 갇혀 버리기도 하지만, 지갑을 소중히 여기는 부인처럼 살아갈 힘을 얻는 원천이 되기도 한다.
그러나 인생은 결국 추억이 쌓이고 쌓인 결과물이다. 좋든 나쁘든 그 사람이 살아온 발자취인 것이다. 거기에 모든 희로애락과 인간다움이 있다. 그걸 찾아 주는 것이 추억 탐정의 일이지 않을까.
‘진심으로 타인의 추억에 관여하고 싶다면 남을 가엾게 여기는 눈을 가져야 한다’던 돌아가신 아버지의 목소리가 들리는 듯했다.
코지로는 추억 탐정 일을 통해 언젠가 코시의 죽음을 받아들이고, 사무소 3층에 보관해 둔 아들의 소지품도 추억으로 꺼내볼 수 있는 날이 올 거라 믿고 있다.
“찾고 싶은 사람이 아들인가요?”
“아니에요. 아들은 이제 마음을 비웠어요.”
토모요는 눈을 감고 고개를 흔들었다.
“그것보다 아픈 남편을 돌보면서 저도 몸 상태가 많이 안 좋아져서요.”
“안색도 좋으시고 건강해 보이시는데요.”
코지로는 기운을 북돋아 주었다.
“부부는 닮는다고 하잖아요. 저도 남편이랑 똑같이 심근경색을 앓고 있어서 언제 죽어도 전혀 이상할 것도 없지요, 뭐. 다만 아직 하지 못한 일이 남아 있어요. 죽기 전에 꼭 그분께 감사를 드리고 싶거든요. 그걸 못하면 마음에 걸려서 후련하게 요단강을 건널 수가 없을 것 같아요.”
몸이 구부정한 것은 무의식중에 심장을 보호하고 있기 때문일지도 모르겠다.
“그럼 ‘그분’을 찾고 싶으신 거군요?”
코지로가 언제나처럼 녹음기의 스위치를 켰다.
“네, 맞아요. 그런데 워낙 옛날 일이라서…….”
“옛날 일이라도 괜찮습니다. 옛날이야말로 추억 탐정이 활약하는 무대니까 편하게 말씀해 주세요.”
“지금으로부터 62년 전 이야기예요.”
“62년 전이면 전후 동란기네요.”
“네……. 저는 당시 열네 살이었습니다. 오사카는 대공습 탓에 온통 불에 탄 들판이었죠. 불탄 들판이면 그나마 나은 편이었고 너덜너덜해진 건물 잔해 때문에 사람들은 얼씬도 못하는 상태였어요.”
토모요의 눈은 코지로와 유미를 번갈아 보고 있었지만 그 눈동자에는 두 사람의 모습이 아닌 62년 전 오사카의 풍경이 비치는 것 같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