책 이미지

책 정보
· 분류 : 국내도서 > 소설/시/희곡 > 라이트 노벨 > 기타 라이트노벨
· ISBN : 9791188793273
· 쪽수 : 228쪽
· 출판일 : 2018-07-04
책 소개
목차
목차가 없는 도서입니다.
책속에서
4평 남짓의 깔끔한 다다미방. 가구 하나 없는 방에 있는 거라고는 천장에 매달린 낡은 형광등뿐이었다. 그조차도 지금은 꺼져, 창문 너머로 들어오는 저녁노을만이 다다미를 붉게 태운다.
마키가 말한 ‘할머니’라는 사람은 어디에도 없다.
“아무도 없잖아.”
“아. 여기야, 여기.”
마키는 수납장 문에 손을 대곤 드르륵 하고 활짝 열었다. 그 순간.
“우와악!”
키즈나는 깜짝 놀라며 뒤로 물러났다.
중판 재질의 위아래 두 칸으로 나뉜 매우 평범한 벽장. 그 위 칸에 앉아 있던 후줄근한 기모노 차림의 노파가, 마키가 문을 연 순간 흐물거리는 움직임으로 아래 칸으로 이동한 것이다.
놀라웠다. 아니, 그 전에 기분이 나쁘다. 지금 그 움직임은 대체 뭐지? 설마 자신을 놀라게 하려고 계속 벽장에 숨어 있었던 건가?
새파랗게 질린 키즈나를 바라보던 마키가 고개를 갸웃거렸다.
“혹시 난도바바 처음 봐?”
“난도…… 뭐?”
“난도바바란다.”
노파가 벽장 아래 칸에서 삐죽이 얼굴을 내밀며 말했다.
“잘 모르면…… 내가 뭐라 말해도 못 믿을 테니 구글로 검색해 보렴.”
“……아, 네.”
어안이 벙벙해진 키즈나가 스마트폰을 꺼내 검색해 보니…….
「난도바바(納?婆)
벽장에서 살며 사람을 놀라게 한다. 벽장에서 튀어나와 마룻바닥 밑으로 도망가는, 사람을 놀라게 할 뿐인 요괴.」
“……그렇구나…….”
키즈나는 마치 신음하듯 중얼거렸다.
요괴가 있을 리 없다고 생각하지만, 눈앞의 상대가 ‘사람을 깜짝 놀라게 할 뿐인 요괴’인 것과 ‘스스로 요괴라고 철석같이 믿는 위험한 사람’ 중 어느 쪽이 더 무서울까, 하고 고민한 결과 일단 전자를 믿어 보기로 했다.
“자! 키즈나 오빠! 여기! 여기 비었어!”
“아아, 예예!”
그렇게까지 안 해도 빈자리는 많은데. 다른 승객의 시선이 따갑다. 키즈나는 재빨리 다가가 마키 옆에 앉았다.
“그리고 열차 안에서 소란 피우는 것도 금지야.”
“알았어! 무슨 소리 난다, 소리!”
대답하자마자 출발 벨 소리에 소란을 피운다.
“문 닫혔다! 움직인다!”
“일일이 설명하지 마!”
정말이지, 잘 듣고는 있는 건지. 마키는 창문을 향해 몸을 돌려 무릎 꿇고 앉더니 점점 가속하는 풍경에 맞추듯 고개를 좌우로 끄떡이기 시작했다.
“대단하다! 빠르다! 오보로구루마보다 빨라!”
오보로구루마는 또 뭐지? 아마 요괴 이름이겠지만…… 궁금한 마음에 스마트폰으로 검색을 하니,
우마차(牛馬車)에 거대한 안면이 달린 사진이 나왔습니다.
“잠깐……! 마키 너, 이거 탄 적 있어?!”
스마트폰을 보여 주며 묻자 마키는 화면을 잠깐 쳐다보더니 이내 흥미 없다는 듯 곧바로 창밖으로 시선을 돌렸다.
“가끔.”
“대단한데?”
“그럼 다음에 키즈나 오빠도…….”
“안 타.”
“열차가 더 대단해. 안 흔들려.”
“오보로구루마 체면이 말이 아닌데?”
나중에 마키를 태웠더니 열차가 더 대단하다는 말에 충격 받아 낙담하는 오보로구루마를 상상해 봤다. 좀 불쌍하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