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책 정보
· 분류 : 국내도서 > 요리/살림 > 원예/조경/텃밭
· ISBN : 9791188806713
· 쪽수 : 260쪽
· 출판일 : 2025-10-31
책 소개
‘20세기 정원의 아버지’라 불리는 독일의 숙근초 육종가이자 작가였던 칼 푀르스터는 포츠담 북서쪽 보르님 평야에 있던 감자밭에 숙근초 육종·재배장을 만들었다. 푀르스터 가족이 살았던 집과 집 정면의 선큰정원, 집 뒤의 암석정원, 그리고 그 주변을 감싸고 있는 봄길, 자연정원, 가을정원까지. 칼 푀르스터는 이 주제별 공간에 육종하고 재배한 숙근초를 심어 이 식물들이 어떻게 살아가고 어떤 방법으로 그 아름다움을 펼치는지 보여 주었다. 바로 이 전시정원이 정원사들의 순례지가 된 칼푀르스터정원(보르님 정원)의 시작이다. 칼 푀르스터가 60년 동안 모든 것을 바친 이 공간을 아내 에바가 이어받아 20년, 딸 마리안네가 20년을 돌보고 가꾸었다. 그리고 마리안네가 세상을 떠난 후에도 독일문화재보호재단이 주택과 정원을 맡아 이 의미 있는 정원 유산을 보존하고 있다.
아버지처럼 ‘정원이 되어 버린’ 딸의 정원 일기
1931년 포츠담 보르님에서 태어난 마리안네는 ‘숙근초 사이에서 태어난’ 아이였다. 아버지 밑에서 정원사 교육을 받고 유럽을 돌며 견문을 넓힌 후, 벨기에 브뤼셀에서 30년 동안 정원디자이너로 활동하다 어머니와 정원의 일곱 계절을 돌보기 위해 집으로 돌아온 마리안네는 2010년 죽기까지 단 하루도 정원을 떠나지 않았다.
마리안네는 매일 아침 정원이 한눈에 내려다보이는 거실 식탁에 앉아 오늘의 날씨를 기록하고, 저녁에는 그날 눈과 마음속에 담았던 정원의 모습을 일기에 남겼다. 칼푀르스터정원을 찾는 이들이 자주 묻는 질문에 답하기 위해 썼다는 이 비범한 정원 일기는 식물을 사랑하고 정원을 가꾸는 사람이라면 마음 깊이 공감할 수 있는 문장으로 가득하다. 초봄, 봄, 초여름, 한여름, 가을, 늦가을, 겨울, 이렇게 ‘일곱 계절’의 흐름에 따라 정원 곳곳을 밝히는 수많은 식물과 정원에 기대어 사는 동물, 정원을 찾는 사람들의 이야기가 펼쳐진다. 읽다 보면 마리안네의 정원을 향한 따뜻한 시선과 재치 있는 글의 매력에 금세 빠져들게 된다. 책장을 넘기면서 마리안네의 설명을 들으며 정원 구석구석을 천천히 돌아보는 듯한 기분을 느낄 수 있다.
2005년에 출간되어 다음 해 독일정원가협회 우수도서상을 수상하며 베스트셀러가 된 이 책은 지금까지도 정원 분야의 중요한 책으로 평가받는다. 마리안네가 세상을 떠난 이후에도 주택과 정원은 보존되고 있지만, 기후변화의 영향으로 관리가 점점 어려워지자 이 책의 재출간이 결정되었다. 2024년에 출간한 증보판에는 원문을 유지하되 변화한 정원의 모습을 새롭게 촬영해 실었고, 정원디자이너 마리안네를 조명하는 글과, 책에 종종 언급되는 칼 푀르스터의 ‘색의 삼화음’에 관한 내용도 추가했다. 절판 이후 새롭게 정원 독자들을 찾아가는 한글판에는 칼푀르스터정원의 식물이 궁금한 정원사들을 위해 세세한 식물 목록도 새롭게 정리해 추가했다.
칼 푀르스터의 딸이 아닌 정원디자이너 마리안네
마리안네는 정원을 찾은 방문객들에게 “당신이 칼 푀르스터의 딸인가요”라는 질문을 자주 받았다. 마리안네는 그들에게 이렇게 ‘뼈 있는’ 대답을 했다. “내 직업은 아버지의 딸입니다.” 마리안네는 칼 푀르스터의 딸이기도 했지만 왕성하게 활동하며 좋은 작품을 남긴 조경가이자 정원디자이너였다. 칼 푀르스터가 만들었지만, 이 정원의 최근 모습은 딸 마리안네가 새롭게 채우고 다듬은 것이다. 20년 동안 온 힘을 다해 완성한 마리안네의 마지막 작품이 바로 ‘칼푀르스터정원’인 것이다. 마리안네는 1991년부터 2010년까지 부모가 물려 준 유산, 보르님의 집, 그리고 정원과 식물을 모두 지켜 냈다. 특별히 이 증보판에는 벨기에의 주택정원과 포츠담의 슐로츠 가족 정원 등 정원디자이너 마리안네의 작품을 볼 수 있는 지면이 추가되었다. 화려하면서도 조화롭고 매우 역동적인 마리안네의 정원 작품을 따로 볼 수 있다는 것도 이 책의 매력 중 하나다.
목차
옮긴이의 글
발행인 서문
정원디자이너 마리안네 푀르스터
저자 서문
보르님 정원의 어제와 오늘
칼 푀르스터 연혁
초봄 : 2월 말에서 4월 말까지
봄을 기다리며 | 부활절에 돋아난 첫 단풍잎 | 봄길에 시작된 꽃의 행렬
봄 : 4월 말에서 6월 초까지
봄 교향곡에 섞인 작은 북소리 | 구근식물들이 펼치는 색의 잔치가 시작되다 | 선큰정원에 가득한 봄기운 | 모란, 슐레지엔에서 온 귀한 손님 | 볼프강이라 불린 금붕어 | 보르님 정원의 동물들 | 잘라 주어야만 하는 것들 | 만병초 미인들 | 일찍 꽃을 피우는 관목장미들 | 꿈처럼 매일 변신하는 정원 | 색의 삼화음 | 이제는 여름이 와도 좋다 | 나팔꽃 작전 | 대형 화분의 전통을 이어 가다
초여름 : 6월 초에서 6월 말까지
장미는 언제 보아도 기쁘다 | 장미의 기사에 관하여 | 시심 가득한 신세대 장미 기사들 | 살비아의 전성시대 | 아버지의 비비추 사랑
한여름 : 6월 말에서 8월 말까지
언제나 환영, 정원을 찾아온 사람들 | 한여름의 정원 관리 | 8월은 선물이 가장 많은 달 | 노루오줌, 그늘에 가려진 보물 | 풀협죽도의 향기 | 파란 풀협죽도를 찾아서 | 연못, 모두 궁금해하는 곳 | 태양의 신부는 키가 너무 크지 않아야
가을 : 8월 말에서 11월 초까지
세계적으로 명성을 떨친 보르님 품종 | 두더지와 물밭쥐에 관하여 | 해마다 커지는 그늘 | 첫서리의 매력 | 새신랑 새색시 인사드립니다 | 가을정원의 프리마돈나들 | 가을의 마법 | 정원 애호가들에게는 힘든 시간 | 육종가 이야기는 늘 흥미롭다
늦가을 : 11월 초에서 12월 초까지
겨울 : 12월 초에서 2월 말까지
성탄절 장식 만들기 | 겨울잠
칼 푀르스터의 색의 삼화음
식물 목록
책속에서

이 책을 쓰면서 지금은 내 정원이 된 아버지의 정원을 새삼 다른 눈으로 바라보게 되었다. 예전에는 당연하던 것들이 새삼스러워졌고, 다른 사람들 눈에는 어떻게 비칠지 마음이 쓰이기도 했다. 물론 전보다 훨씬 더 비판적으로 바라보게 되어서 함께 일하는 정원사들이 힘겨워하기도 하지만 정원이 내 가슴속에 보다 더 깊숙이 자리 잡은 것 같다. 독자들이 나의 이런 마음에 공감할 수 있었으면 좋겠다. 누군가 최근에 이런 글을 방명록에 남겼다. “이제 이 정원은 그대 아버지의 것이 아닙니다. 이제는 그대의 정원이지요. 사람들이 사랑하는 아름다움도, 부족한 점도 모두 책임져야 할 사람은 이제 당신입니다.” 내 생각은 이렇다. 아버지가 아주 오래전에 이 공간을 만들었고, 그 안에서 살아가고 있는 생명들은 이미 오래전부터 내 과제라고.
새로운 식물을 손에 들고 심을 자리를 찾아 정원을 돌아다닐 때면 아버지와 마음속으로 대화를 나누곤 한다. “이 식물을 어디에 심어야 잘 어울릴까요?” 위의 삼화음은 아버지도 칭찬할 것 같다. 노란색과 분홍색을 같이 조합하는 것을 아주 싫어하셨는데, 내가 보기에 연한 레몬색과 살구색이 도는 분홍색은 괜찮아 보인다. 정원을 찾은 방문객들과 대화하다 보면 여태 색의 조화에 둔감하던 분들이 귀를 바짝 세우고 경청하는 경우가 많다. 정원에는 흰 꽃이 많을수록 좋다. 색과 색 사이에서 완충 역할을 해 주고, 서로 어울리지 않는 것들도 연결해 주기 때문에 흰색은 빠질 수 없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