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책 정보
· 분류 : 국내도서 > 소설/시/희곡 > 역사소설 > 한국 역사소설
· ISBN : 9791188850518
· 쪽수 : 388쪽
· 출판일 : 2019-04-10
책 소개
목차
연모하지 않을 방도
살아주십시오, 저를 위해
쥐덫을 놓다
개 값 두 냥
회화나무 아래를 걷다
반란의 서막
광대, 진짜 왕이 되다
저자소개
책속에서
날이 밝기 전에 법천사를 떠나온 이규가 도성 문에 들어선 시각은 동살 걷힌 아침이었다. 하선을 오랫동안 혼자 두었기에 이규의 발걸음은 저도 모르게 빨라지고 있었다. 도성 문 앞에 사람들이 모여 있었지만 신경 쓸 틈이 없어 그냥 지나치려는데 이때 이규의 귓가에 차마 생각지도 못한 말소리가 들려왔다.
“이 얼굴을 한 광대가 나라의 임금 노릇을 하고 있다……. 이게 무슨 해괴망측한 소리야?”
가던 발길을 돌린 이규가 다급하게 사람들이 모여 있는 쪽으로 다가갔다. 그곳에 낯익은 얼굴이 보였다. 하선의 얼굴이 그려진 벽서(壁書, 벽에 글을 써서 붙이는 방의 일종)가 붙어 있었다. 하선의 얼굴 아래에는 언문으로 ‘이 얼굴을 한 광대가 나라의 임금 노릇을 하고 있다’라고 쓰여 있었다. 이규는 충격으로 온몸이 얼어붙었다.
- 임금의 얼굴은 광대의 얼굴 중에서
소운은 책장의 다른 책들을 꺼내 들었다. 다른 책에도 여지없이 쪽지가 끼워져 있었다.
평생 그리워하다 죽는다 해도, 그대를 알게 된 것으로 난 행복하오. 보고 싶소. 보아도 보아도 계속 보고 싶소. 궁에서 제일 높은 곳으로 오시오. 중전을 기다리고 있겠소.
소운은 쪽지를 하나씩 챙겨들었다. 장난스러운 표정으로 서책 사이에 쪽지를 끼웠을 지아비의 모습이 눈에 선했다. 수많은 고백을 선물받은 소운은 충만한 마음으로 궁에서 제일 높은 곳을 향해 숨차게 달려갔다.
- 임금의 얼굴은 광대의 얼굴 중에서
“가납하여주시옵소서!”
“전하! 통촉하여주시옵소서!”
대소신료들과 유생들 모두 한목소리로 하선을 압박해왔다. 인정문 너머 주호걸을 보던 하선의 표정이 매섭게 변했다.
“신분이 비천한 자는 중한 일을 할 수 없다? 기회는 줘봤소? 저들이 중한 일을 잘하는지 못하는지 시켜보기는 했소?”
“전하를 보필하여 한 나라를 다스리는 일이옵니다. 하늘의 뜻을 살펴 바른 정치를 하고자 함이옵니다! 저들에게 함부로 기회를 내어주면 나라의 기강과 질서를 무너뜨리는 패착이 될 것이옵니다!”
신치수가 물러서지 않고 더욱 목소리를 높였다.
“바른 정치? 하늘의 뜻? 개똥 같은 소리 하지 마시오!”
임금의 입에서 떨어진 거친 말에 신치수가 흠칫 놀라 하선을 보았다.
“천한 놈은 무조건 안 된다는 게 하늘의 뜻이라면 내 그 뜻을 따르지 않을 것이오! 맞서 싸울 것이오!”
- 연모하지 않을 방도 중에서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