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책 정보
· 분류 : 국내도서 > 에세이 > 한국에세이
· ISBN : 9791189052454
· 쪽수 : 264쪽
· 출판일 : 2022-03-15
책 소개
목차
책을 내며
제1장 집시의 춤 플라멩코
고추잠자리의 꿈
MZ 세대 그리고 라떼 세대
천재들이 숲으로 간 이유
나훈아가 찾는 소크라테스형!
집시 삶의 예술 플라멩코
神의 놀이
나의 화살은 지금 어디를 겨누는가?
달콤한 절망, 첫사랑
아프리카 少女의 눈망울
좋은 에세이, 팔리는 에세이, 망하는 에세이
神과 부처를 죽이는 일
오징어 게임 속의 세상
제2장 꽃, 그 은밀한 세계
꽃의 변신도 무죄일까?
복사꽃 그 분홍빛 수줍음
과수원 길에 핀 하얀 꽃
은밀한 사랑의 열매 무화과
흰색 카네이션
100일의 불타는 기도
한 송이 국화꽃을 피우기 위해
자기를 사랑한 수선화
양귀비의 요염한 사랑
별을 닮은 꽃 코스모스
죽어서 피우는 꽃
제3장 누가 버지니아 울프를 두려워하랴
잃어버린 길
거리두기의 인간학
누가 버지니아울프를 두려워하랴
기둥에 걸려 있는 깨달음의 길
임계장臨契長은 누구입니까?
세상의 카사노바들
여자와 남자의 길
하얀 거짓말과 빨간 거짓말
인연의 굴레
정情을 줍던 날
부르지 못한 언어의 노래
삶은 무의미하기 때문에 오히려 의미가 있다
제4장 한여름 밤의 꿈
지옥과 같이 뜨겁고 키스처럼 달콤한
한여름 밤의 꿈
부부 기념일에 관한 작은 생각
뱁새의 항변
날지 않는 새의 사연
헤어지는 법 연습하기
인간의 의지는 부질없는 것인가?
인간의 두 얼굴
행복은 삶을 왜곡한다
화롯불과 모닥불
어리석음의 미학
제5장 아름다운 소멸
빛이 없어야 더 빛나는 땅위의 별
수컷의 꿈, 그 불멸
흰 소를 찾는 사람들
아름다운 소멸消滅
봄 택배
아버지가 사라져간다
백신 주사를 맞던 날
오월의 터널 걷기
세 가지의 물음
사자성어四字成語 산책
나도 모르게 준 상처
저자소개
책속에서
가을 채색인 단풍과 억새의 판타지 속에 햇살 밝은 오후 바람도 없는 날, 하늘에 홀연히 나타난 고추잠자리는 가을빛이 듬뿍 물들어 있다. 참 맑고 가벼운 모습이다. 햇빛을 통과시키는 삽상한 날개, 창자를 토해낸 듯 홀쭉한 배, 청잣빛 눈동자 그 어디에도 어두운 그림자 같은 건 보이지 않는다. 한 소절 노랫소리도 바람을 깨우는 날갯짓도 없이 침묵이 전부다. 내 마음 그가 떠 있는 높이만 올려놓고 내려다보았어도 세상사에 흔들리는 일 절반쯤 줄어들지 않았을까 싶다, 얼마를 덜어내고 비워야 저만큼 홀가분하고 가벼울지 부러울 뿐이다.
투명하고 진실한 것들은 오래 침묵한다. 무엇을 설명하고 해명하랴. 우리는 많은 말이나 큰소리가 삶의 큰 의미를 실을 수 없고, 때로는 독이 될 수도 있어 줄여야 할 때가 많다. 침묵보다 나은 말이 있을 때만 비로소 입을 열어야 하는 현명함이 필요하다. 언어와 소리가 사라진 뒤에야 보이기 시작하고 설화도 사라지고 맑은 향기가 퍼지리라. 고추잠자리의 맑고 투명한 침묵은 고행 승의 게송偈頌처럼 무겁지도 지루하지도 않을 것 같다.
- <고추잠자리의 꿈> 중에서
나이가 들면 사소한 것에도 시비를 걸지 말고 모든 것을 내려놓고 ‘나’라는 자아가 죽어야 한다. 자아가 죽은 빈 공간에서만 예수나 부처, 공자 등 성인의 가르침을 따라갈 수 있을 것이다. 그러기 위해서는 활시위를 밖이 아니라 내 안의 자아를 겨누어야 한다. 기나긴 인류의 역사에서 인간은 제 방식대로 이기적이다. 겉보기에 이타적인 사람의 배후에도 역시 이기성밖에 없다는 걸 느낄 때가 많다. 생각해 보면 이제까지 나 나름의 이기적인 사고로 살아온 일생이었다. 그동안 내가 밖으로 날린 화살은 무의미해졌다. 진짜 과녁은 바로 내 안에 있는 이기적인 마음이었음을 알았다.
- <나의 화살은 지금 어디를 겨누는가?> 중에서
사랑은 상대방에 대한 일종의 과대평가의 감정을 수반한다. 한마디로 말해 사랑에 빠진 사람의 눈에는 상대방이 일종의 유일신으로 보인다는 것이다. 그러니 지금까지 소중하다고 생각해왔던 부모, 친구, 심지어 조국마저도 그들 눈에는 들어올 리가 없다. 이렇듯 뜨거웠든 사랑이 언제 떠나는지 확인할 수 있는 시기를 감지할 때가 있다. 상대방이 더 이상 내 삶에서 주인공이 아니라 다른 사람과 비교 가능한 사람이 되는 순간이다.
사랑의 비극은 미움으로 변할 때이다. 사랑에 수반되었던 ‘과대평가’의 감정은 이제 멸시의 감정으로 변하게 된다. 과대평가가 상대방을 이 세상의 유일한 주인공으로 만들어주는 감정이라면, 멸시는 상대방을 평범한 사람보다도 못한 사람, 한마디로 무가치한 사람으로 만드는 감정이다. 남들이 평가하는 것 이하로 여겨지는 시기다. 눈에 씌웠던 콩깍지가 벗어지기 시작하면서 부와 권력을 갖고 있던 한쪽에선 인격의 비교가 아닌 신분의 비교가 떠오를 것이다.
- <누가 버지니아울프를 두려워하랴> 중에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