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책 정보
· 분류 : 국내도서 > 소설/시/희곡 > 시 > 한국시
· ISBN : 9791189128876
· 쪽수 : 132쪽
· 출판일 : 2020-10-09
책 소개
목차
1부 슬픈 순환
봄날
소금쟁이
염소의 힘
전어
짱뚱어 1
송홧가루
회화나무
떨어진 동백꽃
혈육
황룡강 미루나무
숨구멍
식분증
국도의 거울
짱뚱어 2
메타세쿼이아
2부 진달래는 메가폰이다
무등산
삵
나무 물고기
밤 기차
말
되새 떼
5월의 딱따구리
진달래는 메가폰이다
평사리, 거기
꼬리조팝나무
벚꽃
대지
3부 생명을 틔우는 마술
덧니
연리근
관계
마술
고인돌
산돼지
세숫대야論
나는 도대체 몇 번째 나인가
물소리
파도
참새 떼
혈압기
먹이사슬
착시
아무래도 눈이 올 것 같아
4부 최후처럼 주저앉고 최초처럼 일어서는
쓸쓸한 무대
단식
해가 질 때 뜨는 해
사랑
불회사 장승
노점상 사내
빨간 고무장갑
보성 가는 길
혼잣말
거리
말집
사라지지 않는 방울뱀
발문
옹이와 뿔
- 김형중(문학평론가)
저자소개
책속에서
고개를 넘자
봄밭에서
라면발 같은
아지랑이 어질어질하다
무덤 속에서
허리 지지고 누워 있던 사람 하나
한숨 잘 잤다며
벌떡 일어나
살아 돌아올 것 같다
-「봄날」 전문
바람에 떠밀려 산에 오른다
산길엔 집 몇 채,
설핏 돌아서는 모서리에
복사꽃 환하다
도장 박듯 동그랗게 둘러선
꽃들은 봄이면 무슨 서약을 지키려는 것인지
둥근 무덤 하나 밭 가운데 끌어안고 있다
에헤라, 거기쯤
누구나 들어갈 수 있지만
아무도 다시 나올 수 없는 곳
그 곁에서 할머니가 둥근 무씨를 던진다
세상의 모든 것은
둥글어지기 위해 움직이는 것은 아닐 건데
살다 보면 나도 모르는 사이
각이 죽어 둥근 숨 쉬고 있다
복사꽃잎 몇 낱 챙겨 든 할머니의 둥근 손이
다 안다는 듯이 무씨 속에 잠든 숨소리
가만히 끌어당겨
흙 속에 내려놓는다
-「평사리, 거기」 전문
세숫대야를 보면
징을 닮았다는 생각이 든다
세수를 하고 비누 거품으로 가득 찬 물을 버리면
무언가를 말하고 싶다는 투로 그려진
세선의 물결무늬
물속의 네 육신이 흔들리고
어푸어푸 물먹은 네 육신이 흔들리다 멈추어 섰을 때
지나온 내 꿈보따리를 뒤적이다 보면
나 또한 너처럼 사무친다
우리 모두는 울고 싶은 거다 혹은
말하고 싶은 거다
우리가 가는 여행에 대해 아무도
증거하지 않았지만
대개는 자신의 억울함에 대해
눈시울 적시며 살아왔고 살아가고 있는 거다
징, 하고 울린 적 없지만 너처럼
속으로 감춘 말줄임표가
한없이 가슴속에 그려져 있는 거다
-「세숫대야論」 전문