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책 정보
· 분류 : 국내도서 > 소설/시/희곡 > 시 > 한국시
· ISBN : 9791189205256
· 쪽수 : 128쪽
책 소개
목차
1부 꽃
꽃·14
봄의 사랑·15
봄·16
왓찰롱 사원·18
희망·19
계룡산 1·20
계룡산 2·21
계룡산 3·22
콩나물의 신비·25
삶·26
이별·27
나그네·28
권주가·29
손녀·30
아래와 위·31
벽·32
조용·33
화두·34
2부 구름
감자·36
비와 소나무·37
어느 여름날의 풍경·38
숲 속에서·39
칡·40
어금니·42
섬 1·44
섬 2·45
모자·46
본색·47
비 오는 저녁·48
왜 사느냐고·50
게구멍·53
홍수·54
안구·56
넝쿨장미·57
개와 친구·58
3부 단풍
가을·62
나이·63
청문회·64
오늘·66
환갑·67
중년 부부의 대화·68
탑·70
당근·71
사과·72
근황·74
좋은 시·76
은행나무·78
선물·79
산책·80
어떤 추억·82
감사한 하루·84
한용운님께·85
4부 눈
자전거·90
바닥·91
눈 내리는 저녁·92
시간·94
어머니와 아내·95
이뭐꼬·96
12월·97
지금 이 자리·98
기쁜 안녕·100
메리 크리스마스·101
산·102
근대 서양 과학·104
황홀·106
거대한 무덤·108
호박 이야기·110
24절기·112
오래된 오늘·114
■ 자작시 해설 | 이효범
시란 무엇인가·116
저자소개
책속에서
1부 꽃
꽃
꽃을 꺾는 것처럼
꽃을 정의하는 것은
꽃에 대한 폭력이다.
예쁘다고 함부로 말하지 마라.
바람처럼 건성으로 건드리지 마라.
생명을 건 저 절규 소리를 들어라.
빛 속에서 탄생하는 저 경이로움
시간 속으로 소멸하는 저 장엄함
허무를 찌르는 저 마지막 승부수
절정은 이미 절정을 넘는다.
꽃은 꽃이 아니다.
꽃을 죽은 언어로 가두지 마라.
꽃은 언제나 우리의 의식 밖으로 빠져나간다.
온전히 잡히지 않는 꽃
그래서 꽃은 사랑스럽다.
그래서 꽃은 꽃이다.
봄의 사랑
어깨에 힘을 빼요.
굳은 어깨로는
멀리 공을 칠 수 없어요.
허리도 부드럽게
욕심은 줄이고.
우리 사랑도
그렇게 해요.
터치는 가볍게
만남은 부담 없이
질투도 엷게, 아주 엷게.
무겁고 난해한 건 헌책에 맡겨요.
쥐 잡는 눈빛은 아주 싫어요.
봄비같이, 연한 풀잎같이
우리 그렇게 사랑해요.
봄
봄은
문을 열고 나와
보라고 봄이다.
그래, 걸어 나와야 봄이다.
몸도 나오고 영혼도 따라 나와야 봄이다.
산속에서 물도 나오고, 언 땅에서 새싹도 나오고,
고목에서 잎도 나오고, 뱀도, 벌도, 나비도 나와
화엄을 이루는 세상
그런 찬란을 보라고 봄이다.
햇살 위에 햇살이 겹치고
파도 위에 파도가 덮치듯이
영혼 위에 영혼이 넘쳐
새롭게 보라고 봄이다.
바닥 없는 바닥에서
어둠 없는 어둠에서
보이지 않는 것들이 보이는 것들을 만들고 있는
저, 성스런 선한 손길을 보아라.
아주 먼 길을 숨차게 달려온 생명들은
환희로 자신의 존재를 노래한다.
그러나 그 노래는 고등어 등처럼 비릿하다.
그러나 그 노래는 거미줄에 걸린 이슬처럼 아슬하다.
비릿하고 아슬한 노래만이 이 땅의 진리이다.
그런 진리를 보라고 봄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