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책 정보
· 분류 : 국내도서 > 소설/시/희곡 > 시 > 한국시
· ISBN : 9791189205430
· 쪽수 : 144쪽
책 소개
목차
1부 바오밥나무 봉선화
봉선화·12
노을을 넘어가네 ― 바오밥나무 봉선화 1·13
대문 앞 바오밥나무 ― 바오밥나무 봉선화 2·14
플라멩코 춤사위 ― 바오밥나무 봉선화 3·16
꽃잎 찧어 무명실로 ― 바오밥나무 봉선화 4·18
일용할 양식 ― 바오밥나무 봉선화 5·19
오막살이 집 한 채 ― 바오밥나무 봉선화 6·20
외로움은 비를 맞아가며 ― 바오밥나무 봉선화 7·22
봉선화 꽃잎 몇 개 띄우듯 ― 바오밥나무 봉선화 8·24
빚쟁이 세월 ― 바오밥나무 봉선화 9·26
땅심 받은 백합 ― 바오밥나무 봉선화 10·28
심장의 더듬이로 ― 바오밥나무 봉선화 11·30
투탕카멘의 황금마스크 ― 바오밥나무 봉선화 12·32
쌍화점·34
2부 출구 상실
바람 소리·38
기다림·39
모항에서·40
홍시·42
공무도하가 ― 아소 님하 그 강을 건너지 마오·44
참게장·46
깻잎 김치·48
알리바바와 40인의 도적·50
출구상실·52
하얀 나비를 보았어요 ― 그녀의 명복을 빈다·54
헌화가·56
천년의 고독·57
한·60
인생·62
미상·64
돌아눕는 강·66
3부 햇빛 속에 도망친
햇빛 속에 그을린 달빛 ― 햇빛 속에 도망친 1·70
뒤뚱거리던 마지막 통화 ― 햇빛 속에 도망친 2·72
햇빛 속에서 소금 기둥으로 ― 햇빛 속에 도망친 3·74
깍지 낀 달빛 속에서 ― 햇빛 속에 도망친 4·76
나주벌 햇빛 속에서 ― 햇빛 속에 도망친 5·78
산통 깨진 인연 ― 햇빛 속에 도망친 6·80
햇빛 속에서 쏘아붙인 ― 햇빛 속에 도망친 7·82
햇빛 속에서 시위를 당긴 ― 햇빛 속에 도망친 8·84
다시 김치가 되어 ― 햇빛 속에 도망친 9·85
세계 최고가 되고 싶다던 ― 햇빛 속에 도망친 10·86
햇빛 속에서 쓴 ― 햇빛 속에 도망친 11·88
김치가 되어 ― 햇빛 속에 도망친 12·90
열려라 참깨! ― 햇빛 속에 도망친 13·92
4부 상사화
백 년 동안의 고독·96
술래잡기·98
햇볕 한 조금·100
예감·102
잠·104
두통·106
옆집 총각의 상사화·107
상사화·108
분노 ― 2015년 10월 5일·110
깨어나라, 인디언!·112
낯선 거리에서 ― 그것이 알고 싶다 사건·114
부디, 영면하소서·116
병마·118
인생의 저녁에·120
■ 해설 | 호병탁
‘땅속줄기식물rhizome적 사고’로 확장되는 놀라운 시의 세계·123
저자소개
책속에서
1부 바오밥나무 봉선화
봉선화
봉선화 꽃잎이 술잔에서 맴돈다.
반쯤 쉰 아버지 메나리 소리
뒤로 젖힌 고개
목청껏 꺾어진다
깡마른 몸매에
왼편 허리춤에 갖다 댄
고집 센 손아귀는
허물어질까 다시 추슬러보는
아스라한 젊은 날의 꿈
흩어진 꿈 매만져주는
울 밑에 선 봉선화
꽃잎이 술잔에서 맴돈다
갈라 터진 입술 사이
목쉰 소리 풀어헤치며
노을을 넘어가네
― 바오밥나무 봉선화 1
땅 위로 뻗어 간 밑둥치
나무를 뽑아 거꾸로 세운 듯
색다른 생김새
많은 것 말할 것 없이
그냥 생긴 그대로
큰 나무 둥치는
서른 명의 아름드리에도
닿지 않아
두세 가닥 인삼 하체로
봉퉁아리진 튼실한 줄기
농가 앞 봉선화를 그리워하며
터벅터벅
노을을 가네
오늘도
대문 앞 바오밥나무
― 바오밥나무 봉선화 2
봉선화 한 그루 시골 농가 대문 앞에 우뚝 버티고 있었다
작은 식물 바오밥나무였다
본래 줄기는 봉퉁아리져서 몇 가닥의 인삼 하체였다
쏟아 붓는 태양의 작렬에 녹아내리다 용암으로 굳어졌는가
울 밑에 선 여릿한 자태는 간데없고
햇살의 따가움과 바람에 씻기어
바다에서 소금 바람에 내어 말린 선원의 등짝
떡 벌어져 땅 위에서
꽃대궁 색깔도 구릿빛으로 물들고
누구를 맞이하려는가
굵은 모가지로 받아치는 분기탱천한 땡볕
애달픈 그리움은 설 곳을 잃어
나무의 우직한 탄탄함으로
서러움일랑 걷어차 버리게나
장독대 뒤편 그늘에 몸 기대어
언니들의 손톱 위에서 한 줄기 빛이었거늘
보아라
애절한 한의 가락으로 연명하던 울 밑에 선 봉선화
백 년의 세월 겪고 나니
땅 위에 딱 버텨 봉퉁아리진 불룩함과 구릿빛 갈색
다시는 흔들리지 않겠다는
우렁찬 함성
뒤로 물러서지 않겠다는 뿌리의 내뻗음
바오밥나무 봉선화
찾아 나서겠네
플라멩코 춤사위
― 바오밥나무 봉선화 3
젊은 날은 피어오르는 안갯속에 갇힌
소독 연막차 연기처럼 금새 사라지질 않아
한낮 대중탕에 혼자 앉아
흥얼대는 철 지난 유행가
매표대 아가씨 미닫이창을 밀고
빼꼼히 고개 내민다
데어~ㄹ 워스 어 빅 츄리 인 더 빌리지
발랄하게 울려 퍼지는 영어시간 챈트송
아이들과 함께하는 무대 위의 공연
스페인에서 플라멩코 공연 관람에 혼을 내맡겨 본 적 있어
인터넷 동영상 흉내라도
바오밥나무처럼 하늘로 열정을 쏘아 올리고
생채기 진물은 따따딱닥 따닥닥
마루판을 굴려가며
봉퉁아리진 울퉁불퉁 현란한 발동작
손가락 끝은
벽력같이 하늘로 뻗어 가고
희부연 허벅지는
조명등 아래 빛을 뿜어내며
그런 발동작이 가능하기나 한지
봉선화 그리움으로 봉퉁아리진 소리
따닥따딱 따따따닥 딱딱딱