책 이미지
책 정보
· 분류 : 국내도서 > 에세이 > 한국에세이
· ISBN : 9791189271565
· 쪽수 : 240쪽
책 소개
목차
작가의 말
식물의 마음
동거 식물을 찾아서 / 꽃시장에서 / 그대로 둔다 / 식물을 돌보는 시간 / 프라질리떼Fragilit?, 연약함의 미학 / 식물의 죽음 / 어떤 울음은 노래가 되고 / 서울 / 시들지 않는 장미 / 이 식물이 내일 죽는다면 / 속물근성 / 그런 날 / 식물들의 마음 / 애도 일기 / 비밀
피아노가 있는 방
전주곡 / 돌돌이와 캔디크러쉬 / 오늘의 메트로 / 카페에서의 변덕 / 피아노가 있는 방 / 마음과 정서의 일 / 기억의 공간 / 시간이 잘 가는 집 / 베르니에 선생님 댁 / 그 겨울밤 / 그녀의 이름은 ‘괜찮을 거야’ / 소년을 위하여 / 부치거나 부치지 못한 편지들 / 나의 사랑하는 카페 / 파리는 언제나 파리 / 그대는 나에게 / 고양이와 에르메스 / 자연스러운 인간이 되기 / 은진 에밀리 / 피아노가 되는 꿈
저자소개
리뷰
책속에서
한 인간이 삶을 유지하는 데 필요한 요소들은 식물에 비할 수 없이 많고 복잡하다. 그러니 나의 생사는 무슨 요일에 달려 있는지 한마디로 말하기는 어렵다. 만약 직장에서 월급이 들어오는 날이나 정부주택보조금 입금일에 달려 있는 것이 나의 생이라면 살아가는 일이란 참 하찮은 것이다. 그러나 그렇게 믿고 싶지만은 않아서 나는 내 몸과 영혼에 가장 중요한 공급이 들어오는 날이 언제인가 면밀히 알아보려 했다. 몸을 살리고 정신을 세우며 영혼이 쉼을 얻는 그 시간은 언제인가, 생각하고 스스로를 관찰하면서 문득 햇빛과 물, 바람과 흙으로 살아가는 나의 동거 식물만큼이나 나 역시 적은 것으로 만족하고 단순하게 살아간다면 더없이 좋을 것 같다는 마음이 들었다. 흙을 해치지 않으면서 뿌리를 내리며 계절이 돌아오면 자랑 없이 꽃을 피우는 식물의 태도는 살아 있는 동안 남겨야 할 것과 하지 말아야 할 것이 무엇인지를 조용히 말해주었다.
(‘식물을 돌보는 시간’에서)
아무도 공공연히 드러내지는 않지만, 아마도 살아 있는 사람들은 너나 할 것 없이 내면 깊숙이 울고 있는 얼굴을 하고 있을 것이다. 살아 있는 동안은 언제까지나 그럴 것이다. 저마다의 살아온 이야기와 사연은 알 수 없지만 모두가 말할 수 없는 아픔으로 우는 얼굴을 하면서 살아갈 것이다. 그래서 모두 안쓰러운 존재들이다. (‘어떤 울음은 노래가 되고’에서)
인간이란 그런 존재이다. 자신을 깊이 이해하고 용납해주는 대상에게 고마움과 미안한 마음을 느끼면서도 그 은혜를 어떻게 갚아야 할지는 일단 좀더 자고 나서 내일 아침에 생각해볼까 하는 게 대부분 인간의 게으름이다. 오히려 자신을 괴롭히고 삶을 엉망으로 만들어놓는 상대에게는 꼼짝을 못하고 ‘귀찮아서라도’ 그 요구를 들어주면서 말이다. 정말 인간이란 너무나 어리석게도 자신을 존중해주지 않는 상대에게 오히려 정성을 다하고, 사랑 없이 자신을 지배하려는 상대에게 매료되며, 잠잠하고 고요한 일상을 살 수 없도록 괜시리 마음을 흔드는 대상이 나타나면 그에게 자기 영혼까지 내어주기 일쑤이다. 그러는 동안 이 어리석은 인간들은 자신을 있는 그대로 존중하며 배려해주는 사려 깊은 존재를 알아보지 못하고 그저 허망하게 떠나보내곤 한다. 나라고 별수 있었겠는가. (‘이 식물이 내일 죽는다면’에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