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책 정보
· 분류 : 국내도서 > 소설/시/희곡 > 시 > 한국시
· ISBN : 9791189282103
· 쪽수 : 128쪽
책 소개
목차
005 시인의 말
제1부
013 삐 소리 후 소리샘으로 연결됨
015 재개발지구
017 물끄러미
019 봄날
020 소금꽃
021 빈칸
023 구겨진 오후
024 천둥소리
025 물집
026 기다림
027 그림자
028 한낮의 질주
029 히말라야
031 빙벽
제2부
035 白夜
037 그날
039 입 다문 채
040 손수건
042 아무도 없다
044 사랑니
045 신사임당 실종 사건
047 김씨
048 꽃
049 일찍 온 날
050 바닥
051 거리
052 바퀴벌레
053 그곳에 가면
055 내가 나를 지켜보다
제3부
059 그날의 기억
061 악플
062 두 잔의 기억
064 사과
065 오늘, 다시 한 번
067 오지 않겠다고, 썼다
069 네가 떠난 자리에 네가 있다
070 부재
071 민낯
073 벌레에게 배우다
076 강과 바다
078 필적
제4부
081 꿈 속
083 그 문 열리기까지
085 흔적
086 길
088 그러진 못하겠더라
089 먹구름
091 산에 올랐습니다
093 시 쓰는 날
094 조금씩, 희미해졌다
096 상처의 마음
098 겨울 나무
100 그런 거지
102 잘못 온 마을
104 아직, 멀었나
107 나무
135 해설 | 삶의 성찰과 길의 모색 | 김완하
저자소개
책속에서
빈칸
미처 차오르지 못한 나뭇가지 몇,
앙상하게 뼈를 드러낸 오후
벌어진 빈 공간으로 바람이 달라붙는다
그의 심장으로 스며든다
뛰쳐나온 아이처럼
거친 숨을 헐떡거린다
적어 넣을 쉼표가 남아있지 않아
울먹이고 있다
빈손으로 지나치곤 했던 시간들
얼마나 더듬거려야 할까
저 너머까지가 너무 멀어서
굳어버린 허공만 만지작거린다
버릴 때가 되었다고,
빈칸 따위는 그만 놓아두어야 한다고
고개를 흔드는 사람들
더는 도망갈 구석이 없는지
구석에 홀로 웅크리고 있다
낯선 새들이 수군거리며 떠난 그곳
사방은 빈틈없이 조용한데
언뜻 네가 서 있는 것도 같았다
네가 떠난 자리에 네가 있다
네가 두고 간 옷가지들은 왜 이리 뒤척이는가 무슨 할 말이라도 있는지 쉴 새 없이 뻐끔거리는 입들 담아야 할 것과 담지 말아야 할 팔과 다리가 끊임없이 채워지고 다시 빠져나간다 다가오지 않은 채 멀리서 지켜보고 있을 널 위해 대문을 활짝 열어두면 벌컥 쏟아지는 소란한 무게들 지금은 물 아닌 것들을 끌어당기는 시간 바닥을 모두 메우고 남은 흙더미들이 구석에 웅크리고 있다 메워도 메워지지 않을 틈새 쌓아도 쌓이지 않는
언제까지 바닥을 꿈꾸려 하나 보이지 않는 벽에 가로막히기라도 한 듯 밀려갔다 밀려오는 계절들 누구를 향한 손짓으로 어둠을 끌어안은 채 널브러져 있는지 네게로 닿은 문이 완강하게 닫혀 있다 멈춰 선 발밑이 딱딱하게 굳어 있고 당황한 하루가 신입新入처럼 머뭇거린다 너를 기다리는 사이 싸늘한 바닥이 피곤한 듯 들썩거린다 무뚝뚝한 어둠 위에 새카맣게 눌어붙은 기억들이 줄지어 박혀 있다 네가 떠난 자리에 네가 가득 차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