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책 정보
· 분류 : 국내도서 > 소설/시/희곡 > 한국소설 > 2000년대 이후 한국소설
· ISBN : 9791189347222
· 쪽수 : 312쪽
· 출판일 : 2024-03-25
책 소개
목차
* 세상에서 고립된 아이, 현수
* 여자가 되어 엄마를 간직하고 싶은 청년, 세훈
* 기댈 곳을 찾아 헤매는 어른아이, 미희
* 돈과 결혼한 여자, 희진
* 신데렐라가 되고 싶은 남자, 희준
* 거울을 보지 않는 상담사, 유경
작가의 말
저자소개
리뷰
책속에서
사실 유경은 학교로부터 현수가 자신을 만나러 오기 1년 전 타 종합병원 정신과에서 품행장애, 경계선 지능장애로 진단을 받았던 종합심리검사 결과지를 전달받았다. 하지만 현수를 처음 만나 상담을 진행했던 당일 유경은 현수의 태도에서 결과지와 다른 모습을 곳곳에서 발견했다.
유경의 눈에 현수는 덩치는 크지만 겁이 많은 강아지처럼 보였다. 속도가 빠르고 더듬거리는 현수의 말투 때문에 놓치기 쉬웠지만, 현수는 말하는 도중에 목소리에서 약한 떨림이 계속 나타났다. 사람은 겁이 나거나 무서울 경우 말을 빠르게 하는 경우가 있다. 또한 긴장은 우리의 사고를 마치 멈춤 버튼을 누른 것처럼 정지시켜 머릿속이 하얗게 되도록 하기에 어떤 말을 다음에 해야 할지 반응 속도가 늦어져 말을 더듬거리게 하기도 한다. 현수는 평상시에 대화할 상대가 없기 때문에 이런 습관이 생기게 된 것이다.
그러나 유경은 현수에게서 무엇보다도 그간의 외로움을 엿볼 수 있었다. 유경은 현수와 상담을 하는 50분 내내 그의 이야기를 하나도 놓치지 않고, 고개를 끄덕이며 수용해 주는 따뜻한 모습을 유지했다. 현수는 의식하지 못했지만, 자신이 좋아하는 맹수 이야기를 할 때는 유경에게서 틀어져 있던 몸이 완전히 유경에게로 향했다. 상대방에게 얼마나 집중하고 있는지는 말하는 이와 듣는 이의 배꼽이 서로 마주 보고 있는가로 확인이 가능하다. 현수는 어느새 유경에게 집중하고 있었다. 현수의 배꼽이 정확하게 유경을 향하고 있었던 것이다.
-세상에서 고립된 아이 현수
“아버님, 현수는 마음이 매우 아픈 아이입니다. 우리 마음이 겉으로 보이지 않아서 우리가 빨리 알아차리지 못했을 뿐이지, 현수는 꽤 오래전부터 마음이 몹시 아프기 시작했어요. 그 증상으로 사람들과 전혀 어울리지 않고 혼자서 집에서만 지내며 컴퓨터만 하는 겁니다. 현수는 일반적인 사람들이 하는 활동을 해 본 경험이 전혀 없어요. 아버님과 함께 일상적인 이야기를 나누며 식사를 한다거나, 가족여행을 해 본 경험도 없습니다. 좋아하는 것을 누군가와 나눈 경험도 없습니다.
아버님은 친구들과 술도 한잔하시고, 식사도 하시지만, 현수는 그런 것이 뭔지를 모릅니다. 현수는 철저히 동굴 안에서 혼자서만 지내고 있습니다. 그래서 아주 작은 것부터 하나하나 가르쳐줘야 합니다. 하지만 주변에서는 현수에게 더 어려운 것만 요구합니다. 현수는 그것을 어떻게 해야 할지도 모르는데, 일곱 살 아이에게 열여덟 살이 지켜야 하는 것을 말합니다. 지금 우리가 현수에게 해주어야 하는 것은 인내심을 갖고 쉬운 것부터 가르쳐주는 겁니다. 이를 위해서는 현수 아버님께서 절대 포기하지 마시고, 끝까지 버텨내셔야 합니다.”
-세상에서 고립된 아이 현수
그러나 하나뿐인 자식이 성전환으로 딸이 되겠다고 하자 세훈의 아버지로서는 청천벽력과도 같은 일이었다. 더욱이 완벽주의에 보수적인 그의 아버지로서는 절대 인정할 수 없는 일이었다. 그래서 세훈이 제정신이 아니라고 생각해 강제입원을 시킨 것이다.
성별 불쾌감이 나타날 확률은 현재 태어난 성 기준으로 남성은 0.005% ~ 0.014%, 여성은 0.002% ~ 0.003%로 추정된다. 한국의 경우 성별 불쾌감으로 병원을 찾는 경우는 드물다. 대체로 우울증, 자살 시도로 인해서 사회생활 부적응을 지켜본 가족들이 내담자를 끌고 상담실을 데려오는 경우가 많다. 따라서 이 수치는 병원을 찾은 내담자의 기준으로 작성된 숫자일 뿐이고 실제로는 이보다 더 많을 것이다. 세훈이 현재 가장 고통스러하는 것은 아버지와의 관계다.
현재 세훈에게 유일한 가족은 아버지로 경제력이 없는 세훈은 성전환을 하기 위해서는 아버지의 허락과 지원이 필요하다. 그러나 성전환 수술 이야기를 꺼낸 이후로 둘의 사이는 극단적으로 나빠졌다.
“제가 아는 사람은 자살 시도를 하고 난 뒤에 가족들이 병원 진단을 동의해 줬다고 하더라고요. 지금은 호르몬 치료도 잘 받고 있어요. 여기 보이는 목젖이 확실하게 안 보이고, 목소리도 부드러워졌더라고요.”
자신과 비슷한 처지에 놓인 다른 사람이 가족과의 갈등을 이겨냈다는 세훈의 이야기 속에는 부러움이 잔뜩 스며 있었다. 유경은 세훈이 이해가 갔지만, 그의 아버지의 심정도 충분히 이해할 수 있었다.
“세훈씨보다 아버님은 더 혼란스러울 수도 있어요.”
-여자가 되어 엄마를 간직하고 싶은 청년 세훈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