책 이미지

책 정보
· 분류 : 국내도서 > 예술/대중문화 > 디자인/공예 > 디자인이론/비평/역사
· ISBN : 9791189356927
· 쪽수 : 268쪽
· 출판일 : 2022-11-01
책 소개
목차
들어가는 말 / 김성구
그 어떤 이도 섬이 아니며, 혼자서는 온전할 수 없다; 모든 이는 대륙의 한 조각이며, 본토의 일부이다. / 이세영
슬기와 민
슬기와 민의 작품 설명 / 기디언 콩
신신
그러나 오히려 하나의 장소로서 / 이미지
홍은주 김형재
이 웹사이트에 관해: “(오늘부터 우리는…)” / 민구홍
책속에서
『집합 이론』의 바다에서 우리는 디자이너 슬기와 민, 신신, 홍은주 김형재의 작업을 만난다. 이들 그래픽 디자인 듀오는 함께 활동하는 디자인 팀이면서 동시에 독립적인 디자이너로서의 활동도 활발하게 전개해 나가고 있다. 이 전시는 여섯 명의 디자이너들이 만들어 내는 한국 그래픽 디자인 지형의 흥미로운 지점을 조명하며 그곳에서 엿볼 수 있는 그들의 작업에 대한 태도와 철학을 이야기한다.
슬기와 민의 여러 작품과 마찬가지로, 이 책을 명확히 분류하기는 어렵다. 예를 들면 이것이 ‘미술’인지 ‘디자인’인지, 사물인지 아이디어인지, 답해야 하는 질문인지 아니면 질문해야 하는 답인지 단정할 수가 없다는 말이다. 그러나 이러한 모호성 이면에 있는 의도는 전혀 모호하지 않다. 『작품 설명』은 작품을 읽거나 작품과 ‘대화’하는 일에 독자를 끌어들여 슬기와 민이 탐구하거나 소통하는 의미 또는 아이디어를 탐색하게 한다.
슬기와 민의 작품들과 ‘대화’한다는 생각으로 돌아가 보자. 그러한 대화의 가능성이 작품의 저자에게 달렸는지 아니면 읽는 이에 따라 달라지는지, 궁금한 이가 있을 법하다. 나는 양쪽 모두라고 믿는다. 대화란 쌍방향이기 때문이다. 이제 『작품 설명』에 수록된 작품 설명이 있으니, 누구든 그들의 작품과 대화할 수 있다.
디자인은 제약적 글쓰기와 유사하다. 디자이너가 마주하는 대부분의 대상은 이미 갖춰진 내용과 특정한 얼굴을 지닌 채 다가온다. 다시 말해 디자인은 계속해서 되돌아가 원래의 상을 비춰 보아야 하는, 도돌이표를 전제로 이루어지는 참조적인 행위를 동반한다. 이러한 관점에서 매거진 『낭』이 구조화되는 방식과 조건은 디자이너에게 상당히 매력적인 동시에 도전적이라고 할 수 있다.
매거진 낭의 구조에서 발생하는 가능성의 공간과 디자이너 신신이 제시한 일련의 시각적 운율을 근거 삼아 밝히고자 하는 ‘하나의 장소’란, 어쩌면 이 글의 전반에 걸쳐 채택된, 매거진 『낭』의 제작자들을 가리키는 무한 대명사의 사용으로 넌지시 소명되지 않았을런지 자문해 본다. ‘그러나 오히려 하나의 장소로서’ 세워지는 그곳은, 결코 구현의 단계에만 고립된 디자이너로서의 역할과 영역에 국한되지 않는, 이미지 생산자로서의 수행적 실천을 통해 비로소 가능한, 이야기하는 ‘주체’의 다중화가 구현된 공간일 것이다.
연표는 역사가 어떻게 변모했는지를 추적함으로써 우리가 현재 어디에 있는지 알려 주는 지표이며 불확실한 미래를 대비할 수 있는 방파제다. 홍은주와 김형재는 연표가 여러 시공간을 함축한다는 점에 매료된 듯 보인다. 두 사람 모두 세대와 현대가 어떻게 변모해 왔는지를 탐구해 왔다. 김형재가 정보의 시각적 스펙터클을 부여하는 방법을 택했다면, 홍은주는 공상적 영역을 끌어와 극사실적 허구의 연대기를 구축하는 방법을 택했다.
내비게이션 역할을 맡은 두 가지 버튼만으로 콘텐츠를 열람하게끔 사용자를 지배하는 『추상 캐비닛』은 규칙과 제약을 효과적으로 활용한 보기다. 시청각과 협업한 이 웹사이트에는 각 작가의 영상 작품이 점유한 방 아홉 개가 자리하며, 이를 통해 오늘날 미술 공간과 규칙의 변화 가능성, 가변성에 질문을 건넨다. 이 웹사이트에서 버튼을 터치하거나 클릭할 때마다 산뜻하게 참여 작가들의 작품이 미끄러지는 모습은 을씨년스럽게 아름답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