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책 정보
· 분류 : 국내도서 > 예술/대중문화 > 디자인/공예 > 디자인이론/비평/역사
· ISBN : 9791190434102
· 쪽수 : 152쪽
· 출판일 : 2020-11-16
책 소개
목차
들어가며 - 박가희, 이미지
개별꽃 - 신해옥
사물의 방식 - 김뉘연
드레스 부류하기 - 린다 판 되르선
특별한 읽기의 조건 만들기 - 구정연
참여자들
저자소개
리뷰
책속에서
사물로서의 책. 인쇄된 책은 사물로 존재한다. 사물로서 책이 존재하게 된 방식은 사물로서 책이 존재할 수 있는 여러 방식 중 하나로, 책을 만드는 역할을 맡은 디자이너는 자신이 만들게 되는 이 사물이 적절히 작동할 만한 방식을 고안해 낸다. 닫힌 책은 열리면서 작동된다. 펼쳐졌을 때, 즉 움직여졌을 때 책은 어떻게 스스로를 드러내게 되는가. 시공간에서 여러 움직임으로 변주될 잠재 가능성을 품은 책들. 이 글은 그동안 디자이너 신해옥이 협업자 신동혁과 함께 ‘신신’으로 활동하며 만들어 온 인쇄물 몇 점을 재료로 삼아 움직임을 내포하는 사물로서의 책을, 그 제작 방식과 사용 방식을 짐작하거나 가늠해 보고 구상해 보기도 하는 우회적 안내문이다. (김뉘연, 「사물의 방식」)
후에 여배우 앤 셰리든으로 명성을 얻게 된 클라라-루 셰리든은 사진 속에서 마치 인쇄물로 만들어진 것처럼 보이는 드레스를 입고 있다. 자세히 살펴보니, 그 드레스는 두 개의 다른 포스터를 한 장으로 완성하여 이루어져 있다. 스커트는 밝은 주황색과 파란색의 세로형 포스터로, 소매는 보라색과 빨간색의 가로형 포스터의 일부를 활용하여 만들어졌다. 이 포스터들은 배급사가 영화 홍보를 위해 제작한 수많은 아이템들 중 두 가지 항목이었을 것이다. 그리고 상의는 포스터의 어떤 부분인지 정확히 식별하기가 더 어려워 보이지만, 아마도 빌보드 같은 대형 광고를 위해 제작된 인쇄물일 것이다. 당시 대형 가로 광고판을 채우려면 용지가 총 24장 필요했다. 이미 미국에서는 1900년에 빌보드 구조에 붙게 되는 대형 광고가 표준화되었고, 정밀한 이미지를 재현할 수 있는 오프셋 인쇄가 발달하면서 전국적으로 광고 캠페인에 붐이 일었다. 나는 미국의 사진작가 워커 에반스의 1936년 작품인 〈애틀랜타의 집과 빌보드들〉을 떠올린다. 에반스의 사진 한가운데에 캐럴 롬바드가 출연한 파라마운트 픽처스의 또 다른 영화 〈러브 비포 브랙퍼스트〉를 홍보하는 빌보드가 보인다. (린다 판 되르선, 「드레스 분류하기」)
아티스트 북은 통상적인 관점에서 예술가 개인이 만드는 책으로 소개된다. 하지만 대부분의 경우 예술가 개인이 제작의 전 과정에 참여하는 것은 아니다. 그러다보니 아티스트 북을 특정 개인의 작업으로 귀속시키는 것에 뭔가 불공정함이 느껴질 때가 있다. 협업이든, 의뢰든 복수의 저자가 존재하는 아티스트 북에서 디자이너의 주권은 어떻게 획득될까. 2000년대 중반 한국 그래픽 디자이너들은 전시라는 외부 환경 및 예술가와 적극적인 관계 맺기를 시도하며 아티스트 북을 디자인 실천을 확장하는 동시대적 매체이자 방법론으로 삼았다. 어느 때보다 종이 인쇄물은 다량 생산되었고, 미술기관은 특정 디자이너와 협업하며 기관 고유의 시각 언어를, 또 개별 작가들은 아티스트 북을 생산해갔다. 그러나 우리가 여전히 마주하는 풍경은 전통적인 책의 구조와 제작 방식에서 크게 벗어나진 않는다. 도대체 디자이너가 만든 아티스트 북은 무엇인가. (구정연, 「특정한 읽기의 조건 만들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