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책 정보
· 분류 : 국내도서 > 종교/역학 > 기독교(개신교) > 기독교(개신교) 신앙생활 > 신앙생활일반
· ISBN : 9791189393397
· 쪽수 : 256쪽
· 출판일 : 2024-12-03
책 소개
목차
병아리와 딸 바보
다람쥐와 딸 바보
토끼와 딸 바보
고양이와 딸 바보
사슴과 딸 바보
그 아빠는 예수 바보
저자소개
책속에서
머리말
“너도 이다음에 너 닮은 새끼 딱 하나만 낳아서 키워봐라.”
자라던 시절, 어머니께서 늘 하시던 말씀입니다. 그 말을 들으면서도 그 말이 무슨 뜻인지 몰랐으니, 제가 어지간히 어머니 속을 썩여드렸나 봅니다.
세월이 지났습니다. 중학교, 고등학교를 졸업하고, 대학교도 졸업했습니다. 직장 생활을 하다가 신학생이 되었습니다. 신학대학원을 졸업했을 때, 아버지께서 물으셨습니다.
“이제 신학 공부도 마쳤으니까, 성경은 다 외우는 거냐?”
“그걸 어떻게 다 외웁니까? 못 외웁니다.”
“그럼, 반쯤은 외우는 거냐?”
“어림도 없습니다.”
“그럼, 얼마나 외우는 거냐?”
“4프로(%)쯤 외웁니다.”
지금은 다 까먹었습니다만, 그 무렵에는 암송하는 성경 구절이 1,200절 정도 되었습니다. 성경 1,200절을 암송한다고 하면 다 놀랐습니다. 그런데도 아버지께서는 걱정하셨습니다.
“그럼, 성경을 아무 데나 펼쳐서 손가락으로 짚으면, 그 구절로 설교는 할 수 있는 거냐?”
“그걸 무슨 수로 합니까? 설교는 따로 준비해야죠.”
“너도 참 걱정이다. 그렇게 해서 어떻게 밥 먹고 살래?”
아버지는 그때까지 교회 문턱을 넘어보지 않으신 분입니다. 제가 목사 안수를 받은 다음에야, 당신이 교회 안 다니면 자식이 어떻게 목사 노릇을 하겠느냐며 교회에 등록하셨고, 그다음 날부터 새벽기도를 빼먹지 않으셨습니다.
제가 전도사 시절의 일입니다. 설교 중에 이런 말을 했습니다.
“모든 부모가 자식을 걱정합니다. 오죽하면 제 아버지도 저를 걱정하십니다. 당연한 말 아니냐 싶지만, 그렇지 않습니다. 제 아버지는 신앙이 없으십니다. 그런데도 제 목회 사역을 걱정하십니다. 불신자가 목회자를 걱정하는 게 말이 됩니까?” 그러고는 조크를 덧붙였습니다.
“혹시 이다음에 아버지께서 교회 오시거든 제발 제 칭찬 좀 해주십시오. 제가 교회에서 쫓겨나기라도 할까 봐 아버지께서 잠을 못 주무십니다.”
분명히 농담이었습니다. 그런데 몇 달 후에 아버지께서 정말로 오셨습니다. 당시 저는 담임목사님과 교대로 주일 저녁예배 설교를 했는데, 마침 제가 설교하는 주일이었습니다. 아버지께서 서울에 오셨다가, 저녁예배 시간에 맞춰 교회로 오신 겁니다.
담임목사님이 아버지께 앞에 나와서 인사를 하시라고 했습니다. 그때 아버지께서 말씀하신 내용을 지금도 생생하게 기억합니다.
“강학종 전도사 아비 되는 사람입니다. 못난 자식을 맡기게 되어 정말 송구합니다. 혹시 제 아들놈이 칠칠치 못한 일을 하거든 저를 닮아서 그런 것이니 저를 흉보시고, 제 아들놈은 너그럽게 용납해 주셨으면 정말 감사하겠습니다.”
예배를 마친 다음, 그냥 집에 가는 교인은 아무도 없었습니다. 전부 아버지께 인사를 드리며 제 칭찬을 한마디씩 하고 가셨습니다. 실력 있는 전도사님을 보내주셔서 고맙다는 분도 계셨고, 전도사님이 오시고 교회 분위기가 확 달라졌다는 분도 계셨고, 전도사님이 목사 안수 받고도 다른 교회 가지 말고 계속 여기서 사역했으면 좋겠다는 분도 계셨습니다. 그날 밤, 아버지는 그것이 짜고 치는 고스톱인 줄도 모르고 마냥 좋아하셨습니다. 그리고 저는 처음으로 효도한 것 같아서 뿌듯했습니다.
저한테는 무남독녀 외동딸이 있습니다. 어머니께서 하신 말씀 때문인지 영락없이 저를 빼닮았습니다. 딸한테 허물이 있으면 죄다 제 책임이라는 뜻입니다. 그런 딸이 자라는 모습 속에서 하나님 앞에 선 우리의 모습을 봅니다. 그래서 어느 가정에나 있을 수 있는 에피소드가 단지 에피소드로 끝나지 않고, 우리 신앙을 돌아볼 수 있는 실마리가 되기를 바라는 마음으로 이 책을 구상했습니다.
가장 먼저 신경 쓴 것이 재미있어야 한다는 사실입니다. 요즘은 사색 대신 검색을 한다고 합니다. 책을 통 안 읽습니다. 그런 세태를 감안해서, 누구나 재미있게 읽을 수 있게 썼습니다. 책 읽는 습관이 없는 사람이나 새 신자는 물론이고, 불신자도 읽을 수 있게 썼습니다.
재미만 있으면 안 됩니다. 감동도 있어야 합니다. 주변 전도 대상자한테 이 책을 선물했는데 참 재미있게 읽었다고 하더라는 말이 들리면 저한테는 상당한 기쁨이겠습니다.
이 책을 읽는 모든 가정마다 웃음과 감동이 아울러 넘치기를 소망합니다.
어린이집에 다녀온 딸이 현관에서 신발도 벗기 전에 말했다.
“오늘 굉장히 어려운 거 배웠어.”
“뭐 배웠는데?”
“뺄셈 배웠어. 뺄셈.”
“뺄셈?”
“응! 아빠, 세상에 뺄셈보다 더 어려운 것도 있어?”
다섯 살짜리 아이가 이차방정식을 알까, 삼각함수를 알까? 뺄셈이 가장 어려운 것일 수 있다.
지나고 보면 아무것도 아닌데, 닥쳤을 때는 그렇다.
지금의 어려움도 지난 다음에 생각하면 아무것도 아닐 것이다.
무슨 행사였는지 내가 아동부 설교를 한 적이 있다.
“이 다니엘이 다리오왕의 시대와 바사 사람 고레스왕의 시대에 형통하였더라”(단 6:28)라는 구절을 설명하면서,
다니엘은 전학을 가도 계속 반장을 한 격이었다고 했다.
집으로 돌아오는 차 안에서 딸이 말했다.
“우리 교회 언니 오빠들 중에 반장인 언니나 오빠가 있어, 없어?”
“아무도 없는 것 같은데….”
“그런데 그렇게 말하면 이해가 되겠어?”
다른 목사들은 설교 끝난 다음에 아내 눈치를 본다는데, 나는 왜 딸 눈치를 봐야 할까?
뒷좌석에 앉은 딸의 구박에 뒤통수가 간질거렸다.
퇴근길이 유난히 밀리는 것 같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