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책 정보
· 분류 : 국내도서 > 소설/시/희곡 > 로맨스소설 > 한국 로맨스소설
· ISBN : 9791189542474
· 쪽수 : 300쪽
· 출판일 : 2020-06-08
책 소개
목차
Scene No.10 16
Scene No.11 37
Scene No.12 55
Scene No.13 78
Scene No.14 101
The last Scene 114
Bouns Story 127
저자소개
책속에서
민하는 거실로 나와 머리를 털고 있는 동작을 멈추고, 다한의 모습을 빤히 바라보았다. 들어올 땐 몰랐는데, 그가 입고 있는 옷은 방송국에서 본 옷이 아니었다.
“그 옷은 어떻게 된 거예요?”
“장보러 간 김에 사 왔어. 촬영장에서 바로 오는 바람에 찝찝했거든.”
다한은 마트에서 산 옷도 백화점에서 산 것처럼 소화하고 있었다. 민하는 고개를 주억거리며 식탁 앞으로 다가갔다. 아까부터 맛있는 냄새가 진동하고 있는 터에, 더 이상은 참을 수가 없었다. 식탁 위에는 드레싱이 뿌려진 샐러드와 토마토 스파게티가 여느 레스토랑 못지않게 보기 좋게 차려져 있었다.
“우와, 이건 언제 배우신 거예요?”
“재작년에 출연한 영화에서 쉐프 역할을 맡았었거든.”
“맞다! 그 영화 저도 봤어요.”
민하는 손뼉을 치며, 알은 체를 했다. 다한이 처음으로 작업한 로맨틱 코미디 영화였는데, 주인공 직업이 이탈리안 쉐프였다. 그 여파 때문인지 당시 남성 직업 선호도 1위에 요리사가 꼽힐 정도였다.
“어쩐지, 만드는 모습에 어색함이 전혀 없더라고요. 정말 요리사라고 해도 믿을 만큼.”
“식겠다. 어서 앉아.”
민하는 몸 둘 바를 모르겠는 얼굴로 의자에 앉았다. 어떻게 보면 자신의 집에 온 손님인데 맛있는 걸 대접해도 모자를 판에, 그가 차려 놓은 음식에 숟가락만 들려니 민망해졌다.
“먹어.”
“고마워요. 잘 먹을게요.”
이렇게 된 이상 맛있게 먹어주는 것이 민하의 역할이었다. 민하는 포크로 스파게티를 돌돌 말아 입 안 가득 넣었다. 그럴듯한 외형만큼이나 훌륭한 맛이었다. 레스토랑에서 사왔다고 해도 믿을 수 있을 만큼. 시판되는 소스로 만들어 먹던 맛과는 차원이 다른 맛에 엄지를 치켜세웠다.
“와, 대박! 진짜 맛있어요.”
사실 양식보다는 한식을 좋아해서 스파게티 역시 즐겨 먹는 편은 아니었지만, 다한이 만들어 준 스파게티는 민하의 입에 딱 맞았다. 토마토 스파게티인데도 잘게 다진 소고기가 잔뜩 들어간 것이 고기를 좋아하는 그녀를 위해 맞춤으로 만들었다는 것이 느껴졌다.
“다행이다. 많이 먹어.”
턱을 괴고 바라보던 다한은 샐러드가 담긴 접시를 민하 쪽으로 밀어줬다. 먹는 사람은 민하인데, 왜 자신이 배가 부르는 것 같은지 신기할 따름이었다.
“레스토랑만큼은 아니지만, 그런대로 괜찮지 않아?”
다한은 와인 잔 하나를 건네며 의미 모를 미소를 지었다. 밖에서 자유롭게 데이트를 하지 못하고 집안에 숨어 이렇게 만나야 했지만, 둘의 얼굴엔 웃음이 떠나지 않았다. 다한은 환하게 웃는 민하를 보니, 미안함이 더 커지는 기분이 들었다.
“그런대로라니요! 레스토랑 보다 훨씬 좋아요.”
“네가 좋다니까, 다행이다.”
“그런 의미에서 한 잔 할까요?”
민하는 다한의 앞으로 와인 잔을 내밀었고, 두 개의 잔은 영롱한 소리를 내며 부딪쳤다.
식사를 마친 두 사람은 각자의 잔을 들고 거실로 자리를 옮겼다. 어느새 한 병을 모두 마셔, 들고 있는 잔에 담긴 것이 전부였다. 둘 모두 피곤한 상태였지만, 함께 하는 시간이 소중해서인지 쉽사리 취하지 않았다.
“이거 내가 광고하는 아이스크림인데, 백화점 간 김에 있어서 사 왔어.”
다한은 냉동실에 있던 아이스크림을 가져와 테이블 위에 올려놓았다. 민하는 손가락으로 아이스크림 통을 가리켰다.
“아, 이거 본 것 같아요.”
서로의 마음을 확인하기 전. TV만 틀면 다한의 모습이 나와 혼란스러웠을 때가 있었다. 그 당시 보았던 광고 중에는 지금 이 아이스크림 광고도 있었다. 그때는 다한과의 관계가 이렇게 될 거라고는 상상도 못했는데, 사람 인연이라는 신기하다는 생각이 들었다.
“봤어? 완전 오글오글한 광고인데.”
다한이 아이스크림을 떠서 내밀자, 민하는 입을 작게 벌려 냉큼 받아먹었다.
“하루에도 수십 번씩 나오는데, 당연히 봤죠. 근데 선배님은 안 드세요?”
“사실 이거 촬영하다가 배탈이 났었어. 그래서인지 입에도 대기 싫더라고.”
“보통 카메라 돌아갈 때만 입에 넣고 뱉지 않아요?”
광고 촬영, 특히 먹는 광고의 경우 적게는 수십 회, 많게는 백회 이상의 촬영이 이어진다. 몇 초안에 사람들의 마음을 사로잡아야하기 때문에 가장 좋은 장면을 뽑아내기 위해서는 어쩔 수 없었다. 처음 몇 번은 정말 먹기도 하지만, 촬영이 계속되다 보면 먹지 못하고 뱉는 경우가 허다했다. 한데 배탈이 날 정도면 도대체 얼마나 먹은 건지, 시늉만 했다는 소리가 아닌 것 같았다.
“그래서 몇 통이나 먹었는데요?”
“지금 사온 거로, 세통 쯤?”
민하는 고개를 절레절레 흔들며 아이스크림을 떠먹었다. 지금 사 온 것도 상당히 큰 사이즈인데, 광고 촬영 후 입에 대지 않았다는 다한의 마음이 이해가 갔다. 아무리 맛있고 좋아하는 것이라도 과하면 질리는 법이다. 더구나 배탈까지 났었다고 하니, 쳐다보기도 싫은 건 당연했다.
시간을 확인한 민하는 선반 위의 리모컨을 들어서 TV를 켰다. 어느새 <미친>의 방영시간이 가까워지고 있었다. 요즘은 주연 배우가 모델인 광고가 드라마 전과 후에 붙어 나오는 일이 많았다. 아니나 다를까, 다한이 찍은 광고도 하나둘 나오기 시작했다. 민하는 TV 속의 모습과 옆에 있는 다한을 번갈아 보며 신기하다는 듯 헤헤 웃었다. 메이크업을 하고 조명발을 받는다고 한들, 다한의 실물을 담아내진 못하는 것 같았다.
테이블에 놓인 아이스크림을 크게 한 수저 떠서 입으로 가져가던 순간이었다. TV에서 지금 먹는 아이스크림 광고가 나왔다.
“이것 봐요, 이 광고 되게 자주 나온다니까.”
다한은 자신의 모습이 멋쩍은 듯, 손가락으로 볼을 긁적였다. 민하는 화면을 바라보며 아이스크림을 연거푸 떠먹었다. 그러다 그만 사레가 걸려버리고 말았다.
“켁, 켁…….”
“괜찮아?”
민하는 입 안 가득 담긴 아이스크림 때문에 고개만 끄덕였다. 손이랑 입 주변에는 아이스크림이 잔뜩 묻어 있었다. 다한은 테이블 위에 있던 물티슈를 뽑아 끈적이는 민하의 손을 닦아 주었다. 그러더니 고개를 들어 입술 주위에 묻은 아이스크림을 지그시 바라봤다.
“같이 먹자고 그러는 거지, 지금.”
“네?”
“당분간 아이스크림은 안 먹으려고 했는데…….”
다한의 얼굴이 맞닿을 듯 가깝게 다가왔다. 포근한 숨결이 코앞에서 느껴졌다.
“네? 그게 무…….”
말이 채 끝나기도 전, 다한은 민하의 허리를 끌어안고 입술을 포갰다. 놀란 민하는 들고 있던 수저를 바닥에 떨어뜨렸다. 작게 열린 입술 사이로 다한의 혀가 들어오자, 차가운 아이스크림은 이내 녹아 사라져 버렸다. 아이스크림은 서로의 목안을 타고 흘러 들어가, 상큼한 망고 아이스크림 향만이 둘의 숨결에 묻어났다.
차가웠던 민하의 입속은 다한의 온기에 금세 뜨거워졌다. 맞붙은 혀는 뒤엉키며 서로를 찾기에 바빴고, 허리를 감은 다한의 손에 힘이 잔뜩 실렸다. TV에서는 이미 <미친> 2회가 시작되었지만, 두 사람의 입술은 떨어질 줄 몰랐다. 민하는 당장에라도 쓰러질 것 같은 아찔함에 다한의 어깨를 꽉 붙잡았다. 자꾸만 힘이 빠지는 자신의 몸을 스스로 제어할 수 없었다.
다한은 작은 틈도 허락지 않겠는다는 듯 아직 물기가 마르지 않은 민하의 머리를 감싸 자신 쪽으로 끌어당겼다. 다한에게서 넘어온 숨결이 민하의 입안 구석구석을 섬세하게 어루만졌다.
“하아…… 내가 너를 많이…… 좋아하고 있나봐.”
입술을 살짝 뗀 다한이 숨을 고르며 나지막이 속삭였다. 민하는 자신을 내려다보는 다한의 시선과 숨이 막힐 듯 천천히 내뱉는 말에 볼이 붉게 타올랐다.
“이렇게까지 제어를 할 수 없는 걸 보면.”
진솔한 다한의 고백에 민하는 심장이 철렁하고 내려앉았다. 동시에 뜨거운 무언가가 가슴 가득 차오르는 것 같은 기분이 들었다. 이윽고 두 사람의 눈이 마주쳤다. 민하는 자신을 바라보고 있는 다한의 눈빛이 무엇을 의미하는지 알 것 같았다.
“저도요. 아무 생각도 하고 싶지 않을 정도로.”
민하는 다한의 목을 끌어와 입술을 포갰다.
“그러니까, 여기서…… 멈추지 않아도 돼요.”
TV를 통해 들려오는 드라마 소리는 저만치 사라져 버린 지 오래였다. 다한은 가뿐하게 민하를 안아서 침실로 걸어갔다. 들어가는 몇 걸음 동안도 둘은 연신 서로를 바라보며, 입을 맞췄다. 그는 민하를 침대 위에 살포시 내려놓고, 양손으로 얼굴을 감쌌다. 은은한 조명아래 보이는 민하의 상기된 얼굴에 심장이 튀어나올 것처럼 뛰기 시작했다.
다시 시작된 입맞춤은 부드러운 듯 농밀하게 이어졌다. 침대에 누워 있는 야릇한 자세 때문에 민하의 몸이 간간히 떨려왔다. 민하는 처음 느껴보는 생경한 감각에 눈을 질끈 감고, 다한의 동작에 집중했다.
입술에서부터 시작된 입맞춤은 목덜미를 지나 쇄골 가까이 내려왔다. 하얗고 보드라운 살결에 입술을 대자 깜짝 놀란 민하의 몸이 순간 경직됐다. 다한이 움직임을 살짝 멈추고, 부드럽게 말했다.
“미안, 처음부터 이러려고 한 건 아닌데.”
“아니에요. 제가 처음이라서 긴장이 돼서…….”
“걱정되면, 지금이라도 그만둘까?”
의향을 묻는 다한의 눈빛과 목소리에는 걱정과 아쉬움이 교차됐다. 민하는 고개를 살짝 저으며 다한의 목에 양팔을 둘렀다. 먼저 계속해 달라고 해놓고 이제와 멈추고 싶지는 않았다. 지금 이 순간은 다한에게 자신을 전부 맡기고 싶은 마음이었다.
“그럼 긴장 풀어.”
다한은 사랑스럽다는 듯 민하의 이마에 입을 맞추며, 침대 위에 흩뿌려진 머리카락을 쓰다듬었다. 소중한 것을 어루만지듯, 조심스러운 손짓이었다. 그런 다한의 손길 때문이었을까, 잔뜩 긴장했던 민하의 몸이 조금씩 풀어지는 것 같았다. 다한의 입술이 지나가는 곳마다 붉은 열꽃이 피어났다.
그는 그녀와 눈을 맞추며, 하나 둘 옷가지를 벗겨 침대 아래로 떨어뜨렸다. 달빛에 비친 민하의 예쁜 몸에 정신이 아득해지는 것 같았다. 바라보는 것만으로도 녹아내리는 기분이었다.
“눈 감지 말고, 나 좀 봐.”
부끄러운지 힘겹게 눈꺼풀을 들어 올린 민하는 그와 눈을 맞추었다. 다한은 입술을 떼지 않은 채, 천천히 손을 움직였다.
“아흣!”
자신도 모르게 이상한 소리가 새어 나오자, 민하는 아랫입술을 살짝 깨물었다. 갑작스러운 침입에 반사적으로 다리가 오므려졌다. 지금까지의 스킨십과는 비교도 되지 않을 아득함이 온 몸을 감쌌다. 멈추어줬으면 하는 마음과, 어떻게든 해줬으면 하는 마음이 충돌했다.
“……예쁘다.”
다한은 탄식 어린 목소리를 내뱉었다. 어찌할 바 몰라 하는 민하의 모습이 다한의 눈에는 그저 예쁘게만 보였다. 미간에 잡힌 주름도, 붉게 상기 된 볼도 어느 곳 하나 나무랄 데가 없었다. 다한은 금방이라도 터질 것 같은 자신의 욕구를 참으며, 부드럽게 민하의 등을 쓰다듬고는 등줄기를 따라 천천히 입을 맞췄다. 성급하게 다가가는 것보다, 놀랄지도 모를 민하의 마음을 여는 것이 우선이었다. 다한은 안쪽으로 오물어지는 민하의 허벅지를 양 손으로 부드럽게 어루만지며 천천히 움직였다.
“힘들면 말해.”
민하는 고개를 끄덕이며 양손을 입술 앞으로 가져와 주먹을 꽉 움켜쥐었다. 온몸의 신경이 곤두설 만큼 선연한 감각이었다. 제 안으로 밀려들어올 때마다 절로 발끝에 힘이 실렸다. 책과 친구들의 말로만 알고 있던 것과는 비교할 수 없을 정도의 느낌에 민하의 눈에 눈물이 고였다.
다한은 다한대로 힘든 시간을 이어가고 있었다. 빡빡하게 오므라든 민하의 몸은 좀처럼 열릴 기미가 없었다. 조급해하고 싶지 않은데, 저도 사람인지라 자꾸만 마음이 급해졌다. 터질 것처럼 부푼 남성이 다한의 인내심을 흔들었다. 그렇다 한들 제 욕구만 충족시킬 수는 없는 노릇이었다. 다한은 자신이 느끼고 있는 것을 민하도 함께 느낄 수 있도록 노력했다.
손을 뻗어 가슴을 어루만지던 다한이, 이내 민하의 왼쪽 가슴을 크게 베어 물었다. 봉긋 솟아 오른 가슴은 점차 타액으로 젖어갔다. 그러한 다한의 노력 때문인지, 민하의 몸도 그를 받아드릴 준비가 되어가고 있었다.
이후로도 한참동안 애무를 이어가던 다한은 민하와 눈을 맞추었다. 민하는 고개를 끄덕이는 것으로 허락의 대답을 대신했다. 더는 물러날 곳이 없었다. 다한은 살짝 열려있는 민하의 허벅지를 잡아 오래 참아 온 자신의 욕정을 밀어 넣었다.
“흣!”
겨우 들어가긴 했는데, 민하의 안은 상당히 좁았다. 가만히 있음에도 등줄기를 타고 식은땀이 흘렀다. 다한은 다독이듯 민하의 이마에 입을 맞추며 말했다.
“힘 조금만 빼봐.”
민하는 예상치 못한 고통에 참고 있던 숨을 몰아쉬며 다한의 목에 손을 둘렀다. 몸 안을 가득 채우는 존재감에 머리에서부터 발끝까지 전기가 통하는 기분이 들었다. 사랑하는 사람으로 온몸을 가득 채웠다는 생각과 뒤늦게 몰려오는 통증에 민하의 정신이 몽롱해져갔다.
“그게…… 마음대로 안 돼서.”
게다가 의지와는 다르게 저절로 힘이 들어가 어찌 할 바를 몰랐다. 다한은 민하의 입술을 베어 물었다. 마주한 혀는 일말의 망설임 없이 서로를 탐했다. 다행히 꼼짝할 수 없었던 처음보다 나아져, 민하의 몸이 조금씩 부드러워지기 시작했다. 다한은 허리의 반동을 이용해 천천히 몸을 움직였다. 하지만 인내는 오래가지 않았다. 오랜 기다림의 시간동안 그의 몸도 이미 뜨거워진 상태였기 때문이었다.
다한이 더 이상 참을 수 없다는 듯 속도를 붙여 허리를 쳐올리자, 민하의 볼을 타고 참고 있던 눈물이 흘러내렸다. 다한은 볼을 타고 흐르는 민하의 눈물을 혀로 핥았다. 고통에 눈물짓는 모습에 마음이 짠하면서도, 그것조차 왜 이렇게 예쁜 건지 무엇보다 이성이라는 것을 모조리 날려버릴 만큼, 지금 느끼는 쾌감은 어떤 것과도 비교할 수 없었다.
두 사람의 거친 숨소리와 간간히 나오는 신음, 살결이 부딪히며 내는 마찰음, 삐걱대는 침대소리만이 방안을 가득 메웠다. 무언가에 쫓기는 사람처럼, 정신없이 몰아치던 다한은 얼마 지나지 않아, 극강의 쾌락에 도달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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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중략)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