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책 정보
· 분류 : 국내도서 > 인문학 > 책읽기/글쓰기 > 글쓰기
· ISBN : 9791190216487
· 쪽수 : 296쪽
· 출판일 : 2022-06-30
책 소개
목차
프롤로그 7
1. 두 번째 삶의 시작 15
2. 낯선 거리에서 당신의 얼굴을 찾는 일 37
3. 빛이 있는 쪽으로 한 걸음 더 147
4. 겨우 열여덟 살이 되다 185
에필로그 289
참고자료 296
저자소개
리뷰
책속에서
한국어로도 제대로 표현하지 못한 말을 독일어로 한다는 것은 매우 어려운 일이었다. 외국어로 표현한다고 해도 자살이라는 단어를 직접적으로 사용할 용기가 나지 않았다. 우울, 사건, 스스로, 죽음 등 많은 단어를 찾아 헤맸지만, 나는 결국 사전에서 Verlust(분실, 상실, 손실, 잃음), Verwandlung(변화, 변경, 변신, 전환), Verschwinden(소멸, 사라지다) 사이를 계속해서 배회했다. 솔직한 심정으로는 “나의 엄마는 분실했고, 상실했고, 손실했고, 잃었으며, 변화했고, 변경했고, 변신했고, 전환했으며, 소멸했고, 사라졌다. 그리고 그에 따라 나는 분실했고, 상실했고, 손실했고, 잃었으며, 변화했고, 변경했고, 변신했고, 전환했으며, 소멸했고, 사라져 가는 중이다”라고 말하고 싶었다. 하지만 끝내 내가 말하게 되는 건 “엄마는 죽었고, 그냥 그렇게 되었어”였다.
상대를 마음 깊이 보듬어 주다가 편안하게 보내 주는 일. 가볍고 아름다운 이별. 마음을 건강하게 정리하는 일. 이렇게 쉽고 자연스러운 일을 나는 왜 예전에는 하지 못했을까? 예상한 죽음과 예상하지 못한 죽음은, 죽음을 마주한 순간부터 이별 방식까지 너무 다르다는 것을 미리 알았다면, 누군가 나에게 가르쳐줬더라면, 나는 좀 더 일찍 엄마의 죽음으로부터 자유로워질 수 있었을까?
이야기를 어디서부터 써야 할까? 어떻게 쓸 수 있을까? 내가 경험하고, 겪어 왔던 시간에 대해 쓰는 일이 어떤 의미가 될 수 있을까? 나는 왜 이 글을 써야만 했을까? 심장이 굳고, 마음이 부서져서 목소리를 잃은 사람이 다시 자신의 이야기를 쓰려고 할 때, 깊게 응어리진 과거를 하나씩 드러내 바라보는 일이 시작된다. 적절한 표현을 위해 글자의 획을 모아 자음과 모음을 만든다. 슬픔을 표현할 단어를 찾고, 나를 아프게 하고 때론 위로해 주는 문장을 하나씩 적어 나간다. 다시 심장이 굳을까 봐, 다시 마음이 부서질까 봐, 간신히 끌어모은 목소리마저 다시 잃어버릴까 봐 나는 글 쓰는 일을 오래 망설였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