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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큰글자도서] 나는 맘먹었다, 나답게 늙기로](/img_thumb2/9791190275385.jpg)
책 정보
· 분류 : 국내도서 > 에세이 > 한국에세이
· ISBN : 9791190275385
· 쪽수 : 256쪽
· 출판일 : 2021-06-15
책 소개
목차
서문 『다시, 나이듦에 대하여』를 새롭게 펴내며
1장 이런 내가 어때서
낭만이고 뭐고
그날 아침 삶은 달걀은 누가 먹었을까?
나의 홈쇼핑 탐구 생활
뽀글 파마
할머니로 사는 재미
2장 나이들어서도 포기할 수 없는 취향
난 죽을 때까지 영화를 쫓아다니고 싶다
내가 CSI에 열광하는 이유
갈까 말까 망설이는 여행은 무조건 가라
맥주 한 잔의 행복
개띠 클럽
혼자 놀기
3장 페미니스트가 보는 세상
그 연세가 어때서?
남자들, 달라졌다
고독사
난 이런 프로그램이 싫다고
동경 유람단
4장 살면서 저절로 얻어지는 건 없다
명랑 투병
나이드니까, 글쎄
회갑이 가져다준 선물
식탁은 가구가 아닙니다
나도 저렇게 멋지게 살 수 있을까?
요즘 시어머니로 사는 법
5장 나는 자유다!
버스는 인생이다
여자들이 오래 사는 이유
스트레스에 대처하는 자세
내 남편 맞아?
우리 서로 손뼉을!
60 넘어, 자유!
에필로그 다시 스무 살이 된다면
저자소개
책속에서
온갖 흉을 잡히면서도 꿋꿋하게 10년을 버티던 내가 어느 날 갑자기 머리를 싹둑 자른 것은 갱년기 우울증 때문도 아니요, 남이 흉보는 것에 지쳐서도 아니요, 순전히 내 팔 문이었다. 어느 날 아침, 머리를 뒤로 빗어 넘겨 왼손으로 잡은 후 고무줄로 묶어야 하는데 오른쪽 팔이 올라가지 않는 거였다. 도대체 팔에서 뒤통수까지 몇 센티나 된다고 아무리 애를 써도 손이 닿지 않았다. 말로만 듣던 오십견이 온 것이다. 내 머리도 내가 마음대로 못 묶는다는 사실에 맥이 빠져 며칠이나 서글퍼하다가 나는 동네 미용실로 달려갔다. 묶을 수 없으면 묶지 않아도 되는 방법을 찾으면 되지 뭐. - 〈뽀글 파마〉
<러브 스토리>가 국내에서 개봉된 그날은 바로 내 생일이었으며 난 첫 출산을 한 달 앞둔 만삭의 임신부였다. 호르몬의 작용 때문이었을까. 영화를 보면서 그날처럼 많은 눈물을 흘린 날은 내 생애에 처음이자 마지막이었다. 행복의 문턱에서 백혈병으로 죽어야 하는 여자 주인공에게 난 완전히 감정이입이 되어 버렸다. 극장 문을 나와서도 거의 곡소리를 내며 우는 나를 보고 남편은 난감해하다 못해 화를 버럭 냈다. “아니, 내가 뭘 잘못했다는 건데?” - 〈난 죽을 때까지 영화를 쫓아다니고 싶다〉
마침 내 옆자리에는 영화를 좋아하고 글도 잘 쓰는 재기발랄한 정신과 의사가 앉았다. 내가 피 칠갑한 시체들이 등장하는 수사 드라마를 무지하게 좋아하는데 혹시 정신과적 문제가 있는 거냐고 단도직입적으로 물었다. 그러자 그는 자신도 수사 드라마를 굉장히 좋아한다면서 아무 문제도 없다고 대답했다. 나는 재차 당신이야 젊은 남자니까 괜찮겠지만 나처럼 늙은 여자가 그렇다면 혹시 변태가 아니냐고 물었고, 그는 유쾌한 웃음과 함께 “선생님은 정상이십니다”라고 말했다. 이 말을 둘째에게 전하면 분명 정신과 의사치고 정상인 사람은 없다며 나의 정상 진단을 인정하지 않을 테지만, 나는 크게 안도했다. - 〈내가 CSI에 열광하는 이유〉