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책 정보
· 분류 : 국내도서 > 에세이 > 한국에세이
· ISBN : 9791140717750
· 출판일 : 2026-03-06
목차
이 책을 맛있게 읽는 법
001 내 일상의 B컷 모음집 #주간 포토 덤프
002 싫어하는 것을 건져내면, 좋아하는 게 남습니다 #불호 채집
003 알고리즘을 끄고 내 관심을 켜는 시간 #북 위시리스트
004 매일 똑같은 하루가 반복된다면 #00시의 나
005 어떤 기록은 사라져야 비로소 완성된다 #지워지는 일기
006 자책감을 자존감으로 바꾸어드립니다 #내가 해냄
007 망설임 속에 숨겨진 진짜 마음 #할까 말까
008 걱정이 꼬리에 꼬리를 무는 밤에 #걱정 분리수거
009 배가 고픈 게 아니라, 마음이 고픈 거였어 #마음의 맛
010 잃어버린 시간을 찾아서 #화요일의 시간
011 생각이 팝콘처럼 튀어 오를 때 #생각 주차장
012 논리는 잠시 꺼두세요 #무조건 공감해드립니다
013 인류애를 충전해드립니다 #좋은 사람 도감
014 하루가 텅 빈 백지 같다면 #넘버 트래커
015 내 세계의 해상도 높이기 #나를 키우는 단어들
016 생각도 숙성이 필요합니다 #영감 수집
017 버킷리스트가 부담스러운 당신에게 #A List Of Things
018 흑백 일상이 컬러로 바뀌는 순간 #모먼트 로그
019 축하의 진짜 의미에 대하여 #더 나아진 걸 축하해
020 내일의 행복을 미리 주문합니다 #선불 행복 일기
에필로그 “쓰는 만큼 단단한 내가 된다”
저자소개
책속에서
싫어하는 것들을 하나씩 걷어내다 보니, 놀랍게도 좋아하는 것들이 모습을 드러내기 시작했어요. 미켈란젤로가 남긴 유명한 말처럼요.
“조각상은 이미 대리석 안에 완성되어 있다. 나는 그저 불필요한 부분을 걷어내려 했을 뿐이다.”
사람들은 취향을 찾기 위해 새로운 것을 자꾸 더하려고 해요. 더 많이 경험하고, 더 많이 시도해야 알 수 있을 거라고 믿죠. 물론 다양한 체험 속에서 내가 좋아하는 무언가를 찾기도 해요. 하지만 취향이란 조각하듯 불필요한 것, 싫어하는 것들을 깎아내는 과정에서 또렷해지기도 하더라고요.
취향(趣向), 한자를 풀어서 보면 ‘하고 싶은 마음이 생기는 방향’이라는 뜻이에요. 어디로 가야 할지 모르겠다면 반대로 가기 싫은 방향이 어딘지를 먼저 찾아보는 것도 괜찮아요. 내게 맞지 않는 것들을 하나씩 덜어내다 보면, 이미 내 안에 완성되어 있던 나만의 취향을 생각보다 빨리 발견하게 될 수도 있거든요.
자, 가장 쉬운 것부터 시작해볼까요? Y 님은 어떤 음식을 싫어하나요?
_2장 ‘싫어하는 것을 건져내면, 좋아하는 게 남습니다’ 중에서
“자세히 들여다보세요. 우리 삶에 같은 날은 단 하루도 없답니다.”
기록을 이어가는 8월 한 달 동안은 알람이 울리면 하던 일을 멈추고 바로 노트를 펼쳐 딱 한 줄의 기록을 남기려고 노력했어요. 어떤 날은 책상에 앉아 토마토와 그릭요거트를 섞으며 건강한 하루를 살아보겠노라 다짐하고 있었고, 어떤 날은 거울 앞에서 외출할 때 무슨 옷을 입을까 심각하게 고민하고 있더군요. 또 다른 날엔 출근하는 엄마에게 안부 전화를 걸고 있었고요. 한 달이 지나 빼곡하게 채워진 서른한 줄의 일기를 읽으며 저도 모르게 나지막이 내뱉은 말이 있었어요.
“정말, 매일 달랐네.”
멀리서 보면 같은 색인 나뭇잎도 가까이서 보면 저마다 다르잖아요. 쉼 없이 흘러가는 시간도 잠시 멈춰 바라보지 않으면 그저 똑같은 하루로 느낄 뿐이더라고요. 8시에 남긴 한 줄의 기록은 무심히 흘려보낼 뻔한 제 하루에 꽂아두는 작은 책갈피가 되어주었어요.
_4장 ‘매일 똑같은 하루가 반복된다면’ 중에서
가족 모두가 잠든 늦은 밤, 식탁 위에 작은 조명 하나를 켜두고 앉아 있는 H 님의 뒷모습을 그려봅니다. 냉장고 돌아가는 소리가 윙윙대는 부엌에서 펜을 들었다 놓기를 수십 번 반복하셨겠지요. 목구멍까지 차오른 말들은 분명 있는데 차마 종이 위에 내려놓지 못한 채요.
우리는 부단히 구겨진 마음을 다림질하며 살아갑니다. 굳이 남들에게 구겨진 옷자락을 보이고 싶은 사람은 없으니까요. 이왕이면 괜찮은 어른, 긍정적인 사람, 현명한 엄마로 보이면 좋잖아요. 문제는 이 습관적인 다림질이 아무도 보지 않는 일기장 앞에서조차 멈추지 않는다는 거예요. 누군가 볼까 봐 혹은 나중에 내가 보고 실망할까 봐 울퉁불퉁하고 모난 날것의 마음을 본능적으로 숨기고 싶어집니다. 결국 빈 페이지로 남겨두거나 마음에도 없는 멋진 말을 쓰며 하루를 포장하기도 하죠.
_5장 ‘어떤 기록은 사라져야 비로소 완성된다’ 중에서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