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책 정보
· 분류 : 국내도서 > 에세이 > 한국에세이
· ISBN : 9791190403542
· 쪽수 : 180쪽
책 소개
목차
콩나물 시루에 물을 붓는 마음으로
약으로도 해장이 되나요?
나의 편애하는 평양냉면
국수를 사랑할 수밖에 없는 이유
전국~ 해장국 자랑! ♪
나 양평해장국세권에 산다!
원조 싸움에 술꾼 속 터지네
도전! 세계의 해장 음식
자학의 맛! 매운 음식으로 해장하기
평생 우왕좌왕할 만두
해장술은 특급열차야
해장은 언제 시작되는가
최악의 해장 음식을 대령하라
불멸의 해장 음식 삼대장
해장의 추억 by 술꾼도시처녀들
아빠와 나와 순댓국
위장 부부로 살아가기
에필로그 해장 안부를 묻는 사이
저자소개
리뷰
책속에서
내가 평양냉면을 사랑하는 이유는 해장으로 완벽한 음식이기 때문이다. 냉면 한 그릇을 비우는 전체 과정이 해장에 딱 최적화되어 있다. 먼저 메밀향이 은은하게 풍기는 면수를 홀짝거리며 냉면이 나오기를 기다리는 것부터가 시작이다. 메밀면을 삶은 면수는 숭늉처럼 구수하고 따뜻해 과음으로 뒤집힌 속을 살랑살랑 달래준다. 이윽고 냉면이 나오면 그릇을 두 손으로 단단히 받쳐 들고 국물부터 쭈우우욱 마신다. (나는 이때 거의 3분의 1을 마시기 때문에 얼음 없는 적당한 온도의 국물을 선호한다.) 입안에 맴도는 고기육수 맛과 동치미 맛을 천천히 음미한다. 시원한 국물은 위장으로 내려가 술의 화기를 가라앉혀준다.
- ‘나의 편애하는 평양냉면’ 중에서
이윽고 거무죽죽한 선지 덩어리와 음침하게 생긴 내장들, 그 사이를 마구 휘감고 있는 우거지와 콩나물, 피처럼 붉은 고추기름이 부글부글 끓고 있어 마치 지옥탕의 미니어처 같은 것이 한 그릇 내 앞에 놓였다. 마른침을 한번 삼켰다. 한창 마실 나이 서른 살이었고 자타공인 이 구역의 미친 술꾼이었지만, 해장국 앞에서만은 ‘쪼렙’이었다. 선지도 내장도 못 먹었기 때문이다. 바싹 구운 소곱창이나 진한 양념에 볶은 돼지곱창 정도는 몇 점씩 먹었지만 물에 빠진 내장들은 보기만 해도 속이 울렁거렸다.
- ‘나 양평해장국세권에 산다!’ 중에서
해장은 ‘기분’의 지분이 90% 이상인 것 아닐까? 속이 풀린 것 같은 ‘기분’, 머리가 맑아진 것 같은 ‘기분’. 그걸 느끼게 해주는, 자기에게 잘 맞는 음식과 방법이라면 콜라를 끓여 마시든 피클 국물을 마시든 남이 뭐라고 할 순 없는 거다. 그러니 무릇 훌륭한 술꾼이라면 ‘이색적’이니 ‘엽기적’이니 하는 포인트 에만 꽂힐 게 아니라, 다른 사람들의 다양한 해장법을 엿보고 참고하면서 자기만의 해장법을 찾아 끝없이 정진하여야 할 것이다. 그런 의미에서 내일 맛있고 참신한 해장 음식을 먹기 위해 나는 오늘도 거나하게 술을 마신다. (응?)
- ‘도전! 세계의 해장 음식’ 중에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