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책 정보
· 분류 : 국내도서 > 예술/대중문화 > 영화/드라마 > 영화이론/비평
· ISBN : 9791190434522
· 쪽수 : 268쪽
· 출판일 : 2023-10-31
책 소개
목차
I 영화강연 2004-2009
1 나의 영화론
2 영화의 쇼트에 관하여
3 오즈 야스지로에 관하여
4 영화와 로케 장소에 관하여
5 영화의 역사에 관하여
6 영화 감독의 일이란 무엇인가
7 오시마 나기사 강좌1: 〈일본춘가고〉
8 오시마 나기사 강좌2: 〈교사형〉
II 연속강의: 21세기의영화를말한다
강의 1 리얼과드라마
강의 2 지속과 단절
강의 3 인간
강의 4 21세기의영화
역자후기
리뷰
책속에서
"저는 이 ‘세계’라는 단어가 마음에 들어서 영화에 관해 뭔가 이야기하거나 글을 쓸 때마다 저도 모르게 자주 사용하곤 합니다. 하지만 그렇다고 무슨 별다른 의미를 부여하는 건 아닙니다. ‘당신은 영화에서 무엇을 그리고 있느냐’는 질문을 받았을 때, 적절한 단어가 떠오르지 않아 그만 ‘세계’라고 대답해 버릴 때가 많은 듯도 합니다. 물론 영화에서 그리고자 하는 건 잔뜩 있지요. 우선 ‘이야기’가 떠오르는군요. 하지만 당연히 그것만 있는 건 아닙니다. 도쿄의 거리나 배우의 얼굴도 그리고 있지요. 90분이니 100분이니 하는 시간을 그리고 있다는 표현도 가능할지 모르겠군요. 하지만 그 모두를 포함해, 영화라는 미디어는 기본적으로 ‘세계’를 그리기 위한 기술이라 해보죠. 그렇게 부르는 게 아무래도 제게는 딱 적당한 것 같습니다.
그렇다곤 해도 호들갑처럼 들릴지도 모르겠군요. 하지만 영화 카메라는 하얀 캔버스에 그림을 그리거나 노트에 글을 쓰는 것과는 완전히 다른 목적으로 쓰이는 기계입니다. 카메라의 목적은 오직 한 가지, 즉 오려내는 겁니다. 눈 앞의 사물이 발하는 빛을 그저 물리적으로 네모나게 오려내는 겁니다. 이게 카메라의 유일한 기능이라 해도 되겠지요."
(영화는 ‘세계’를 그리기 위한 기술이다)
"재미있군요. 몇 번을 봐도 질리지 않습니다. 정말이지 푹 빠져들 정도로 재미있습니다. 앞의 것과 비슷하긴 하지만, 이 두 편에선 자전거를 탄 남자와 어슬렁거리는 개가 특히 인상적입니다. 한 가지 덧붙여 두자면, 이 〈공장의 출구〉라고 하는 영화는 그저 공장 출구 앞에 카메라를 놓고 사람들이 나오는 모습을 우연히 촬영한 게 아닙니다. 사람들의 움직임 전부가 예정대로 연출된 겁니다. 일종의 픽션인 셈이지요. 다큐멘터리가 아닙니다. 이제 아시겠지요. 다큐멘터리든 픽션이든 영화의 본질은 변함이 없습니다.
한 번 더 말씀드리지요. 세계로부터 공간과 시간을 오려낸 게 영화입니다. 세계의 일부분이지요. 화면에 비치는 게 친구든 거리든 개든 상관없습니다. 전문적인 배우든 호화로운 의상을 몸에 걸친 유명한 할리우드 스타든 하등 상관없지요. 화면에 비치고 있는 게 실제로 존재하는 세계의 일부분이라면, 이를 영화라 불러도 전혀 거리낄 데가 없습니다. 이런 원리에서 보자면, 다큐멘터리든 드라마든 단편이든 장편이든 텔레비전이든 전부 영화가 됩니다. 하지만 애니메이션은 영화와는 다릅니다. 애니메이션은 아무것도 없는 흰 종이 위에 작자의 머릿속에 떠오른 이미지를 옮겨 그리는 데서부터 시작되는 듯합니다. 나름대로 대단히 재미있고 수준 높은 예술 표현이라고는 생각합니다. 하지만 실사 영화와는 근본적으로 성립 프로세스가 다른 거죠." (화면에 비치지 않는 것을 상상한다)
"이 무렵에는 세계 곳곳에서 모두가 영화를 대량으로 찍고 있었습니다. 어째서일까요? 이유는 잘 모르겠습니다. 하지만 지금 생각해 보면, 어쩌면 1960년대 말, 이 시절이 소위 말하는 일반 상업 영화 시대의 최후였던 게 아닐까요? 무슨 얘긴가 하면, ‘영상이라는 것=일반적 상업 영화, 극영화’였던 시대의 최후란 겁니다. 당연히 텔레비전은 이 시절에 이미 척척 대중화하여 영화가 자꾸만 침식되어 가고, 70년대에 들어서자 그야말로 8mm, 비디오 등 개인이 마음만 먹으면 자유자재로 촬영 가능한 시대로 돌입하기에 이르지요. 60년대 말은 바로 그 직전에 해당됩니다. 누군가가 뭔가 영화 같은 것을 찍고 싶다면 35mm 상업 영화 형태를 답습하지 않으면 안 된다는 생각이 당연시되던 최후의 시대였는지도 모릅니다. 그러니 별별 사람들이 상업 영화라는 틀을 빌어 영화를 만들고 있었지요. 그게 영화사(映畵社)든 한 사람의 작가든 간에, 어쨌든 그것밖에 영화를 표현 가능한 수단이 떠오르지 않던 시절이지요. 그렇기에 이렇게 많은 영화들이 그 시대에 세계 곳곳에서 만들어지고 있었구나 하는 감이 듭니다. 제 멋대로의 상상이지만요." (오시마 나기사 강좌 2: <교사형>)