책 이미지
책 정보
· 분류 : 국내도서 > 소설/시/희곡 > 한국소설 > 2000년대 이후 한국소설
· ISBN : 9791190526326
· 쪽수 : 304쪽
책 소개
목차
작가의 말
오상아(吾喪我)-나를 죽여야 나를 만난다 …13
장자의 길[道]-나비가 되어 날다 …29
정원1-지도리(道樞) ; 자유로운 들짐승들 …32
정원2-혼돈(混沌) ; 욕망이 불러온 혼란(混亂) …81
정원3-제물(齊物) ; 흰 돌과 단단한 돌 …129
정원4-소요유(逍遙遊) ; 아픔을 넘어 지락(至樂)으로 …256
장자의 꿈[夢]- 최후의 심판 …293
저자소개
책속에서
여긴 지도리다. 내가 나비가 되어 지도리에 왔듯이, 물고기 곤이 붕이 되어 하늘을 나는 건 변화다. 곤은 원래 작은 물고기 알이었다. 이 작은 알이 큰 물고기 곤이 되고, 곤은 다시 큰 새 붕이 되어 구만리(九萬里) 하늘을 날게 되었다. 장자는 이 화이위조(化而爲鳥; 새가 되다. 즉 새로운 것으로 변하다)에서 하나의 길을 전하고 있다. 알에서 곤이 되고 붕이 되듯, 모든 사물은 원래 모양이 없고 변화가 존재한다. 그런데 사람들은 틀(이름)을 만들어 모든 걸 그 안에 가두고 변화하지 않는 모양을 만들려고 한다. 장자는 이것을 경계하며 “그 틀을 깨고 나와 더 넓은 세상으로 가라!”고 외치고 있다. 그렇게 가는 길이 道(도)다.
참새들이 일제히 웃었다. 나도 하마터면 쿡 하고 웃을 뻔했다. 부리에 깃털 날개까지 단 녀석이 나비라고 하니 어이가 없다. 아, 웃을 일이 아니다. 나도 내가 나비라고 믿고 있지만, 내 모습이 어떻게 생겼는지 나는 한 번도 날개 달린 내 모습을 본 적이 없지 않은가. 이전에 나는 사람이었다. 내가 알고 있는 그 나비 모습인지, 아니면 사람 몸에 나비 날개가 달렸는지 알 수 없다. 저 참새들에게 아직 들키지 않은 것으로 보아 뭔가 다른 모습일 수도 있겠다 싶었다. 웃을 일이 아니다. 나는 얼른 날개를 최대한 움츠렸다.
비밀조직에 가담한 참새와 벌떼들이 모르는 일이 있었다. 성과를 이루지 못하거나 색깔이 희미해서 보안이 취약해진 참새들은 쥐도 새도 모르게 아미스타트(La Amistad) 호에 태워 암시장에 내다 팔았다. 용도 폐기다. 겉으로는 본인이 실수하여 참새잡이 그물에 걸려 희생된 것처럼 위장했다. 아미스타트, ‘우정’이라는 뜻이다. 악어의 눈물처럼 잔인한 폭거를 달콤한 우정으로 위장한 노예선이다. 참새들의 동요를 잠재우기 위해 그렇게도 조작한다. 아미스타트 호를 탄 참새들은 결국 참새구이 식당이나 포장마차에서 소주 안주가 된다. 이것도 모르고 참새들은 죽자 살자 반대편 인사를 공격해 대고 있다. 벌떼도 마찬가지다. 용도 폐기된 벌들은 봉침 용으로 팔리거나, 소주병에 담가 벌술을 만들어 주당들에게 판다. 혼돈 대왕이 다스리던 중앙은 이렇게 무서운 세상이 되었다. 모두 갈망하는 그 희망이 보이지 않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