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책 정보
· 분류 : 국내도서 > 소설/시/희곡 > 한국소설 > 2000년대 이후 한국소설
· ISBN : 9791190526647
· 쪽수 : 346쪽
· 출판일 : 2022-01-28
책 소개
목차
작가의 말
단편소설
사라예보의 장미
더닝 크루거
나비바늘꽃
바람이 된 섬
그림자의 그림자
미켈란젤로의 돌
일곱 살
우상을 위하여
틴테레토의 거울
파란 비닐우산
봉숭아꽃물
엽편소설
거미와 개미
헤르타밀러의 손수건
해설 / 유성호
한 시대를 해석하고 증언하는 첨예한 서사적 도록圖錄
김호운 작가연보
저자소개
책속에서
이들에게는 집 안과 집 밖의 경계가 허물어졌다. 내전으로 희생된 가족들이 아직 바깥에 머물고 있기에 이들에게는 집 안도 집 바깥도 모두 집이다. 현관문을 잠그지 않는 것도 잠그는 걸 잊어버렸다기보다 아직 돌아오지 않은 가족이 언제든지 들어올 수 있도록 한 게 아닐까 싶다. 나는 집 현관문에 달려있던, 샤샤의 어머니가 가끔 열어놓기도 한다는 그 자물쇠를 다시 떠올렸다. 그 자물쇠는 현관문이 아니라, 이 집 가족의 마음을 열고 잠그기 위해 달아놓은 것으로 보인다. (「사라예보의 장미」 중에서)
아무래도 난 오늘 이 집을 떠나야 할 것 같다. 이 가족을 돕기 위해 계속 머물고 싶었으나, 나는 내 가슴에 장미를 키울 용기가 없었다. 샤샤를 바라보았다. 시선이 마주치자 마치 기타 줄이 튕기듯 “팅!”하고 머릿속을 울린다. 젖어 있는 샤샤의 눈동자에 ‘사라예보의 장미’ 한 송이가 피어 있었다. 어제 본 ‘사라예보의 장미’보다 더 붉고 진하다. 나는 조용히 돌아서서 샤샤의 방을 나왔다. (「사라예보의 장미」 중에서)
‘무식하면 용감하다’라고 이해하는 사람들도 있으나, ‘설 알면 용감하다’라고 하는 게 더 정확하다. 아무것도 모르거나 모두 다 알아서 잘 숙성된 사람은 용감하지 않다. 흰색이거나 흰색에 가깝다. 다 그런 건 아니지만, 세상을 지배하려는 사람은 대개 설 알아서 용감한 사람이다. 완벽하지 않을 때, 사람들은 모자라는 부분을 덧칠하여 내보이고 싶어 한다. 위장한 그 색깔이 오히려 더 큰 힘을 발휘하는 것이다. 아무것도 모르거나 모두 다 잘 아는 사람은 행동력이 약하다. 완벽해야 움직이기 때문이다. 설 아는 사람들은 물불을 안 가리고 빈칸을 행동으로 채운다. 그 힘이 세상을 지배하고 있다. 책을 딱 한 권만 읽어야 색칠할 공간이 넓다. (「더닝 크루거 효과」 중에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