책 이미지

책 정보
· 분류 : 국내도서 > 소설/시/희곡 > 한국소설 > 2000년대 이후 한국소설
· ISBN : 9791190526432
· 쪽수 : 288쪽
· 출판일 : 2021-07-30
책 소개
목차
작가의 말
탈피
달팽이의 꼬리
커튼의 반란
빨간 허수아비
비둘기 세일
타인의 열차
석회암 지대
쇠똥구리와 마네킹
익숙한 결별
소설가 김삼봉
해설
비극적 세계관의 내면풍경과 서사의 힘 / 김종회
저자소개
책속에서
끝예는 놀이에 끼지 못하니 귀만 열고 어항 속 가재를 찾았다. 가재도 잠든 것처럼 멎어 있다. 이내 모두 널브러지고 혼자만 깨어 있게 되자 곧 들이닥칠 어둠과 맞선 기분이다. 그 어둠이야말로 익숙해져야 할 막막함이었다. 주머니에서 안대를 꺼내 쓰고 천천히 벽을 따라 걸어 보는데 손끝에 느껴지는 것들이 낯익다. 너무 나가지 않고 손을 바꿔서 되짚어가니 다시 어항이 만져지다가 사람이 만져졌다. 하성예가 그곳에 서 있다.(「탈피」 중에서)
나는 평주의 얘기를 듣는 동안 꽤 오래전부터 달팽이 꼬리 얘기 때문에 다리가 잘려 나간 상황을 자주 떠올렸다는 것을 알았다. 그녀가 “직장을 갖는 것은”이라고 했을 때는 경쟁에서 잘 빠져나온 기분이었지만, 이력서를 쓰면서는 그 반대의 상황이 되면서 다리가 낀 기분이기는 했다. 나는 다리를 절뚝거린 이유를 찾은 기분이었다. 달팽이는 나와 무관한데도 내가 그 함정에 빠져든 것 같았다. 달팽이의 꼬리야말로 실체가 불분명했다. 나는 TV나 컴퓨터, 휴대폰을 가까이할 수 없는 과정을 거친 사람이어서 달팽이라는 허상에 사로잡힌 그녀의 오빠를 건져내 줄 방법을 이미 찾은 기분이었다.(「달팽이의 꼬리」 중에서)
나는 대답하지 않았다. 많은 집에 커튼을 달았고, 많은 가정을 봤다. 많은 가정을 봤다는 것은 가정에 대한 특별한 감정이 싹틀 만도 하고 그렇지 않을 수도 있었다. 그 공간은 각각 달랐다. 어떤 공간은 따뜻하지만, 어느 공간은 어딘가로 곧 떠날 임시 거처 같았다. 나는 커튼이 그 집의 분위기를 따뜻하게 하는 쪽에 신경을 썼다.(「커튼의 반란」 중에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