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책 정보
· 분류 : 국내도서 > 에세이 > 한국에세이
· ISBN : 9791190526784
· 쪽수 : 216쪽
· 출판일 : 2022-06-03
책 소개
목차
머리글
방학동에 둥지를 틀다 / 9
술 장로 2대 / 12
연산군묘를 개방시킨 영화 <왕의 남자> / 19
발바닥공원 / 32
시련의 세월을 겪다 / 43
춤꾼이 되려했던 사나이 / 56
방학동 뻐꾸기 형님 / 79
방학능선 쉼터에서 만난 <박사모> 할머니 / 93
방학동 좌파 / 103
방학동 보헤미안 / 120
<셰익스피어 연극배우>가 되다 / 136
북한산 그 산길, 그리고 <독립군 영토> / 150
칸트와 나 / 158
우리 동네 최고의 산책길. 우이천 둘레길 / 164
포토에세이 / 방학동 명소
단편소설
M / 177
저자소개
책속에서
부모님을 모시고 살았지만 부모님이 다니는 교회가 집에서 먼 바람에 우리 부부와 아이들은 동네에서 가까운 교회를 다녔다. 당시 직장을 다녔던 나는 거의 매일 같이 술을 먹고 귀가했다. 그러면서도 일요일은 꼬박꼬박 교회를 나갔다. 교인의 중요한 덕목 중 하나인 성수주일을 잘 지킨 것이다. 여기엔 아내의 신실한 신앙생활이 견인차 역할을 했다. 아내는 주일 학교 봉사도 열심히 했고 십일조며 감사 헌금도 나름 충실하게 헌금했다. 그때마다 모두가 내 이름으로 헌금하다 보니 나는 교인의 중요한 덕목인 헌금 생활에서 높은 점수를 받아 때가 되자 안수집사 후보에도 장로 후보에도 무난히 올랐다. 평일엔 직장 동료나 친구들과 어울려 술 마시고 떠들고 노는 화류계(?) 생활을 몹시 좋아한다는 걸 알 리가 없는 성도들은 장로 인정 투표에서 2/3 이상이 찬성하였다. 장로가 된 지 십여 년 후 내가 직장을 그만두고 소설가가 되자 나의 자유로운 화류 생활은 더욱 심화되었다. 남동생이 아버지에 이어 장로가 된 걸 가문의 영광이라고 몹시 자랑스럽게 여겼던 신앙심 깊은 누님들이 반대했지만 나는 심사숙고한 끝에 60세에 장로직을 조기 은퇴하기로 결단하였다. <술 장로>였던 나는 결국 술과 장로 중 술을 택한 셈이었다. 내가 장로가 된 지 얼마 안 됐을 때 한 번은 아버지가 술에 만취돼 귀가하시면서 현관문 앞에 털썩 주저앉아 못 일어나셨다. 내가 부축해 일으키며 다음과 같이 말했다. “아버지. 장로가 뭐 이렇게 술을 많이 마셔요?” 그러자 아버지께서 혀 꼬부라진 목소리로 말했다. “너나 술 좀 작작 마셔라 이놈아. 교회 장로란 녀석이 원.” 「술 장로 2대 중에서」
그날 햇살이 드는 환한 거실에 앉아 아기를 하나씩 무릎 위에 안고 다정히 이야기를 나누던 두 친구의 모습이 눈에 선하다. 현관문을 닫고 나오는데 콧잔등이 시큰해졌다. 나는 지우가 아름답고 행복하고 건강하게 그리고 무엇보다 풍요로운 삶을 살아가기를 속으로 기도하였다. 오늘날 점점 더 아름다워지고 풍요로워지는 <발바닥공원>처럼. 「발다닥 공원 중에서」
보임된 지 얼마 안 된 신참 장로지만 소설가랍시고 목에 힘(?)이 들어가 있어 보이는 내게 신경이 쓰였는지 에둘러 말을 꺼낸다는 것이 엉뚱하게도 이런 예를 들고 만 것이다. 교회의 장로보단 소설가로서의 정체감이 더 강했던 나는 이렇게 대꾸했다.
“하나님 쪽에서 보면 그 우편은 좌편이 아닌가요?”
둘러앉은 십여 명의 장로들이 모두 크게 웃었다. 나 자신도 순간 재치 있는 답변을 한 것에 스스로 감격해서 즐겁게 웃었다. 하지만 <좌파 장로>에 대한 원로 장로의 반감과 적개심은 당시 MB가 부르짖어 유행어가 됐던 <서울을 하나님께……>라는 기독교 왕국 신앙에 힘입어 더욱 깊어졌다. 더욱이 공무원이었던 한 장로가 청와대 인사비서관으로 임명되는 일이 생기자 우리 교회는 MB의 아바타 수준까지 변모하며 곳곳에서 우파적 신앙심이 분출한다. 덩달아서 나의 좌파적인 신념도 강화된 나머지 나는 돈 많은 한 집사가 계획한 고등부 학생들의 해외 성경학교를 공개 거론하며 중단시켰다. 비록 자신이 경비의 절반을 부담한다 했지만 반은 교회가 부담하기 때문이었다.
“학생들이 해외 문물을 보고 배우도록 돕자는 것인데요. 장로님.”
“좋긴 한데 그 경비를 왜 교회가 지불해야 합니까?”
“반은 제가 부담합니다.” 「방학동 좌파 중에서」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