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책 정보
· 분류 : 국내도서 > 에세이 > 외국에세이
· ISBN : 9791190631211
· 쪽수 : 1032쪽
· 출판일 : 2021-03-30
책 소개
목차
1. 매질 없는 가르침은 없다
머리말 | 제1장 | 제2장 | 제3장 | 제4장 | 제5장
2. 젊은 시절에 원하는 것은 노년에 풍족하게 얻는다
제6장 | 제7장 | 제8장 | 제9장 | 제10장
3. 나무는 하늘을 뚫고 자라지는 않는다
제 11장 | 제12장 | 제13장 | 제14장 | 제15장
4. 신 밖에는 신에 맞설 자가 없다
머리말 | 제16장 | 제17장 | 제18장 | 제19장 | 제20장
해설/ 토마스 칼라일
옮긴이의 말/이관우
연보
세부내용 색인
책속에서
한 친구의 편지
아마 다른 어떤 작품에서보다 더 그럴싸하게 쓰고 싶은 지금의 이 작품에 대한 머리말로 한 친구의 편지를 대신한다. 늘 회의하고 망설여온 내게 이 편지는 바로 이 작품의 창작을 시도하게 된 동기가 되었다.
“소중한 친구여, 이제 그대의 문학작품 12권을 모두 갖게 된 우리는 그것들을 읽어나가면서 널리 친숙한 작품과 함께 많은 낯선 작품을 발견하고 있다네. 정말이지 잊혀진 많은 작품들이 이 모음집을 통해 다시 생생하게 살아나고 있네. 하나의 체제를 갖추어 우리 앞에 놓인 이 12권의 작품은 전체로 연결 지어 관찰하지 않을 수 없네. 그렇게 함으로써 기꺼이 작가와 작가의 재능의 면모를 그려보고 싶어 한다네. 하지만 작가로서 작가인생을 처음 시작했던 왕성한 활력에 비한다면 그 후 오랜 세월동안 출간된 책이 12권이니 너무 적다고 느껴지는 걸 부인할 수 없네. 또한 하나하나의 작품들을 보면서 숨길 수 없는 사실은 대체로 특별한 동기가 이 작품을 나오게 했고, 그때그때의 분명한 도덕적 미학적 기준과 신념이 작품 속에 적잖이 존재하며, 외적인 특정 대상은 물론 내적인 교양수준 또한 작품에서 확실히 드러나게 된다는 것이라네. 그러나 전체적으로 보면 이 창작물들은 서로 연관성이 없네. 때로 우리는 이 작품들이 정말 같은 작가가 쓴 것인지 거의 믿지 못하곤 한다네.
자네의 친구들은 그동안 탐구를 포기하지 않아왔네. 자네의 생활방식과 사고방식을 좀 더 자세히 알아서 많은 수수께끼와 문제를 풀려고 노력하고 있다네. 그들은 자네에 대한 오랜 애정과 오랜 관계가 있기에 어려움이 닥쳐도 어느 정도 매력을 느끼기도 한다네. 이따금씩 자네가 우리의 우정 어린 생각을 뿌리치지 말고 도움을 준다면 기분 좋은 일이 될 걸세.
우리가 자네에게 이렇게 부탁하는 첫 번째 이유는 자네가 새로운 판본에서 어떤 내적 관계에 따라 문학작품들을 연대순으로 정리하고, 소재에 맞는 생활 상태와 정서 상태는 물론 자네에게 영향을 준 사례를, 또한 그에 못지않게 자네가 따랐던 이론적 원칙들을 일정한 관계 속에서 털어놓을 수 있기 때문이라네. 자네가 좁은 영역에서 이런 노력을 해준다면 아마 더 넓은 영역에서도 만족스럽고 유익한 어떤 것이 탄생하게 될 것이네. 작가는 멀리 떨어져 있어도 늙어 죽을 때까지 자신에게 애정을 품고 있는 사람들과 서로 이야기를 나눌 수 있다는 장점을 포기하면 안 되네. 또한 어떤 해에 예기치 않게 막강한 영향력이 있는 작품을 새로이 무대에 내놓는 일이 누구에게나 부여되는 것이 아니라면 전에 창조해낸 것을 다시 소재로 다루어 마지막까지 다듬는 일은 인식력이 좀 더 완전하고 의식이 더욱 분명한 바로 이 시기에 하는 것이 퍽이나 재미있을 것이고 새로운 생기를 느끼는 일이기도 할 것이네. 이 일은 전에 예술가인 자네와 더불어 자네 곁에서 교양을 쌓았던 사람들에게는 다시금 교양이 되기도 할 것이네.”
이러한 무척이나 우정 어린 요구는 내게 곧장 그 요구를 따라야겠다는 마음을 불러일으켰다. 왜냐하면 우리가 젊었을 때에는 열정적으로 자신의 길을 걸어가고, 빗나가지 않으려고 다른 사람들의 요구를 거침없이 거절하지만, 나이가 들어서는 누군가의 관심이 우리를 자극하고 애정 어린 마음으로 새로운 활동을 하도록 이끌어주는 것이야말로 더없이 갈망되는 일이기 때문이다. 그리하여 나는 곧장 우선 12권으로 된 작품을 분류하고 이것들을 발표 연대순으로 정리하는 일부터 착수했다. 나는 작품들을 발표한 시기와 상황을 더듬어보려고 했다. 이 일은 바로 어려움에 처했는데, 이미 알려진 것 사이의 공백을 메우기 위해서는 자세한 안내와 설명이 필요했기 때문이다. 무엇보다도 내가 처음에 습작했던 모든 것이 사라진데다가, 시작해놓고 완성하지 못한 많은 것도 없어진 탓이었다. 완성된 많은 것도 나중에 완전히 개작되고 다른 형식으로 변형되어 그 외형이 완전히 사라져버렸다. 이외에도 내가 학문과 다른 예술 속에서 어떤 노력을 해왔으며, 혼자서는 물론 친구들과 협력하여 낯선 분야에서 한편으로는 조용히 습작하고, 또 한편으로는 공공연히 발표해온 것이 무엇이었는지에 대해 생각해 볼 필요도 있었다.
나는 이 모든 것이 내게 호의적인 사람들에게 점점 만족을 주는 것이기를 바랐다. 바로 이러한 노력과 관찰이 나를 계속 앞으로 나아가도록 이끌었다. 나는 그런 매우 신중하게 생각해낸 요구에 나 스스로 합당한 사람이기를 바라면서 내적 자극과 외적 영향, 내가 밟은 이론적 실제적 단계들을 차례대로 서술하려고 노력했다. 그리하여 나는 내 좁은 개인적 삶으로부터 나와 넓은 세계로 뛰어들게 되었고, 멀리 혹은 가까이에서 내게 영향을 준 많은 소중한 사람들의 모습이 나타났다. 따라서 동시대의 모든 민중들과 마찬가지로 내게 가장 큰 영향을 끼친 일반적인 정치적 상황의 어마어마한 움직임이 우선적으로 고려되어야 했다. 왜냐하면 사람을 그가 처한 시대상황 속에서 묘사하고, 전체 세계가 그에게 얼마나 반감을 가졌으며, 그를 얼마나 총애했는지를 보여주고, 그런 가운데 세계관과 인간관을 그가 어떻게 형성했는지, 그가 만약 예술가나 시인이나 작가라면 그것을 어떻게 다시 밖으로 반영시켰는지를 나타내는 것이야말로 자서전의 핵심과제라고 생각했기 때문이다. 그러나 여기서 한 개인이 자신과 자신의 세기를 알아야 한다는 거의 하기 힘든 일이 요구된다. 모든 상황에서 다분히 공평하게 유지되어 온 세기는 순응하는 사람이든 저항하는 사람이든 간에 개인을 이끌고, 규정하고, 형성하여 사람이 10년만 일찍 태어나거나 혹은 늦게 태어나도 자신의 교양과 외부에 끼치는 영향에 있어서 완전히 다른 사람이 된다고 말할 수 있을 정도다.
이런 방법으로, 이 같은 관찰과 시도에서, 이러한 회상과 숙고에서 지금의 이 기록이 이루어졌다. 이 기록은 이러한 성립의 관점에서 비로소 가장 즐겨 읽히고, 이용되며, 가장 손쉽게 평가될 수 있을 것이다. 그밖에 특별히 반쯤은 문학적이고 반쯤은 역사적인 어떤 것에 대해서는 이야기가 진행되는 가운데 여러 번 언급할 기회가 있을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