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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큰글씨책] 죽음](/img_thumb2/9791128833922.jpg)
책 정보
· 분류 : 국내도서 > 소설/시/희곡 > 세계의 소설 > 동유럽소설
· ISBN : 9791128833922
· 쪽수 : 208쪽
· 출판일 : 2020-11-28
책 소개
목차
제1부
제2부
제3부
제4부
해설
지은이에 대해
아르투어 슈니츨러 연보
옮긴이에 대해
책속에서
태양이 이글거리는 견디기 힘든 여름이 다가와 살갗을 태우는 뜨거운 낮과 탐욕으로 넘실거리는 듯한 미적지근한 밤이 이어졌다. 날마다 낮은 전날 낮을, 밤은 지난밤을 되풀이했다. 그래서 시간이 멈춰 있었다. 그리고 그들은 둘뿐이었다.
그녀는 그에게 더 이상 전혀 존재의 한 부분으로 여겨지지 않았다. 그녀는 그가 이제 내버려두고 떠나야만 하는 주변세계의 삶에 속해 있지 그에게 속해 있지 않았다. 그러나 다른 순간에는, 특히 밤에는, 그녀가 청춘의 아름다움을 내보이며 눈을 꼭 감고 깊은 잠에 빠져 그의 곁에 누워 있을 때면 그는 그녀를 한없이 사랑하게 되었고, 그녀가 더 편안히 잠잘수록, 그녀의 잠든 모습이 세상과 더 동떨어져 있을수록, 그녀의 꿈꾸고 있는 영혼이 그의 깨어 있는 고통과는 더 멀리 떨어져 있다고 여겨질수록 그는 그녀를 더 광적으로 숭배하게 되었다. 한번은 밤중에 그녀를 이 달콤한 잠에서 흔들어 깨우고 싶은 억제할 수 없는 충동이 그에게 엄습해 왔다. 그에게는 그녀의 잠이 음흉스러운 부정(不貞)으로 여겨졌다. 그는 그녀의 귀에 대고 외쳤다.
“자기가 나를 사랑한다면 나와 함께 죽어, 지금 죽어.”
그의 침울한 시선은 다시 그녀에게서 벗어나 방금 공원 입구에서 사라진 그 두 남자 가수를 향했다. 그는 자신이 무엇을 느끼고 있는지 잘 알았다. 여기 그의 앞에 그가 가장 죽도록 미워했던 것이 걸어가고 있다. 그가 더 이상 존재하지 않을 때 여전히 여기에 남아 있을 어떤 것 한 조각이, 그가 더 이상 웃거나 울지 못할 때 여전히 젊고 활기찬 모습으로 웃게 될 어떤 것이. 그리고 그의 옆에서는 지금 죄의식 속에 전보다 더 꼭 그와 팔짱을 낀 채 서로가 어떤 숙명적 친화관계인지도 느끼지 못하는 생기발랄하게 웃고 있는 젊음 한 조각도 걸어가고 있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