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책 정보
· 분류 : 국내도서 > 소설/시/희곡 > 시 > 한국시
· ISBN : 9791190943055
· 쪽수 : 137쪽
· 출판일 : 2020-09-25
목차
1 분홍주의보
붉은 잔상殘像 12
그들의 직립 14
-허수네 아비
아오자이 실루엣 16
필경畢竟 18
돌림 노래 20
무연無緣사회 22
플라세보 효과 24
못 찾겠다 꾀꼬리 26
-탁란托卵
품 28
천기누설 29
호더스 증후군 30
분홍주의보 32
좁은 골목에서 편견을 학습했다 34
오늘이 그 날 36
2 단체행동권
백스페이스Backspace 40
단체행동권 42
백白의 감정을 이해하는 일 44
다운로드 중 46
봄은 얼레리 꼴레리다 48
민달팽이 신발 크기 50
난청지역에서는 김장을 한다 52
우족을 고다가 실족하다 54
애월涯月에 닿는 길 56
자연친화적 처방 1 58
-콩나물국
자연친화적 처방 2 60
-아날로그
자연친화적 처방 3 62
-난청
자연친화적 처방 4 63
-적설
자연친화적 처방 5 65
-여명餘命과 여명黎明 사이
3 다섯 번째 계절의 유장한 말씀
퇴고하는 저녁 68
다섯 번째 계절의 유장한 말씀 70
연어 72
그제야 완성되는 여성餘性 74
5월 소묘 1 76
-자장가
5월 소묘 2 78
-라운딩
5월 소묘 3 80
-철거
5월 소묘 4 82
-어깨동무
5월 소묘 5 83
-카네이션 접는 법
숨겨둔 오지奧地 85
줌zoom 87
뻘 89
-간월도
시詩 90
4 훌쩍
향기의 비등점 94
일필휘지 山山山 96
시월과 동짓달 사이에서 나는 98
무소식은 희소식이 아니다 100
-슬럼프
부르노 카탈리노의 가방 102
-지워진 조각상
신데렐라 콤플렉스 104
훌쩍 106
함수函數 108
드디어 문주란꽃 110
더딘 치유 112
아웃포커스 114
해피엔딩 116
명작의 탄생 118
[해설]
심미적 언어로 가닿는
‘사랑’의 마음과 ‘시’의 자의식 121
-배정숙의 시세계
-유성호(문학평론가, 한양대학교 교수)
저자소개
책속에서
붉은 잔상殘像
눈에 밟힌다는 것
칸나의 꽃잎 떨어진 자리가
눈에 밟힌다는 것은
밤이면 붉어지던 칸나의 이명이 내 귀로 옮아온다는
기억의 끈을 그에게 묶어 타원형 궤도 따라 비행한다는
꽃잎이 은밀한 슬픔의 방향으로부터 차례차례 떨어진다는
물먹은 한지만큼 차고 투명한 그리움을 키운다는 말
눈에 밟힌다는 것은
얼음 박힌 보리밭 밟아주듯 구멍 숭숭한 마음 밟아주는 일
밟으면 울컥 일어나 출렁이는 정직한 풀밭
그와의 사이에 흐르는 강물의 민낯을 쓰다듬는 방식
쓸쓸하고 배고픈 노래
이 모두에게 읍소하는 일
그들의 직립
-허수네 아비
해가 지기 전 도착한 하루치의 어둠이 마른 억새들 사이에서서걱거렸다
출출해진 저녁 그믐달에다 눈물로 간을 하던 탄식에 버무리든 그 맛이 맵거나 말거나
헐렁한 홑저고리 입성으로 동짓달을 견디기가 걱정되거나 말거나
밀짚모자에 내려쌓인 눈이 불면의 쇠눈으로 굳어 어젯밤 눈썹싸움을 했거나 말거나
새들은 장례행렬처럼 줄지어
붉나무 서쪽으로 날아갔다
겨울 허수아비
늦가을 소나기가 빗금 쳐놓은 부분에서 해수咳嗽가 끓었다
천지간에 관심 밖의 저 옆구리
마른 쑥부쟁이 뒤로 바사삭 모로 눕는 한뎃잠
별들은 젖어서 뜨고 정수리가 축축했으며 꿈자리는 냉골이었다
외다리로 발붙이기는 전생이나 후생이나 한 통속이어서
아슬아슬하던 어깨가 혼잣말처럼 기운다
낡은 모자에 허공을 쓸어 담는 굼뜬 비질소리
굽이굽이 이랑을 베고
노을로 엮은 이엉을 당겨
이제 와불이 되는 꿈으로 견딜 것이다
무심히 스쳐 지나는 막차
장파하고 돌아가는 허수네 아비들 몇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