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책 정보
· 분류 : 국내도서 > 소설/시/희곡 > 시 > 한국시
· ISBN : 9791190943116
· 쪽수 : 121쪽
· 출판일 : 2020-12-25
책 소개
목차
1 봄의 순백
꽈리 12
거품을 물다 13
봄의 순백 14
화살나무 15
등의 허울 16
소라의 잔향 18
마이산 19
장안평을 지나며 20
팝콘 21
바둑 일지 22
몽골 초원 24
버찌 26
말코손바닥사슴의 뿔 27
거죽의 침묵 28
모과 30
2 그늘의 정체
나무의 맥박 34
과녁 36
그늘의 정체 38
작은 비결 40
개 코에 받힌 가슴 41
당근 42
멸문滅門의 위기 43
환승 44
창가의 난초는 서리를 맞고 46
게 섯거라 48
정상 50
흙수저 증후군 52
혼밥 53
성장기 54
3 화산 탈출기
화산 탈출기 58
촉촉한 빵 60
등신대等身大 62
M형 탈모 64
도깨비바늘 65
대숲 66
보름달 같은 추억이 이울다 68
할머니의 바다 70
火池洞 대장간 72
스파링 파트너 74
지하철 소리 76
어머니를 그리며 77
돌아오지 않는 것들 78
나침반 80
팔 차선 중앙 화단 82
4 골목의 메아리
낙타표 성냥 86
놀란 앉은뱅이 88
불순한 철문 90
선홍색 비명 91
서산 마애불 92
두물머리 땅끝에 서다 94
상감 청자 95
무릉도원의 끝자락 96
복기復棋 97
함께라면 98
골목의 메아리 100
[해설]
거시적 세계巨視的世界와
치열한 삶의 궤적 103
마경덕(시인)
저자소개
책속에서
꽈리
입술을 오물거리며 혀로 굴리던 꽈리는
내 시선까지 입속으로 말아 넣었다
고무줄을 끊고 달아나던 어린 시절
입속에서 돌아가는 꽈리는
내가 어쩔 수 없었다
잠시 모습을 보였다가
입속으로 사라지며, 뽀드득
웬 입술의 재주가 그리 많은지
감아서 누르며, 뽀드득
입술에 침을 바르고 들어가
이로 굴리며, 뽀드득
사라졌다 자리 잡던 앳된 볼우물
물결치던 작은 볼에 정신을 뺏겼다
연약한 제 입술을 깨물지나 않을지
내 걱정까지 감아 넣던
입속의 꽈리
거품을 물다
사방은 투명한 유리 벽
조명까지 환한 구치소에는
불면의 밤이 대기 중이다
은구슬 같은 공기방울로 숨은 돌렸는데
돌아누울 구석도 없는 수조에서
벌거숭이로 알몸을 뒤척인다
발걸음을 멈추고 들여다보는 눈초리
의미 있는 손가락질로 다가올 때마다
하루에도 몇 번씩 초주검이 된다
바닷속을 누비며 거칠 것 없던 가위손
등딱지에서 집게발까지 모두가 명품인데
몸부림치는 지느러미는
그물이 엉킨다고 불평들 하지만
한번 그물코에 끼면 꼼짝도 못하는 갑각류
속이 실한 등딱지를 통조림쯤으로 여기는 눈치에
분한 마음 달랠 길 없어
유리 벽을 기어오르며 거품을 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