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책 정보
· 분류 : 국내도서 > 에세이 > 한국에세이
· ISBN : 9791191108446
· 쪽수 : 208쪽
· 출판일 : 2022-08-25
책 소개
목차
책머리에
첫째 마당
청도산방의 봄
나도 자연인이다
귀촌과 어린 시절의 추억
잡초, 적이 아닌 동반자
작은 생각의 변화
문천리 252-3
아호 청도의 변
산촌의 소확행
청도산방의 봄
도서관과의 인연
날마다 가는 소풍
둘째 마당
청도산방의 여름
초보 농사꾼의 변명
어머니의 외상 장부
멍때리기를 아십니까
여기가 바로 금란구곡
오관게
청도산방의 여름
아름다운 도전
천이와 극상
귀농이 아닌 귀촌
남자라는 이유로
셋째 마당
청도산방의 가을
뒤늦은 고해성사
백팔참회문
빨라지는 온난화 시계
나의 전용 산책로
물벼락 체험기
외로우면 산으로 가라
이유 같지 않은 이유
고마운 집배원 아저씨
청도산방의 가을
어느 펌글을 읽고
넷째 마당
청도산방의 겨울
농촌도 상전벽해
사인여천
좋은 추억 길어 올리기
산촌에 눈이 쌓인
새롭게 만난 마곡사
3전 3패
청도산방의 겨울
문학과의 인연
찰떡궁합
저자소개
책속에서
책머리에
『山村의 소확행』을 펴내며
제가 지금까지 살아오며 잘했다 싶은 일이 있지요. 그것은 별로 욕심을 부리지 않았다는 점입니다. 일찍 등단을 하고 깜냥껏 수필을 써 왔으나, 첫 작품집은 무려 22년 만이었습니다. 아우와 딸이 회갑 선물로 해외여행과 수필집을 놓고 양자택일을 강요한 결과였지요.
야구광인 남호탁 원장의 권유로 ‘수필로 읽는 야구 이야기’를 쓰게 되었습니다. 쉽게 한 권의 분량이 되었으나 출판 욕심은 없었습니다. 특이한 소재 덕분이었던지, 인세 출판으로 『내일도 홈런』이 나왔지요. 인세 수입은 적었으나 KBS 아나운서로 퇴직한 이종태 선배의 소개로 중계부스에서 야구를 관전하기도 했습니다. 인터뷰 요청도 받았고 여러 지면에 소개되는 즐거움도 누렸지요.
다시 세월이 흐르고 지난해 고희를 맞았습니다. 코로나19로 가까운 친지들과 식사 한 끼 나눌 수 없었지만, 생일을 전후해서 봉투 몇 개를 받았습니다. 그에 대한 답례로 출판을 생각해 보았습니다.
미리 준비하지 않으면 원고 정리가 여간 어렵지 않습니다. “새로 집을 짓는 것보다 헌집을 고치기가 더 어렵다.”는 말처럼, 첫 작품집을 낼 때 고생했었지요. 서둘러 원고 정리를 하려는데, 문화원에서 연락이 왔습니다. 3인 수필집 『천안 사는 즐거움』을 출판하기 위한 원고 청탁이었지요. 두 달 사이에 많은 원고를 써야 하고, 그 후에도 바쁜 일이 있어서 개인 작품집은 미루어졌습니다.
자주 만나는 문우가 충남문화재단의 개인 작품집 발간 지원금 신청을 권했습니다. 갖추어야 할 서류가 많다고 했었기에, 컴퓨터 조작이 서툰 저는 언감생심이었지요. 첫 도전에 성공을 기대하진 않았습니다. 우선 서류 작성 방법을 배우고, 다음을 기약하겠다는 마음이었지요.
은퇴 후의 생활이 무료했습니다. 근래에는 코로나19의 여파가 컸지요. 산골짜기에 살면서 외출할 일이 줄어들어 소일하기가 힘들었습니다. 그런 저에게 작품집을 발간할 수 있도록 혜택을 주신 것은 큰 기쁨입니다. 금전적 혜택보다 무명작가의 자긍심을 살려준 점이 고맙기만 하지요. 충남문화재단과 출판사에 고마움을 전하며, 더 열심히 쓰겠다는 약속을 드립니다.
2022년 가을을 맞으며
저자 김세관 올림
멍때리기를 아십니까
- 청도산방에서 (13)
기상천외한 일이 많은 세상입니다. 저에겐 ‘멍때리기대회’도 그렇게 느껴졌습니다. 잘 알려지지 않은 이 대회가 성황을 이루었을 뿐만 아니라, 국제대회까지 열리고 있다고 해서 더욱 의아했습니다. 참가자는 할아버지부터 어린이에 이르기까지 매우 다양한데, 현대인의 지친 뇌를 쉬어가게 하자는 취지라고 합니다.
“아무 생각 없이 멍하게 있다.”는 뜻이지요. 대회 요강을 간단히 말씀드리면, 세 시간 동안 그저 가만히 앉아있는 것입니다. 물론 상을 받기 위해서는 표정의 변화도 전혀 없어야 합니다. 안정된 상태를 지속해서 유지하여, 심박 수가 가장 고르게 나온 사람이 우승을 차지합니다. ‘쉽고도 어렵다.’는 말이 있는데, 바로 멍때리기를 가리키는 것이 아닐까 싶습니다.
요즈음 비속어를 사용하며 전문용어라고 포장하는 사람이 있더군요. 멍때리기를 진짜 전문용어로 표현한다면, 무념무상無念無想이나 무아지경無我之境이 아닐까요. 우리가 쉽게 쓰고 있는 말이긴 하지만, 그런 경지에 들어서기는 매우 어려운 일입니다. 오랜 기간 산사에서 수행 정진한 스님이라면 몰라도 우리 속인으로서는 이르기 어려운 경지이겠지요. 저는 템플스테이에 꽤 여러 차례 참여하였습니다. 입정 시간에 큰 노력을 기울였음에도 완벽하게 잡념을 떨쳐내긴 어려웠습니다.
요즈음 소확행이란 신조어를 만났습니다. 큰 욕심 때문에 귀촌한 사람은 없지 않을까요. 저도 소소한 행복을 얻고자 귀촌해서, 작은 텃밭을 가꾸고 있습니다. 농장 대부분이 밤나무 밭이어서 잡초가 무성해도 괘념치 않습니다. 그저 무늬만 농사꾼인 채, 수시로 멍때리기를 즐기고 있지요. 생각해 보니 별스럽지 않은 이것이 바로 행복이라고 여겨집니다. 작은 걱정거리라도 있거나 조금만 몸이 불편해도 어려운 일이니까요. 유유히 흘러가는 하늘의 뭉게구름을 보며, 때로는 그 구름이 그려내는 그림을 감상하며, 시간 가는 줄 모르고 마냥 앉아 있곤 하지요.
뒷산의 잘생긴 금강송을 바라보면 어떤 문우의 말이 떠오릅니다. 제가 “남의 산에 있는 소나무이지만, 오롯이 혼자 즐기고 있다.”고 자랑하자, 이런 산촌에서야 눈에 띄는 것은 다 내 것이 아니겠냐고 고맙게 말을 받았습니다.
천안논산고속도로의 차령터널 구간은 교통 체증이 심한 곳으로 유명합니다. 명절 연휴엔 집 앞의 좁은 도로가 그 우회도로 역할을 하지요. 명절을 앞두고선 하행선이, 명절 연휴가 끝나갈 때면 상행선이 주차장으로 변합니다. 그 많은 차량 행렬을 바라보며 저는 ‘군중 속의 고독’이란 말을 떠올립니다.
멍때리기에 좋은 대낮의 고즈넉함도 행복입니다. 이따금 고라니가 내려와 뛰어다니며 정적을 깨긴 하지만, 그것도 여기에서만 즐길 수 있는 일이겠지요. 정적을 깨는 것이 또 있습니다. 갖가지 산새들의 지저귐입니다. 그럴 때면 김상용의 시를 떠올립니다.
“…… 새 소리는 공으로 들으랴오/ 강냉이가 익걸랑/ 함께 와 자셔도 좋소/ 왜 사냐건 웃지요.”
저의 단점은 부족한 사교성입니다. 붙임성이 좋은 사람은 초면에 이것저것 묻기도 하지요. 저에겐 가장 신기하고도 부러운 사람입니다. 학교에 근무하며 전근이 가장 두렵고, 부임한 학교에서는 많이 긴장하곤 했습니다. 제가 조용한 산촌으로 귀촌한 것도 이런 성격이 작용했겠지요.
요즈음의 제 생활은 은거에 가깝습니다. 출타할 일이 있으면 남는 시간에 도서관에 가거나, 뜻이 맞는 친구와 단둘이 만나 시간을 보내는 정도이지요. 여럿이 어울리다 보면 마음의 상처를 받는 때가 있어서, 그런 모임은 참석을 망설이게 됩니다. 은퇴하고 행복하려면, 혼자 즐길 수 있는 지혜가 필요하다고 했지요.
모를 일이지요. 워낙 기이한 일이 많은 세상을 살고 있으니 말입니다. 잘하면 올림픽 종목으로 채택될 지도 모를 멍때리기를 더 열심히 즐기면서, 자연과 더불어 유유자적 살아가렵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