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책 정보
· 분류 : 국내도서 > 소설/시/희곡 > 시 > 한국시
· ISBN : 9791191155365
· 쪽수 : 122쪽
· 출판일 : 2023-08-30
목차
5 시인의 말
1부
13 그 저녁
14 거기도 달이 떴나요
15 어머니의 뜨개질
16 봄을 느끼시나요 어머니
18 풍경
19 살아 보니
20 흉내
21 용꿈
23 아버지의 수염
25 거꾸로 주행하는 슬픔
27 시절 한 잎
28 복어
29 뿔
30 삐딱하게
31 무장 해제
32 우화의 저녁
34 시인의 가을
35 달밤에 체조
2부
39 덫
40 혹부리 영감
41 교감交感
42 낯익히는 시간
43 첫사랑
45 사랑의 묘약
46 바람의 여자
47 고양이를 위한 조언
48 욕쟁이네 보리밥집
49 자벌레
51 채홍사採紅士
52 악세서리
53 무색무취
54 고독에게
55 자코메티에게
56 고비
58 무심한 날들
59 뭉크, 꽃이 핀다
3부
65 그해 가을
66 눈물
68 들꽃
69 빈 가슴
70 구두 한 짝
72 곡차 한 잔
73 고양이
74 학가산 호랑이
76 오대산
77 귀 씻는 밤
78 니르바나
79 아직도 나는 손가락을 빤다
80 외식
82 돼지처럼
83 부르다가 죽을 그 이름
84 폐가
86 찻집에서
87 인디언의 달력
4부
93 브레히트를 생각하는 밤
95 왜가리
97 달마의 신발
98 지하철 안의 승려
100 출가
102 극락 꽃
103 불상사
104 약손
105 목어木魚의 울음
106 반려견
107 아버지의 꽃밭
108 하늘
109 독경
110 광화문 밖
111 거울 앞에 서면
112 시 오시는 날
114 시집 후기 _ 소통을 위한 우화시寓話詩
저자소개
책속에서
그 저녁
등불 하나 있었으면 좋았을
캄캄한 밤길을 흐드러지게 꽃이 피어
어둠을 밝혔다
바람이 불었고
아지랑이가 피어
어른거렸고
길은 나뭇가지처럼 여러 갈래로
죽죽 뻗어 나갔고
그대 하나 남기고
그대 아니었다면 잃을 뻔한
곁가지로 뻗은 길을 가지치기하면서
안거安居 마친 운수납자雲水衲子처럼
도포자락 휘날리며
휘적휘적 걸었다
그 저녁
꽃이 피었고
별 하나 있었으면 좋았을
어두운 밤하늘을
꽃잎이 스치었고
거기도 달이 떴나요
그 저녁
거기도 달이 떴나요
산 넘고 바다 건너 달빛에
그대가 실어 보낸 꽃씨 몇 알이
이곳까지 날아와
아스팔트 빌딩 밑에
그대의 마음씨만큼이나 고운 빛깔로
꽃을 피웠습니다
우리의 가슴들
아스팔트처럼 팍팍하고
막장 같은 복마전을 치르느라
좌도 우도 시퍼렇게 멍이 들어도
이제는 저세상의 누이처럼
꽃을 피우고 꽃은 지고
다시 필 때마다 그리움은 맺히고
달이 차면 오겠다던
그날 저녁
그대에게 보낸 초승달이
만월이 되어 돌아왔습니까
어머니의 뜨개질
뜨개질 손을 잠시 놓고 어머니 말씀하셨다
아범아, 슬픔과 행복은 원래 없는 것이란다
있지도 않는 것을
씨줄과 날줄 사이에 수놓으려 하지만
엮이지 않고
아지랑이처럼 사라질 것들만이 걸린단다
슬픔은 슬픔대로
행복은 행복대로 살아가게 놓아주어라
그것들은 너의 것이 아니니
알은척하지 말고 집안에 끌어들이지도
소유하려 하지도 말거라
때가 되면 제풀에 사라진단다
오늘은 어머니 잔소리가 듣기 좋다
아범이 세상에 나올 때
그리고 성장하면서 자주 쓰러질 때
사랑도 행복도 가르쳐 주었건만
어찌하여 너는 사랑보다 이별을 먼저 알았고
행복보다 슬픔을 먼저 알았더냐
아범아, 아픈 밤을 꼬박 뜨개질로 새우다 보면
씨줄 날줄에 한 코 한 코
에미의 꿈이 아로새겨지는 줄을 왜 몰랐더냐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