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책 정보
· 분류 : 국내도서 > 종교/역학 > 기독교(개신교) > 기독교(개신교) 목회/신학 > 신학일반
· ISBN : 9791191239195
· 쪽수 : 196쪽
· 출판일 : 2021-07-07
책 소개
목차
들어가며
1. 세계의 조화
2. 하느님의 승리
부록
1. 의문의 미진
2. 하느님은 어디에 계셨는가?
해설: 데이비드 벤틀리 하트가 그리는 오래된 미래
리뷰
책속에서
2004년 성탄절 다음 날 이른 아침, 수마트라 북쪽 끝에 있는 반다아체Banda Aceh 앞바다에서 리히터 규모 9.0의 지진이 발생했다. 진원지 근처에서 일어난 진동도 엄청났지만, 이 진동으로 야기된 파괴는 한층 더 심각했다. (언제나 그랬듯) 쓰나미가 주변 모든 해안을 덮쳤다. 처음에는 거의 눈에 띄지 않았지만, 이내 거대한 물결이 엄청난 속도로 사방으로 퍼져 나갔다. 잠시 가라앉는 듯하였으나 육지에 이르자 다시금 물의 양이 한층 불어났고 맹렬한 기세로 육지를 휩쓸었다. 아무도 이에 대비하지 않았다. 일부 지자체는 경고를 받았는지도 모른다. 하지만 사람들은 이를 알지 못했다. 해안가에서 유리처럼 빛나던 물은 한순간에 해저의 토사, 잔해와 뒤섞여 치솟아 올라 사람들을 덮쳤다. 스리랑카처럼 멀리 떨어져 있는 곳에서도 극소수만이 대피했을 만큼 갑작스럽게 일어난 참사였다. 참사 직후 며칠간 세계는 이 사태가 얼마나 심각한지 제대로 알지 못했다. 소식은 기이할 정도로 더디게 전달되었다. 처음 언론은 쓰나미로 수천 명이 죽었다는 소식을 알렸다. 그것만으로도 충분히 비극적인 소식이었다. 그러나 며칠이 지나자 사망자 수는 수만 명으로 늘어났고 마침내 수십만 명으로 늘어났다. 참혹한 사건의 거대한 실상이 드러났다. 현재 이 글을 쓰는 동안 언론에서는 사망자가 약 25만 명에 이를 것으로 추정한다. 쓰나미의 파장이 구체적으로 드러나자 사람들은 아연실색했다. 물에 휩쓸려가지 않기 위해 기둥과 난간에 필사적으로 매달려 있는 사람들, 이따금 손을 놓쳐 맹렬한 물살에 떠내려가 버리는 사람들을 보여주는 영상들, 마을이 사라지고 초목이 벗겨진 황폐한 섬 전체 모습을 보여주는 위성 사진들, 길게 뻗은 해안선을 수놓은 잔해들과 수많은 시신, 아주 많은 어린아이 시신들. 재난의 범위, 그리고 이 재난으로 인해 수많은 사람이 겪은 고통과 슬픔을 생각하면 우리는 한동안 침묵해야 했다. 이런 때 역사와 자연의 우연성 배후에 어떤 커다란 의미가 있는지, 혹은 아무런 의미도 없는지를 따지는 행동은 잔인하기도 하고 주제넘은 일이기도 하다. 이러한 상황에서는 경건한 말과 위로의 말조차 헛되고 진부할 뿐만 아니라 일종의 신성모독처럼 보이기까지 한다. 삶을 살아가며 아무 말도 하지 말아야 할 때가 있다. 하지만, 우리는 기어코 입을 열고야 만다.
그리스도교 신앙이 실제로 무엇인지 확인해 보려 별다른 노력을 하지도 않은 이들은 그만큼 성급하고도 확신에 찬 목소리로 종교적 신념의 부조리를 지적하려 한다. 열정적인 세속주의자들은 지난 2천 년 동안 그리스도교의 지적 전통이 한순간도 악의 문제를 고려하지 않았고, 고통과 죽음이라는 현실에 직면하지 않았으며, 이러한 현실에 세심하게 반응하지 않았을 것이라고 상상한다. 달리 말해 그들은 그리스도인들이 수 세기 동안 일어난 홍수, 지진, 폭풍, 전염병, 기근, 화재, 전쟁, 대량 학살, 모든 종류의 살인을 전혀 겪어보지 않았다고 생각한다. 혹은, 불구가 되거나 불치병에 걸리거나 아내가 암으로 세상을 떠나는 모습을 지켜보거나, 아이의 무덤 앞에 서 있게 되었을 때 겪게 되는 고통과 슬픔, 그 심연에 자리한 어두운 도덕적, 형이상학적 문제에 이해할 수 없을 정도로 무감각하게 있었다고 간주한다. 참으로 ‘기이한 망상’이다.
볼테르의 이 한탄 가득한 시는 이제는 거의 자취를 감춘 철학 논쟁, 인류의 문화 의식에서 오래전 사라진 신에 대한 표상을 간직하고 있다. 그러므로 마틴 케틀의 비판이나 J.L.맥키의 유명하나 터무니없는 논증에 직면했을 때 우리는 물어야 한다. 이들이 말하고 있는 신은 도대체 어떤 신인가? 케틀과 맥키가 필사적으로 우리가 믿어서는 안 된다고 주장하는 그런 신을 실제로 믿는 종교가 있기는 한가? 누가 그런 신을 숭배하거나 그런 신을 위해서 목숨을 바쳤는가(혹은 누군가를 죽였는가)? 인도양을 다스리는 셀 수 없이 많은 신 중 어떤 신도 케틀과 맥키의 묘사에 들어맞지 않는다. 맥키가 계속해서 붙들고 씨름한 신은 이제는 사라진 신정론자들의 신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