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책 정보
· 분류 : 국내도서 > 종교/역학 > 기독교(개신교) > 기독교(개신교) 목회/신학 > 신학일반
· ISBN : 9791199437661
· 쪽수 : 240쪽
· 출판일 : 2025-11-21
책 소개
목차
1. 하늘과 성서
2. 앎의 타락에 관한 신화
3. 용서의 신비와 허영의 역설
4. 하느님 나라의 선구자, 그리고 성육신
5. 신학으로 본 낭만적 사랑
6. 대속하는 사랑의 실천
7. 도성
찰스 윌리엄스 저서 목록
책속에서
하늘에서는 과거, 현재, 미래가 동시에 있기에 어떤 면에서 우리가 지금 드리는 기도는 이미 응답을 받았다고 할 수 있다. 우리에게 남은 일은 시간을 살아가는 가운데 그 응답이 어떻게 드러나는지를 발견하는 것이다. 이러한 관점에서 보면 "당신의 뜻이 하늘에서와 같이 땅에서도 이루어지게 하소서"라는 구절은 '당신의 뜻은 이미 하늘에서, 곧 당신 안에서 온전히 이루어져 있고, 알려져 있습니다. 이제 이 땅에서 당신의 뜻이 어떻게 이루어졌는지 우리가 알게 하소서'라는 의미로 새길 수 있다. 하느님의 뜻이 이미 이루어졌음을 믿으며 그 실현을 기다리는 가운데 '신앙'faith은 완성되어 간다. 그러므로 하늘은 복이자 하느님의 뜻이 과거와 현재, 미래를 아우르는 가운데 영원하고도 완전히 성취된 것이다. 하느님께서는 우리가 관계 맺을 수 있는 상태(혹은 장소)로서 하늘을 창조하셨다(니케아 신경에 나오는 "하늘과 땅의 창조주"를 기억하라). 니케아 신경은 공간의 은유를 빌려 '땅'과 '하늘'이 어떤 관계를 맺고 있는지 선언하고 그 과정을 그린다.
우리 인간을 위하여, 우리의 구원을 위하여, 하늘에서 내려오셨고 ... 하늘에 오르셨다. 영원한 복의 상태에서 인간을 향한 특별한 의도를 품은 무언가, 혹은 누군가가 나타났고 다시 돌아간다. 그리고 이 존재는 하느님의 뜻, 곧 하느님과 관련이 있다. (일반적인 정의에 따르면) 그러한 상태에서 나왔다 다시 돌아갈 수 있는 존재는 하느님 외에 없기 때문이다. 어떻게 하느님의 뜻, 곧 하느님이 이 땅에 출현할 수 있는지, 그리고 어떻게 다시 하늘로 돌아갈 수 있는지 따지는 건 여기서 다룰 주제가 아니다. 다만 신경이나 주기도문에 나오는 하늘을 영적 상태, 물리적인 공간으로 볼 수 있듯 신경이나 주기도문에 나오는 땅 역시 두 의미를 모두 담고 있다는 건 분명하다. 땅은 우리가 살아가는 물리적 장소임과 동시에 우리가 알 수 있는 유일한 상태, 즉 일정한 공간 안에 있는 우리의 영적 상태다. 땅이 물리적 속성, 영적 속성을 품고 있음을 이해하면 자연스럽게 하늘 역시 물리적 속성, 영적 속성을 지니고 있음을 이해할 수 있다. 물론 하늘과 땅은 구별된다. 땅은 하늘이 품고 있는 영원을 품고 있지 않은 장소, 영원성을 결여한 상태다. 땅이 완전함을 지니고 있다면, 그건 시간이 흐르는 가운데 이루어 지고 알려지는 완전함이다. 하느님의 뜻은 최상의 복을 지닌 하늘(그리고 하느님의 뜻과 온전한 관계를 이룬 모든 피조물이 누리는 복된 상태)에서 내려와 다시 그곳으로 올라간다. 예수께서 "하늘나라가 가까이 왔다"고 말씀하셨을 때 이는 하느님의 뜻이 하늘과 땅을 오가는 움직임을 가리킨다. 그리고 어떤 면에서는 바로 그 움직임 자체가 하늘이다.
구약성서가 위대한 이유는 예언서의 희망뿐만 아니라 인간 실존의 어두운 면도 보여 주기 때문이다. 인간의 관점에서 보면 에덴동산에서 최초의 선택 이후 인류는 끝없는 단조로움을 경험한다. 예언자들은 의로움에 관심을 기울이느라 이를 보려 하지 않으나, 전도서는 바로 그런 인간의 실존을 정면으로 다룬다. 어떤 면에서 전도서는 인간이 살아가면서 마주하게 되는 권태boredom를 다룬 고전이다. 역설적으로 저자가 탁월한 문학 기교를 발휘했기에 이 책은 흥미롭기 그지없다. 그래서 전도서를 읽는 이들은 전도서 속 화자가 느끼는 것만큼의 깊은 권태를 느끼지 못한다. '권태'라는 말이 모든 인간이 겪는 삶의 상태를 담아내기에는 부족한 감이 있지만, 그렇다고 해서 이를 '절망'despair이라고 부르기도 힘들다. 설령 절망이라 해도 이는 특별한 종류의 절망에 가깝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