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책 정보
· 분류 : 국내도서 > 소설/시/희곡 > 시 > 한국시
· ISBN : 9791191262186
· 쪽수 : 136쪽
· 출판일 : 2021-01-31
책 소개
목차
1부 어둠이 어둔 살을 다 게워내도록
스물
마흔
커서의 하루
미지의 나날
어깨들
살자, 돼지
잃어버린 도장
오늘의 정류장
거미집
코끼리들
지금의 근원
절필
물고기가 헤엄친다
엉덩이
2부 시간을 뭉치면서 자라는
시적인 실업
등
아스라한 국경
얼굴의 노래
봄 편지
곡우
고백의 형식
최초의 말
봄봄
박꽃
뭉치는 시간
3부 비의 심장을 두드리는 새
말 못 할 말
밤의 병원
빨래
누가 낙타를 죽였을까
자라는 돌
우리의 음악
비의 발성법
우거진 봄
아픈 말
강의 간섭
복어는 복어다
종이 인형
로봇 0호
달 스위치
4부 아무도 모르게 찬연하다가
앉은잠
꽃의 시말서
불쌍한 인간
말 못 할 말 2
21그램
노래 아닌 노래
불춤
당연한 일
집 나간 옆집 개
항하사
당신은 누구인가
제가 지금 그렇습니다
우는 냉장고
아빠 생각
해설
야생의 음표
- 노지영(문학평론가)
저자소개
리뷰
책속에서
길보다 긴 퇴근길의 멱살을 잡아 막고깃집 구석 자리에 앉혔다 돼지고기 탄내가 어둠에 뒤섞이면서 한 번뿐인 이번 생은 망했다고 어둠이 소화가 덜 된 어둔 살을 게워냈다 오갈 데 없는 고양이가 길 잃은 살들을 지켜봤다 그럼에도 살아야겠다고 취한 생들이 앵앵거렸다
배고픈 짐승에게 양심 있는 사냥이 있을까 양심보다 불룩한 배 속에 구운 살코기를 쑤셔 넣었다 발톱을 감춘 고양이의 눈초리가 살짝 흔들렸고 흐느적거리는 생의 살들을 맛보듯 혀를 날름거렸다 어둠이 어둔 살을 다 게워내도록 사냥터에서 나갈 길을 지우고 있는 단 한 번뿐인 생들 살길을 따라 고양이보다 살살 사냥터를 거닐었다 막막하게 막고깃집 건너편 막고깃집 옆 막고깃집 건너편 막고깃집 옆 막고깃집 건너편을 헤매듯이
막고깃집 구석 자리에 엎드린 돼지가 안 돼지, 망할, 돼지, 살면, 돼지, 살자, 돼지 취한 말들을 꾸역꾸역 삼켰다
─「살자, 돼지」 전문
아무렇게나 팽개쳐 놓은 시집들
사이에
꽃 한 다발을 마냥 올려놨다
며칠이 지났는데
꽃이 시들지 않았다
화병에 꽃을 가지런히 꽂았다
꽃은 줄기가 잘려도
뿌리를 잊지 않았을까
꽃잎에 생기가 돌았다
식탁에 앉은 아내가
웬 꽃, 물었다
꽃이 죽은 줄 알고
버리려다가 살아 있어서,
나는 얼버무렸다
아내는 시적이라고 했다
요사이
아무렇게나 살았던 나는
낯이 화끈거려서
잠자코 밥알만 씹었다
─「시적인 실업」 전문
내 손이 닿지 않는 거기쯤 당신이 고요히 앉아 있다 나무는 새가 새는 바람이 바람은 구름이 구름은 비가 비는 꽃이 꽃은 물이 그리울 때마다 등이 가려웠고 등에서 등으로 무럭무럭 자랐다 그날 당신은 등을 두드렸고 등을 돌렸고 등을 떠밀었다 뒤돌아보게 하는, 뒤돌아봐도 볼 수 없는 당신은 아련한 등이었다
─「등」 부분