여전히 헤매고 있습니다

1. 불안과 불완
2. 그 과정 속에서
3. 그럼에도 우리는

벌써 올해의 마지막 계절을 지나고 있다. 분명 몇 달 전까지만 해도 낯설게만 느껴졌던 그 마지막 숫자에 이제야 익숙해졌다지만 이마저도 곧 놓아줘야 하겠지. 아마도 일 년이란 시간은 익숙함과 낯섦의 경계 속에서 아슬한 줄타기를 하기에 적당한 시간이었나 보다.
익숙함에 속아 소중한 걸 잃지 말자는 말이 낯설게 느껴지는 순간이다. 익숙함이란 감정을 권태기라는 단어로 능숙하게 표현해 내면서도 한편으론 처음 마주하는 사람처럼 멍하니 서성이고 있는 모습이 그저 모순적일 뿐이다. 알면서도 속아주는 건지, 아니면 속았다며 스스로의 변덕을 둘러 대려 하는 건지.
익숙함은 속이려 한 적이 없었다. 단지 그 끄트머리가 뭉툭해져 예전만큼 특별한 자극이 되어주지 않을 뿐이지. 결국 그 뭉툭해져 버린 자극에 소중함을 잃어버린 것은 다름 아닌 우리의 의지일 테니. 그렇게 남은 것이라곤 지루한 변명 뿐이었다. 그저 타인에게 불나방처럼 비춰질까 두려워 핑곗거리를 찾아다닐 뿐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