책 이미지
책 정보
· 분류 : 국내도서 > 소설/시/희곡 > 한국소설 > 2000년대 이후 한국소설
· ISBN : 9791191433647
· 쪽수 : 332쪽
책 소개
목차
괴로운 밤, 우린 춤을 추네
선물
징검다리
네버 엔딩 스토리
숨바꼭질
시간을 되돌리면
눈먼 자들의 우주
사랑의 유통기한
동상이몽
안부
동호회
첫사랑
작가의 말
수록작품 발표지면
저자소개
리뷰
책속에서
삼 년 만의 재회다. 나는 향을 사르며 영정 사진 속 지수의 얼굴을 바라봤다. 지수는 가늘게 미소 짓고 있었다. 지수의 입술 사이로 치아가 살짝 보였다. 지수가 그토록 싫어했던 덧니는 결혼 후 교정한 듯 가지런히 정리돼 있었다. 치아 교정의 영향으로 미묘하게 달라진 지수의 턱선을 눈으로 훑으며, 나는 지수가 이미 오래전에 나를 떠난 여자임을 실감했다. 나는 상주의 자격으로 서 있는 지수의 남편과 맞절하고, 그에게 의례적인 위로의 말을 건네며 일어섰다. 그런데 그가 뜻밖의 말로 나를 놓아주지 않았다.
“당신을 압니다.” - 「괴로운 밤, 우린 춤을 추네」
나는 스무 살이 된 딸과 마주 앉아 삼겹살에 소주를 마시는 모습을 잠시 상상해봤다. 그 자리에서 딸은 내게 무엇을 질문할까. 나는 딸에게 무슨 답을 해줄 수 있을까. 무슨 질문이든 간에 딸에겐 주저하지 말고 행복을 선택해야 한다는 답을 해줘야겠다고 다짐했다. 네가 어디서 무엇을 하든 항상 널 믿고 응원한다고. 주눅 들지 말고 네가 가고 싶은 길을 가라고. 가장 중요한 순간은 언제나 지금이라고. 내가 너의 징검다리가 돼주겠다고. - 「징검다리」
“나도 지금까지 너 뒤치다꺼리하다 보니 반은 법조인이야. 형사 끝나면 다 끝날 것 같아? 민사로 가겠지. 너 때문에 입은 손해를 다 배상하라면서 말이야. 형사와 민사가 별개의 소송이란 건 너도 잘 알지? 뉴스를 찾아보니까 그놈이 찍은 광고가 다 내려갔다더라. 그게 끝일까? 광고주에게 위약금을 물어줘야 할 거야. 위약금은 보통 출연료의 두세 배라더라. 과연 그놈이 가만히 있을까? 만약 민사에서 지면 그거 다 네가 뒤집어써야 해. 내가 그놈이라면 너를 포함해 자기한테 악플을 단 모든 사람을 고소해서 합의금을 뜯어낼 거야. 내지 않고 버티다 보면 신용불량자로 등록되고 계좌도 압류될 거야. 경찰은 너 잡겠다고 전국에 수배령을 내릴 테고. 그러면 이 땅에서 사람 구실을 전혀 할 수 없게 되겠지. 삼면이 바다인데 어디로 도망갈래? 그러다가 마지막에 한강 물 온도 재는 거야. 그런 미래, 감당할 수 있겠어?”
- 「네버 엔딩 스토리」