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책 정보
· 분류 : 국내도서 > 청소년 > 청소년 문학 > 청소년 소설
· ISBN : 9791172545703
· 쪽수 : 120쪽
· 출판일 : 2025-10-31
책 소개
목차
마라탕후루집 딸을 좋아해 / 김하율
스탠 바이 미 / 조영주
소거법 / 정진영
리뷰
책속에서
◆ 마라탕후루집 딸을 좋아해
짐은 자신의 몸을 내려다보았다. 불룩 나온 뱃살이 보이지 않았다. 발은 뱃살에 가려져서 원래도 보이지 않았지만.
“뭐야, 나 지금 투명 인간 된 거야?”
당황과 황당 사이의 감정에 빠진 채 뺨을 때려 보았다.
짝-
소리가 날 뿐 아니라 아프기까지 했다. 그런데 보이지는 않았다. 통통한 볼도, 통통한 손가락도. 그저 발밑으로 물이 뚝뚝 떨어질 뿐이었다. 몸이 부르르 떨렸다. 물을 뒤집어썼더니 여름인데도 한기가 들었다. 짐은 방금 전의 상황을 떠올렸다.
몰래 왔다고 생각했는데 알고 보니 일진 패거리가 토끼몰이를 한 격이었다. 화장실에 숨었다가 물벼락을 맞았다. 짐은 두 손으로 머리카락을 움켜쥐었다. 여전히 손도, 머리도 보이지 않았다. 세상에, 투명 인간이라니. 심장이 튀어나올 것처럼 빠르게 뛰었다. 어디서부터 잘못된 걸까.
머릿속으로 시간을 되돌리고 되돌렸다. 그 끝에 마라탕이 있었다.
◆ 스탠 바이 미
“역시 리라는 자신감이 넘치는구나. 너무 멋져. 나도 그러고 싶어.”
리라는 그런 말을 들을 때마다 난감했다. 남들의 눈이 두려워 학교에 못 간다고, 연습생도 그만뒀다고, 노래방으로 도망쳤다고, 말하는 게 두려워서 이러고 있을 뿐이라고…….
이 모든 걸 이야기하고 싶었지만 표현할 수가 없었다. 그래서 그냥 이렇게 말할 뿐이었다.
“넌 멋져. 내 친구, 민윤혜.”
내가 친구라니.
윤혜는 리라의 말, 특히 내 친구라는 말이 무척 기뻤다. 하지만 자신이 멋질 리 없었다. 윤혜는 가짜였다. 민드라미라는 별명으로 통하는, 어떻게든 따돌림당하지 않으려고 아등바등하는 가짜.
◆ 소거법
열심히 하면 나도 한국전력공사 같은 공기업이나 삼성전자 같은 대기업에 취직해 어깨를 펼 수 있을 줄 알았는데 착각이었다. 선배들을 보니 죄다 지방에 있는 중소기업에서 2교대나 3교대로 일하며 개고생하거나 전공과 상관없는 콜센터 같은 곳에서 최저 임금을 받으며 일했다. 다가올 미래가 뻔한데 굳이 학 교에 머무를 이유가 있을까. 하루라도 일찍 학교에서 벗어나 돈을 벌 궁리를 하는 게 낫겠다는 생각이 들었다. 나는 날을 잡아 엄마와 아빠 앞에서 웅변하듯 준비한 말을 쏟아 냈다.
“특성화고 졸업해도 공기업이나 대기업에 취직하기 어려워. 그리고 운이 좋아 취직해도 별 볼 일 없어. 학교에서 플래카드를 걸어 공기업이나 대기업 취업에 성공한 선배들을 자랑하는데, 며칠 전에 뉴스 봤지? 그 선배들이 연봉이나 승진에서 대학 나온 사람보다 차별받고 있다잖아. 그런 대접 받을 거라면 빨리 자퇴하는 게 나을 것 같아.”
엄마는 답답한지 입을 닫은 채 나를 외면했다. 아빠는 미간을 찡그리며 내게 물었다.
“그래서! 자퇴하면 뭐 할 건데? 계획은 있어? 아무런 계획도 없이 자퇴하면 죽도 밥도 안 된다, 이 녀석아! 세상이 그렇게 만만하지 않아!”
나는 온 힘을 다해 진지하게 거짓말했다.
“나, 대학 갈 거야.”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