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책 정보
· 분류 : 국내도서 > 소설/시/희곡 > 한국소설 > 2000년대 이후 한국소설
· ISBN : 9791191467253
· 쪽수 : 240쪽
· 출판일 : 2022-09-20
책 소개
목차
# 일상이라는 소설에 살고 있는 당신에게
#001, 그 시간이 되면 그는 외롭다 ……… 13
#002, 스프 봉지 ……… 15
#003, 그녀는 눈이 없다 ……… 16
#004, 다사다난 ……… 18
#005, 순간이동 그 ……… 20
#006, 손가락이 빠졌다 ……… 23
#007, 자연은 자연스러운가? ……… 26
#008, 내 이름은 장영실일세 ……… 31
#009, 그의 프로필 사진이 석양이다 ……… 34
#010, 없다. 굴곡이 ……… 37
#011, 어깨는 본래보다 훨씬 무거웠다 ……… 40
#012, 자가 침식 ……… 42
#013, 혀칫솔 ……… 44
#014, 흔한 피타고라스 ……… 49
#015, 매력 갑옷 ……… 53
#016, 럭키 언럭키 ……… 58
#017, 고백 드립 ……… 60
#018, 살신성인 ……… 63
#019, 정기 외식 ……… 69
#020, 손톱이 어느새 길어있었다 ……… 73
#021, 두 장의 베개 ……… 75
#022, 고장 확정 스피커 ……… 80
#023, 강압 순대 ……… 88
#024, 옷 도난 ……… 94
#025, 합법적 금기 ……… 101
#026, 먹고 싶은 걸 먹을 수 없는 저주 ……… 107
#027, 그녀의 입을 막는 두 가지 방법 ……… 110
#028, 봄은 태어났다 ……… 112
#029, 회사원 서씨의 하루 ……… 113
#030, 어떤 고백 ……… 115
#031, 엄지를 물렸다 ……… 119
#032, 습수 신발 ……… 125
#033, 그리 많은 환승역 ……… 127
#034, 문이 꽉 잠겨 있는 방 ……… 130
#035, 범국민적 궁상맞음 ……… 132
#036, 생기는 것과 사라지는 것. 아, 잘못 썼다. 생기면서 사라지는 것 ……… 134
#037, 흔한 시나리오 ……… 137
#038, 100개보다 2개 ……… 139
#039, 그는 새우잠을 잤다. 자기 위해 새우잠을 잤다 ……… 140
#040, 사회 부적응자 ……… 142
#041, 회식장의 여왕 ……… 146
#042, 혈통 좌표 ……… 151
#043, 성공하려면 나처럼 하라 ……… 156
#044, 어서오세요. 마법소녀에 ……… 164
#045, 석사 논문 ……… 166
#046, 프리퀄 ……… 170
#047, 보라돌이를 석방하라 ……… 175
#048, 노랗게 웃어봐요 ……… 184
#049, 내 편 ……… 186
#050, 방 탈출 게임에 관하여 ……… 189
#051, 소담(笑談) ……… 191
#052, 하나가 되는 여행 ……… 200
#053, 암흑길 ……… 205
#054, 죽어가는 것들을 사랑해야지 ……… 206
#055, Create / Eliminate by NM ……… 209
#056, 인과 / 과인 ……… 215
#057, 영웅의 죽음 ……… 220
#058, 엘리트의 천직 ……… 225
#059, 로또 카운트 다운 ……… 228
#060, ……… 236
저자소개
책속에서
22시, 다시 말하면 오후 10시.
이 시간은 그에게 있어 너무나도 괴로운 시간이었다. 그는 하루를 알차게 보낸 후 맞이하는 10시에서 10시 50분까지 아무것도 하지 않고 멍하니 핸드폰을 만지작거렸다. 언제나. 지치는 시간이었다. 하루가 채 2시간도 남기지 않은 저녁이 그를 괴롭게 했다. 공허했으나 무언가를 하기엔 애매했다. 혹여 한다해도 아무 것도 잡히지 않았다. 언제부턴가 저녁 10시는 그에게 마냥 ‘무기력’한 시간이었다.
22시, 다시 말하면 오후 10시.
이 시간은 그에게 있어 너무나도 외로운 시간이었다. 아무것도 하지 않았지만 그는 혼자가 되는 것을 꺼렸다. 혼자 있을 때 그의 머리는 사람들로 가득했다. 특정 대상이 아닌 ‘그냥 사람’. 그 ‘아무나’가 그를 사무치게 외롭게 했다. 그래서 그는 핸드폰을 만지작거렸다. 주소록을 보고 멈추고, 다시 올리고 멈추고, 이내 스크롤을 다 올린 그는 ‘없네, 전화할 사람……’ 하고 씁쓸해했다. 통화 버튼 누를 이가 없다는 건 주소록의 몇 백개 숫자와 높을 수록 더욱 헛했다.
22시, 다시 말하면 오후 10시.
이 시간은 그에게 있어 너무나도 여유로운 시간이었다. 그 여유로움이 그를 답답하고 춥게 했다. 답답함은 어김 없는데 전화를 즐길 지인엔 한계가 있었다. 입맛이 썼다. 그는 전화를 한 상대에게 충실하고 밝았다. 허나 채워지지 않았다. 어느 날이었다. 어김없이 사람을 갈구하는 그를 보던 친구가 물었다.
“넌 하루종일 괜찮다가 왜 항상 이 시간만 되면 추욱 처지냐?”
“그러게……” 그는 답했다.
친구가 여전히 만지작거리는 그의 폰을 가로챘다. 가로챘다는 표현이 부끄러울 정도로 아무 반응이 없었다. 무미건조했다. 폰에는 익숙한 번호창이 켜져있었다. 여자 이름.
“사실 정말로 전화하고 싶은 사람은 그 사람이야.”
뱉듯이 말한 그의 말이 몹시도 썼다.
“참 웃긴 일이지……? 단 한 번만이라도 통화하면 매일 이렇게 헤매지 않아도 될텐데.”
친구는 폰을 돌려주었다. 그리고 조용히 어깨를 도닥거렸다. 그럴 수 밖에 없었다. 세 글자의 이름. 익숙한 이름. 몇 달전에 교통사고로 죽은 동기의 이름. 아아 그랬구나. 친구는 다시 한 번 어깨를 꽈악 잡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