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책 정보
· 분류 : 국내도서 > 소설/시/희곡 > 시 > 한국시
· ISBN : 9791191478334
· 쪽수 : 160쪽
· 출판일 : 2024-07-04
책 소개
목차
시인의 말
제1부 시간을 쓰다듬는 불빛 아래서
나 홀로 한 약속/ 제 속을 덩그러니 비워 가며/ 시간을 쓰다듬는 불빛 아래서/ 세상 밖으로 후회를 쏟아내며/ 떨려 온 아침 속으로 냅떠 달리다/ 생각 끝을 에도는 여음餘音/ 희망이란 두 글자/ 기억이 벗어던진 시간의 거리만큼/ 호명하는 순간들마다/ 생각은 매순간 일렁였지만/ 믿음에 가닿지 못한 떨림조차/ 지나온 시간을 드리운 채/ 문득 떠오르는 스쳐간 이름/ 비껴선 길에 서 있는 것처럼/ 오늘 같은 날은/ 깨닫지 못한 부끄러움 몇 개
제2부 눈길조차 모른 체하고
아직 기록되지 않은 날들/ 잃어버린 것들과의 대화/ 돌지 않는 바람개비처럼/ 노드리듯 서로를 위하여/ 봄빛 따라 아롱지며/ 눈길조차 모른 체하고/ 힘을 내서 다시 한 번/ 헤살 놓는 눈부심 속에서/ 낯선 외로움에 어우러져/ 꼭 한 번쯤 그에 맞춰/ 저려오는 붉어진 눈시울/ 마음 1/ 너나없이 마주칠 때마다/ 머물다 간 자리/ 여름을 움켜쥔 날들/ 눈[眼] 속에 눈[雪]을 묻으며/ 가슴 한 편 휘저어 남겨 놓으려는
제3부 다가서면 멀어지는
새로 써야 할 나의 하룻길/ 또 하나의 그리움/ 내치락들이치락/ 생각하는 마음 잇대고 싶은/ 더 나직한 몸짓으로/ 화장터에서 베어 문 슬픔/ 다가서면 멀어지는/ 속수무책/ 처음 사랑할 때처럼/ 애써 못 잊은 누군가를 향해/ 마음 2/ 마음 3/ 비워내는 유혹에 이끌려/ 생각만 해도 가슴 벅차올라/ 구두 밑창/ 오직 역사의 한 길로 달려갈 뿐
제4부 허술한 믿음에 사로잡혀
붉은 눈시울에 젖어/ 무서리 내릴 즈음/ 마음에 걸림이 없게 하여/ 고향 길 따라/ 찻잔을 앞에 두고/ 이제야 보이는 마음 한 조각/ 봄이로소이다/ 허술한 믿음에 사로잡혀/ 마음 4/ 마음 5/ 가눌 수 없는 안간힘으로/ 몸져누워 보면/ 한 뼘의 채움/ 불현듯 생각나는 친구에게/ 참으로 진정한 친구/ 친구가 퍼 나른 글/ 적선積善하다
제5부 어쩌다 다다를 그날까지
깊어진 시름에 휘감겨/ 어둠의 완성/ 그리움 절로 가슴에 맺혀/ 어쩌다 다다를 그날까지/ 발자국 소리 다독거려 주며/ 마음 6/ 마음 7/ 겨울 아침/ 먼데 하늘에 손을 얹어/ 아버지 제삿날에/ 어머님의 은혜/ 부끄러운 순간에 맞닿을 즈음/ 길 위의 인생/ 먼먼 깨달음 속을
한성근의 시세계
삶의 원형을 복원해가는 지극한 ‘마음’의 시학|유성호(문학평론가·한양대학교국문과 교수)
저자소개
책속에서
꼬리를 무는 풀리지 않는 생각들을 안추른다
눈시울 면면 물들이며
되돌려야 할 순간들이 밤을 패 가며 온다
내 것 아닌 일상의 꿈속에서
얄망궂은 뒷모습 잡아 보려 부단히도 터울거렸는데
기다리고 있는 것은 메아리만 집어삼킨
늦부지런한 허공의 숨소리뿐
시작과 끝이 맞갖지 않아 이르집은 날들 엮어
설익은 미혹의 고개 잗다라니 훔척거렸다
옥죄인 질곡의 이랑 속에서 노드리듯 쏟아 낸 채찍질이
살얼음판 위 맛문한 걸음발로
헐렁대는 신발짝으로
숫눈길에 어긋버긋 놓인 자취로 남은
제풀에 겨운
슬픈 짐승 같던 미완의 시절이었다
지난 시절 너나없이 들춰낸 뒤엔 아플 만큼 후무려
낙차 큰 숫자들을 어름적거리는 동안
지평 너머 떨려 온 아침
다짜고짜 타오른 한줄기 햇살과 맞붙기 위해서라도
직심스런 앙가슴 댕돌같이 여민 채
판설은 무르팍 일으켜 세워
응등그러진 마음이나마 펼쳐 들고
드리워 봐야겠다 닿아야 할 사방의 테두리에
-시 〈떨려 온 아침 속으로 냅떠 달리다〉 전문
세상에 존재하는 수많은 언어 중에서
희망이란 두 글자처럼 제 스스로를 일으켜 세워
살찌워 줄 마음의 양식은 없을 듯싶다
어둠 기운 햇살이라도 한 줌 고이 접어 간직하고 있다면
움켜쥐고 있는 동안만큼은
장밋빛 속삭임처럼 다가와 가슴 뜨거우리라
짓누른 세월의 무게 견디기 위해 망설일 적마다
길 밖에 촘촘히 감추어 둔
한 가닥 실오라기 같은 표지석처럼
동동 구른 굳센 의지 가져 보려 함일 테니
행복과 불행의 경계가 지금 당장은 모호하여
애태운 날들 불쑥 늘어 갈지언정
진자리 어그러진 마른자리 더할수록 점차 나아질 성싶은 돌이킬 수 없는 믿음으로
그래서 희망이란 두 글자 버리지 못하나 보다
―〈희망이란 두 글자〉 전문
한성근 시인의 여섯 번째 시집에는 귀를 종긋 세우고 들어야 할 반짝이는 소리들이 옹골차게 들어차 있다. 그렇게 감각적 충일함으로 채집한 서정성을 시인은 시집 저류底流에 담아 두고 있다. 사물들의 작은 움직임에 귀 기울이고 그것들을 하나하나 어루만지면서 감싸 안아들이는 시인의 품은 이번 시집에서 한결 더 근원 지향적으로 육박해 온다. 작고 여린 소리들을 탐침探針하고 시를 통해 그것들의 떨림을 기억함으로써 시인은 그 안에서 잊히거나 흘려보냈던 목소리를 듣고 있는 것이다. 한성근의 시 안에서 소곤거리는 목소리들을 들으면서 우리는 새로운 파생적 기억을 넉넉하게 향하게 된다. 이 점이 한성근 시인을 매우 성찰적인 지성으로 끌어올리는 핵심적 권역이기도 할 것이다.
결국 이번 시집에서 한성근 시인은 사물들이 거느린 시간의 깊이로 시선을 옮겨가면서 삶의 아름다움에 대한 긍정과 사랑의 마음을 보여주었다. 그 힘으로 그는 힘껏 삶의 불가피한 진정성에 대한 옹호로 나아갈 것이다. 일상에서 무심히 지나칠 수 있는 사물의 존재를 통해 삶의 본질을 통찰하고 표현함으로써 사물의 형식과 삶의 본질을 유추적으로 결합하는 작법을 지향해 온 한성근의 시는 “어느 날인가부터 우두커니 서 있는 버릇에 길들여져”(〈잃어버린 것들과의 대화〉) 있는 자신이 포착해낸 예술적 성취로 돌올할 것이다. 우리도 그의 시를 따라 존재의 심층에 가라앉은 생명 원리에 대해 사유하는 마음으로 번져가게 된다. 이처럼 삶의 원형을 복원해가는 지극한 ‘마음’의 시학을 보여준 이번 시집 출간을 마음 깊이 축하드리면서, 앞으로도 서정성과 예술성을 높은 차원에서 통합한 우리 시대의 서정시를 쓰면서 더욱 큰 시인으로 나아가게 되시기를 소망해 마지않는다.
―유성호(문학평론가, 한양대학교 국문과 교수)