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책 정보
· 분류 : 국내도서 > 소설/시/희곡 > 한국소설 > 2000년대 이후 한국소설
· ISBN : 9791191552157
· 쪽수 : 320쪽
· 출판일 : 2023-01-15
책 소개
목차
• 프롤로그 • 009
01 / 45 • 장엄한 과제 • 011
02 / 45 • 미묘한 바람 • 018
03 / 45 • 이거 비싼 차인데 • 024
04 / 45 • 행복하게 사는 거야 • 031
05 / 45 • 보통내기들이 아니예요 • 038
06 / 45 • 허점을 찌르는 재주 • 045
07 / 45 • 빨래건조대 • 052
08 / 45 • 익숙하지만 낯선 • 058
09 / 45 • 질척이는 세상에 • 067
10 / 45 • 미안합니다 • 075
11 / 45 • 아이가 아이를 • 081
12 / 45 • 미역국 • 088
13 / 45 • 왜 그래! • 097
14 / 45 • 장모님이 그러니까 • 104
15 / 45 • 어쩌면 다시 • 109
16 / 45 • 한 건 했네! • 114
17 / 45 • 참 착해요. 겸손하고요 • 121.
18 / 45 • 이것 하나면 되었다! • 127
19 / 45 • 먼지 같은 • 133
20 / 45 • 마음의 코르셋 • 138
21 / 45 • 운명이야 • 144
22 / 45 • 언니는 잘 지내나요? • 151
23 / 45 • 원래 잘 안 울어요 • 158
24 / 45 • 눈초리 • 165
25 / 45 • 청소 하나만큼은 • 173
26 / 45 • 은비 말로는요 • 179
27 / 45 • 노력하니까 • 185
28 / 45 • 언제나 사랑했어 • 192
29 / 45 • 육아 휴직 • 199
30 / 45 • 이겨내세요 • 205
31 / 45 • 종노릇 • 212
32 / 45 • 나는 은비를 • 219
33 / 45 • 포근한 베개 • 224
34 / 45 • 그만 불러 • 229
35 / 45 • 결과가 중요해요 • 237
36 / 45 • 뭐라던가요? • 244
37 / 45 • 잘 되나 봐라 • 250
38 / 45 • 거울 • 260
39 / 45 • 어느 별에서 왔니? • 267
40 / 45 • 이제 준비해 • 275
41 / 45 • 두 번 다시 • 281
42 / 45 • 며칠 더 • 287
43 / 45 • 모든 짐을 • 293
44 / 45 • 초콜릿처럼 • 299
45 / 45 • 나이가 들면 • 305
• 에필로그 • 313
저자소개
리뷰
책속에서
기류가 불안정했다.
하와이, 호놀룰루로 간다는 것은 쉽지 않았다. 출강하던 학교에 사정을 얘기해야 했다. 3년째 수업을 줬던 교수는 탐탁지 않은 표정을 지었다. 다음 학기부터 아예 강의를 줄 수 없을지도 모른다고 했다. 어쩔 수 없는 노릇이었다. 평생 일이 우선이었다. 이번에야말로 그 무엇보다 딸을 위한 엄마가 되고 싶었다. 엄마다운 엄마 노릇을 할 유일한 기회였다. 그동안 해외를 단 한 번도 가 본 적이 없었다. 여권, 비자, 코로나 검사. 모든 과정이 엄중한 시험을 치르는 듯했다. 하와이주 사이트에서 코로나 검사 상황을 등록해야 했다. 그게 자꾸만 오류가 나서 네 시간이나 헤맸다. 항공사 직원한테 문의하니 컴퓨터로 몇 가지 상황을 입력하고는 통과시켜 주었다.
은비가 국내에서 주문을 넣은 물건들이 꽤 많았다. 규정된 무게를 넘지 않게 이민 가방을 꾸려야 했다. 가방을 싸는 데만 세 시간이 넘게 걸렸다. 가장 난제는 어머니였다. 돌볼 사람을 구해야 했다. 안될 것을 알면서도 연락을 취해보았다. 큰오빠, 작은오빠, 언니. 돌봐줄 사람을 물색하는 중이라는 말에 다들 동생이 알아서 하라고 했다. 한번 올 수도 있겠다는 말조차 없었다. 명절, 어버이날, 어머니 생신날까지 연락 한번 없던 이들이 갑자기 온다는 것도 이상한 일이긴 했다. 그러던 중, 언니는 한술 더 떠서 대뜸 이런 제안을 했다.
- <1. 미묘한 바람> 중에서
비행기 안이었다. 구름은 하얀 바다를 이루고 있었다. 그 위에 태양이 스며들어 빛이 피어오르고 있었다. 반짝거리며 몽글거리는 하얀 바다. 그 순간 어머니를 떠올렸다. 날마다 막말과 욕과 고함을 해댔던 어머니. 흠씬 두들겨 패고 악담을 퍼붓던 어머니. 영문도 모르고 그저 맞고 쫓겨나야 했던 어린 시절. 아버지가 밖으로 나가는 순간부터 아버지 욕부터 해대며 집안일을 악을 쓰며 하던 어머니. 자주 화를 내고 울부짖던 어머니. 고함을 지르다가 몇 번 졸도까지 하던 어머니. 우황청심환을 사러 약국에 달려가던 열두 살의 나. 세상의 모든 어머니들이 이렇게 고함과 욕을 해대는 줄 알던 나. 초등학교 5학년 때, 놀러 간 친구 집의 어머니가 조용해서 너무나 놀랐던 나. 사업에 실패하고 용달차를 몰던 아버지한테 쏟아지던 어머니의 악다구니. 쥐약을 먹고 살아난 아버지한테 욕을 퍼붓던 어머니. 위암 말기로 돌아가신 아버지. 어머니한테 사랑한다고 말했던 아버지의 마지막 말. 어머니에 대한 반항으로 똘똘 뭉쳐 있던 열아홉. 가출과 자살을 늘 감기처럼 달고 살던 때, 어머니에 대한 적개심만큼 내 삶이 뭉개지던 나날들. 그리고 은비. 은비한테까지 패악스러운 근성을 드러내던 어머니. 파리채로 하도 머리를 때려서 119에 신고하고 싶었다고 며칠이 지난 뒤 담담히 털어놓던 여덟 살의 은비.
- <10. 미안합니다> 중에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