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왜! 쓰냐고 물으면 그냥 웃지요

왜! 쓰냐고 물으면 그냥 웃지요

유재철 (지은이)
다시올
20,000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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왜! 쓰냐고 물으면 그냥 웃지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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책 정보

· 제목 : 왜! 쓰냐고 물으면 그냥 웃지요 
· 분류 : 국내도서 > 에세이 > 한국에세이
· ISBN : 9791191702200
· 쪽수 : 304쪽
· 출판일 : 2024-09-28

목차

작가의 말 _ 5

1부 _ 김포, 우리동네
걸포리 마을회관 _ 16
걸포리 교회 _ 20
김포군 _ 23
김포면 _ 27
용화사 _ 31

34 _ 우리 동네 사장님
38 _ 장릉 연못
40 _ 조강
42 _ 통진 문학회

2부 _ 외로움을 소환하다
TV에 나온 집 _ 46
고무신 _ 49
누님 _ 53
도장 _ 56
명함 _ 59
묘비명 _ 62
문신 _ 65 상(賞) _ 68 상고대 _ 72
새대가리 _ 74

76 _ 아버님 영전에 화투 한목 바칩니다
80 _ 어머니의 손맛
83 _ 엿장수 가위
86 _ 접시꽃 당신 89 _ 우중화(雨中花) 91 _ 폐가
93 _ 폭탄
97 _ 한여름 밤의 외박

저자소개

유재철 (지은이)    정보 더보기
통진문학 회원이며, 김포에서 논두렁을 친구로, 밭두렁을 애인으로 삼아 너른 들판에 모종을 심어 작물을 키우며, 종이 위에 이야기의 모종을 심는 하경동독(夏耕冬讀)의 삶을 영위하고 있다. 《한국문인》 수필 등단. 김포문학상 수상. 수필집 『울타리안 이야기』 『 맙소사 우리 동네』 『왜! 쓰냐고 묻으면 그냥 웃지요』 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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책속에서

조강지처와 조강지차

나에겐 날씨 궂은날 앉았다가 일어나려면“ 아구구구” 하는 조강지처가 있고, 날씨 추운 날 시동 한 번 걸려면“ 구릉구르릉”하는 조강지차가 있다.
펑퍼짐한 조강지처도 젊은 새색시 때는 옮기는 걸음걸이가 지금처럼 무겁지 않았고 사뿐거리는 걸음걸이였을 것이다. 그리고 보잘것없는 작은 차지만 그 차도 새로 구입했을 때는 시동을 걸어도 가볍게 걸렸고 언덕길도 소리 없이 사뿐히 올라갔던 때가 있었다.
지금 강산이 두 번 바뀔 정도의 세월을 같이한 조강지처와 강산이 한번 바뀔 정도를 함께한 조강지차가 고맙게 느껴지는 것은 아마 나도 늙어가고 있음을 알기 때문이다.
내가 지금보다 젊었을 때 아내를 옆에 두고도 팔등신 미녀들을 곁눈질로 보기도 했었고 내 자동차를 타고 가면서도 남들이 타고 다니는 고급 승용차를 부러워했던 적이 어디 한두 번 이었던가 말이다.
농촌 총각이라고 결혼도 못 하고 있을 때 내 배필이 되겠노라고 나타난 아내를 보고는 얼마나 좋아했던가. 남들이 뭐라고 쑤군거려도 개의치 않았다. 내가 배우지를 못했는데 어떻게 배운 아내를 원하겠고 내가 못생겼는데 키 작은 배필을 탓할 수 있겠는가. 한 가정 꾸려 아들딸 잘 낳고 살면 됐지 무엇을 흠잡고 무엇을 불만 한단 말인가. 없는 살림에 시집왔기에 젊은 시절을 그야말로 쌀겨를 먹어가며 풍찬노숙하다시피 하면서 오늘의 살림을 일으키는 데 일조했으니 조강지처라는 말이 전혀 어색하지가 않았다. 고생을 필설로 옮기지 않더라도 얼굴에 쓰여 있고 수족에 새겨있어서 잠자리에서 어쩌다 이불 밖으로 빠져나온 아내의 발바닥을 보노라면 어찌 다른 마음이 생기겠는가.
돈이 없다 보니 길거리에 즐비하게 다니는 차들을 보며 현기증을 내던 내가 차를 산다고 생각이나 해봤겠는가. 마누라 없이는 살아도 차 없이는 못 사는 세상이라고 말들을 해서 우리나라에서 제일 작다는 차를 사는데도 48개월 할부로 샀다.
그 차를 샀을 때 주위의 입 가진 사람들은 아마 한마디씩은 거의 다 했을 것이다. 잘 구입했다고 한다면 덕담으로 듣겠는데 그 반대의 말인지라 머쓱하기 그지없었다. 국민차인 소형차를 빗대어 씹다 버린 껌이 바퀴에 붙어 서 자동차가 못 간다고 말했고, 코너 돌 때 쇼트트랙선수처럼 안쪽 땅을 짚어야 한다는 둥 누가 내 아내를 얘기할 때처럼 귀를 닫아버렸다.
십 년을 우리 가족만 탑승한 것이 아니라 승용차라는 본연의 임무에서 벗어나 비료나 농약 쌀가마 등의 화물을 잔뜩 싣고 다니기도 했다. 그래도 잔고장 하나 없는 것이 무던한 내 아내와 같았다.
아내는 서방 잘못 만나고 자동차는 주인 잘못 만나서 팔자와 예정에도 없는 고생을 하고 있다. 서방 잘 만났으면 뽀얀 처녀 적 얼굴로 나이 오십을 넘기며 물을 손가락으로 튀기고 살 것이요 주인 잘 만난 자동차였으면 허구한 날 왁스 세차에 아스팔트 바닥만 얌전히 다녔을 것이다.
조강지처는 서방 잘못 만난 탓으로 산더미 같은 궂은일에 펴도펴도 펴지지 않는 살림에 얼굴마저도 펴지지 않고 조강지차는 아스팔트 바닥은 언감생심이요 논두렁 밭둑길 아니면 비포장도로나마 감지덕지할 판이다.
찌든 살림에 얼굴의 주름살 생긴 조강지처와 험한 길 다니느라 긁힌 자국과 찌그러진 범퍼가 있는 조강지차를 보노라니 숙연한 마음마저 생겼다.
조강지처 불하당(糟糠之妻 不下堂)이요 빈천지교 불가망(貧賤之交 不可忘)이라는 말이 있는데, 내 어찌 조강지처와 조강지차를 두고 다른 마음을 먹겠는가.
누가 먼저 죽든가 죽을 때까지 함께여야 할 우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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